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요? 짓는게 아니고 경영을 하는 겁니다!"



원부마을을 찾기는 쉬웠다. 커다란 안내표지석 2개가 입구마다 서 있었기 때문이다. 넓다란 마을 진입로를 접어드니 멀리서 검은색 무쏘승용차가 마중을 나오고 있었다.



"이만하면 농촌도 살기 좋겠구나"하는 생각에 마을을 둘러봤다. 그리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잘 정돈된 모습이었다.



차를 따라 널찍한 마당에 들어서니 트랙터, 경운기, 콤바인, 정미기 등 각종 농기계와 장비가 집주인의 활동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반갑게 맞아주는 이 마을 이장 강오석씨와 그의 부인 최영임씨...



남편 강씨의 표정에서 시골에선 보기드문 자신감이 넘치고, 부인 최씨의 다소곳한 모습에선 그간의 말없는 내조를 엿 볼 수 있었다.



강씨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은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원예농협에 1년여 근무를 하고 있었으나,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하면 농업도 승산이 있다고 생각, 수박농사를 시작했다.



자신은 "자칫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농촌 젊은이들의 사고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보다 농업경영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뚜렷한 주관을 보였다.



"고가의 트랙터를 구입하고 해가 짧은 여름에는 밤 늦게까지 밭갈이를 하다 새벽에 일어나질 못할까봐 몇일을 트랙터에서 자면서 일하기도 했다"고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지금까진 앞만보고 뛰었지만 이젠 주변도 돌아보고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회봉사의 뜻도 내비쳤다.



강씨가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3천여평이었던 토지가 이젠 1만5천평에 2억원 상당의 농기계도 갖추고 있으며, 현재 임대를 포함해 논 3만5천평과 수박 2만평의 농사를 경영하고(짓고) 있다.



올해부터는 47세대 134명이 거주하는 이 마을 이장일까지 맡아, 그간 마을의 숙원사업이었던 동네 입구 표지석을 건립하고, 모정신축을 위해 자신의 1년치 이장월급 150만원을 마을에 희사하기도 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한번도 고향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강씨의 주소는 40년 가까이 줄곳 '부거리 463번지'다.



노모를 모시고 남동생과 아들 둘, 딸하나를 두고 있으며, '아들 한놈'이라도 이곳에 남아서 대를 이었으면 좋겠단다.



"아내가 곁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늘이 없었을 것이다"며 부인의 손을 굳게 잡는 모습과 "경제가 흔들리면 모든게 흔들린다"는 그의 말에서 가정의 평화와 경제적인 안정에서 오는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강씨가 이장을 맡고 있는 원부마을은 85%가 60세 이상 세대이다.



이농현상으로 젊은이들이 농촌을 등지고 학생이 없어 문닫는 시골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고향을 지키며 씩씩하게 살고 있는 '강오석 이장'이 '한가닥 희망'으로 느껴졌다.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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