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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아리랑' 속의 김제출신 중국동포를 찾아 흑룡강성 하얼빈에 다녀왔다.

  소설 '아리랑'은 김제를 주 무대로 1904년 러일전쟁 이후 1945년 해방 때까지 우리민족이 일제치하에서 겪었던 나라 잃은 설움과 치욕, 민족의 고난과 애환 그리고 일제에 의연히 맞서 독립을 이루어낸 자랑스런 항일운동사를 그린 대서사시이다.

  '아리랑'은 문학성이나 대중성으로나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확고한 검증을 받아낸 바 있으며 작가는 5년이라는 시간을 고스란히 이 작품을 위해 바쳤던 점에서 육필로 써낸 우리의 민족사인 것이다.

김제와 김제사람들의 이야기

  '아리랑'은 모두 12권으로 1부 '아, 한반도'·2부 '민족혼'·3부 '어둠의 산하'·4부 '동트는 광야' 등 4부작으로 구성돼 있으며, 1부 첫 장을 넘기면 김제 만경평야를 "그 끝이 하늘과 맞닿아 넓디나 넓은 들녘은 기를 쓰고 걸어도 언제나 제 자리에서 헛걸음을 하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며 "그 벌판은 <징게 맹갱 외에밋들>이라고 불리는 김제·만경평야로 한반도 땅에서는 유일하게 지평선을 이루어 내고 있는 곳이다"고 적고 있다.

  이 부분은 김제시가 지평선축제를 여는 당위성이며, 도작문화와 수탈의 현장을 입증하는 자료인 셈이다.

  또 12권 마지막 장에는 일본이 항복을 하고 하얼빈으로 이주했던 동포들이 고향을 찾아 내려오려 할 즈음, 중국 사람들이 우리 동포들을 향해 "일본의 주구들을 몰살시키라"고 고함을 치면서 연장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모습이 묘사된다.

  이에 남자들이 아내와 자식을 구하고자 중국 사람들과 처절한 비명 속에 피가 튀는 난투극이 벌이는 사이 여자들을 아이들을 데리고 광막한 벌판 쪽으로 기를 쓰며 도망갔고, 남자들이 거의 다 쓰러져 갈 즈음 여자들과 아이들의 모습은 끝없는 광야 저쪽에 점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고 소설의 끝을 맺고 있다.

  작가는 덧붙여 '그들은 그날 이후 오늘날까지 그때를 <해방>이라 부르지 않고 <그 사변>이나 <그때 사변>이라 부르며 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화진에 김제사람들 있다"

  조정래 작가는 아리랑을 집필하기 전 5년에 걸쳐 지구를 세바퀴반이나 도는 현장취재를 실시했고, 중국과 수교도 되기 이전에 난관을 뚫고 흑룡강성에 들어가 현장에서 동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취재했다고 한다.

 본지는 창간 10주년 특별기획으로 '그 사변'을 겪고 아직까지 고향 김제를 그리며 하얼빈 오지에 살고 있을 우리 동포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들을 찾기 위해 수차례 중국의 흑룡강신문사에 문의한 결과 "하얼빈에서 버스나 승용차로 4시간 가량을 가면 '중화진'이 있고 이곳에는 아직도 40가구 가량 전라도 지역에서 이민 온 분들이 살고 있다"는 답변이 왔다.

 원래는 100여 가구였으나 최근 많은 사람들이 연해지역으로, 하얼빈시나 상지시로 이동을 했다고 한다.

  본지는 전북방송(JBC)과 공동으로 이들을 실상을 취재하고 시민들에게 소설 '아리랑'이 허구라기 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기술한 일제 수난기의 민족사라는 점을 입증하고 싶었다.

  또 김제출신 하얼빈 동포를 초청해 지평선축제 개막식 무대에 오르게 한다면 소설 아리랑의 첫장에서의 '김제시가 지평선축제를 여는 당위성'과 마지막장에 묘사되는 인물들을 찾아냄으로써 관객들에게는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며, 지평선축제를 4년연속 전국최우수축제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함께 품었다.

가자 하얼빈으로

  취재를 위해 부랴부랴 여권을 만들고 구체적인 취재 계획을 세웠다.

  이번 취재에는 본 기자를 비롯해 본지 이정환 전무이사와 전북방송의 조계홍 카메라기자, 그리고 동포들의 초청문제 등을 위해 시청 공무원 2명이 동행하기로 했다. 물론 언론사의 취재경비는 자부담이었다. 

  중국 입국비자가 나오고, 지난달 26일 출국을 위해 비행기표도 구입했다. 

 그런데 출국을 이틀 앞두고 흑룡강신문사측에서 비보(?)가 전해졌다. "연수현 전 부현장님께 직접 문의한 결과 중화진에는 김제출신이 살지 않고 연수현에 있다고 전해지지만 이도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얼빈에 숙소도 교통편도 예약하지 않은 상태였고, 만약 김제출신을 찾지 못하면 시간과 예산만 낭비한 채 특별기획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심각하게 재검토를 고려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수현 전 부현장이 조선족 출신이어서 현지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과거에 김제출신동포들이 많이 살았던 점을 감안하면 찾을 수 있으리라는 의견이 많아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선족 최대 거주지 연수현

  흑룡강신문사에 가이드를 구해달라고 요청하고 7월 26일 아침, 일행 5명은 김제를 출발해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편으로 2시간 20여분을 날아 당일 오후 하얼빈 공항에 도착했다.

 가이드의 안내로 먼저 흑룡강신문사를 찾아가 상황을 파악하고 다음날 아침 연수현으로 가기로 한 후 하얼빈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다음날인 27일 이른 아침 택시 2대를 대절해 연수현으로 출발했다.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찜통더위에 에어콘도 작동되지 않는 소형택시는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으며 하염없이 달렸다. 

  가도가도 산이 없는 그야말로 지평선을 이뤄내는 흑룡강성의 대지에는 옥수수가 끝도없이 자라고, 과연 우리 농업이 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서 마음이 무거웠다.

  3시간가량을 달려 흑룡강성내에서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다는 연수현에 도착해 김수길 전 연수현 부현장(68)을 만났다.

  김수길씨로부터 조선족이 연수현에 정착하게된 역사를 간략히 전해들은 후, 17년전 조정래 작가가 방문했던 중화진으로 향했다.

  연수현에는 1903년 조선족인 김고려씨가 이주하면서 거주가 시작됐고, 조선족수가 가장 많았던 1942년에는 1만3천여명이었으나, 현재는 4천여명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중화진에 김제 부량면 출신 2세가 살고 있다는 소식이다. 마음이 조급했다. 어서 중화진으로 달려가고 싶었다.(다음호에 계속)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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