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준/본지 서울명예기자 한국스카우트 서울북부연맹 사무국장협의회장

우리는 일본 3대성의 하나인 구마모토성에 가기 위해 탄 구마모토행 훼리에서 일본의 초등학생들을 만났다. 스카우트 대원들과 그들을 일일이 인사시키며 짧은 일본어나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청산하고 화해하여 아시아의 둘도 없는 파트너로 우뚝 서는 것은 그 아이들의 몫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 다른 언어로 살아가지만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이 오래된 마음의 벽을 눈 녹듯 녹여주기를 기도해 보았다. 

  마지막 날은 일본 전통 사루마와시 원숭이 극장에 갔다. 대원들은 귀엽고 익살스러운 원숭이 곡예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 다음에 찾아간 장소는 세계 최대의 칼데라 화산인 아소산으로 이곳은 아직도 화산활동이 진행되고 있는 활화산이었다. 분화구에서 가스가 많이 올라오는 경우 관람이 불가하다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수천도가 넘는다는 에메랄드 빛 분화구를 보는 행운을 얻었다. 언젠가는 일어날 폭발을 준비하듯 부글부글 끓고 있는 활화산을 보며, 자연의 웅대함을 새삼 느꼈고 그 자연에 비하면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의 마지막 일정으로 학문의 신, 스기와라 미치자네를 모셨다는 다자이후 텐망궁을 찾아갔다. 텐망궁 입구에는 소가 웅크린 동상이 있었는데, 가이드가 소뿔을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을 전하자, 대원들은 소뿔을 서로 만지려고 애쓰는 모습이었다. 학교와 학원, 이중으로 학업 부담에 시달리는 요즘 아이들은 학문의 신에게 좋은 머리를 갖게 해달라고 기원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학문을 관장하는 신이 있다면 세계를 향해 넓은 시야를 갖고, 서로를 충고하고 격려할 수 있는 씩씩하고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해달라고 기원하고 싶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러한 마음으로 배운 학문을 세상에 이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천 개의 학이 의미하는 평화는 우리에게 머지않을 것이다.   

 일본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어디선가 바다 냄새가 나는 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예리한 날을 세우고 경계 태세를 취하며 찾아갔던 일본이라는 나라. 하지만 일본 여행 후 기억에 남는 것은 간이 강하지 않은 일본 음식과 정갈한 다다미방, 온 몸을 훈훈하게 하는 온천 목욕과 일본인들의 공손한 인사와 같은 소박한 것들이다. 

  나에게 일본여행은 일본을 이웃나라로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대원에게 일본여행은 어떤 경험이었을까? 어떤 대원들에게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거나, 또 다른 대원들에게는 일본 문화를 처음 접하고 배우는 색다른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혹 어떤 대원에게는 독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발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이 생애 최초의 해외여행이 대원들에게는 평생 기억될 값진 추억이 될 것이고, 앞으로의 바르게 크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21C 세계화 시대 속에서 '평화'를 꿈꾸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든 스카우트 대원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끝)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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