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석조

 사람이 불행의 유일한 이유가 방안에 혼자 있지 못하는데 있다고... 움직이지 않을 때 삶은 끝이 나는 것이다 라고... 

 박이문의 '여행'이라는 수필에서는 여행을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삶은 쉬더라고 우선 움직이기를 요구하며 언제고 다시 돌아와도 떠나기를 요구한다. 그냥 목적이 없이 떠나는 게 여행이라 말한다.

  세상이 1등을 향해 줄 세우기 하고 돈이 사람의 인격을 대신하기도 하여 돈은 많은데 삶이 빈한한 풍요속의 가난한 세상을 우리는 지금 살아가고 있다.

 사람마다에 인생에 대한 나름의 기준이 있듯이 나도 한 장단에 각기 다른 춤을 추며 자연의 순리를 따라 자연 친화적인 아름다운 삶, 그런 세상을 바라며 40일간의 가난한 여행자의 배낭을 꾸렸다. 

  '까미노 데 싼티아고'... 산티아고 가는길. 로마의 바티칸 이스라엘 또 이곳 스페인 싼티아고를 3대 성지라 말한다.

  2천년전 야곱이 이 길을 걸으며 복음을 전한 길로 그 후 순례자들은 그의 뒤를 따름으로 이 길이 순례의 길이 되었다.

  이 길은 파울로 코엘류의 대부분 소설의 배경이되기도 했으며 특히 '연금술사'에서는 산티아고라는 화자를 통해 자아를  찾아 길을 떠나는 과정들이 피레네 산맥을 넘다보면 소설의 배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목동, 양떼, 드넓은 푸른 초원 등...

  나는 그곳을 느리게 느리게 걸으며 속도에 스쳐지나갔던 머릿결을 스치는 바람을 만났고, 파란 하늘에 한점 떠도는 구름을 보았으며, 붉게 물든 노을에 황홀경으로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또 느리게 살기, 이 안에는 위대한 가난함이 있고 한없는 고독과 만남의 즐거움이 있었다.
  우리에게 이 길이 알려진 것은 여행가 김남희의 '산티아고 가는길'이라는 책과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걷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소개되며 이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 이유로 이길은 성스러운 길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걷다가 싼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해 죄 사함을 받는다는 의미를 지니며, 그런 성스러운 길 이므로 안전하고 특히 여성 여행가 혼자서 걸었다는 것에 용기를 낸 사람들이 많다. 안식년을 정해 걷는 사람 또 자신의 어떤 전환점을 맞으려는 사람, 심지어 다이어트를 하려하는 다양한 사람들...

  나는 작년 국토종단을 하며 얻은 에너지로 1년을 지내오다 그 에너지가 소진되어갈 무렵 나도 그 길을 가겠다 했을 때, 벌써 빠리 드골공항을 거쳐 떼제베에 몸으 실었고, 프랑스 생장데 피드폴에 여장을 풀고 있었다. 내안에 법률을 되돌릴 수 없을바에야 앞으로 계속 가는 것 뿐...

 이때 아이들과 아내의 응원속에 배낭을 꾸리다니... 사람은 무언가 진심으로 바랄 때 바램대로 되어지는 궁극의 힘이 있는듯하다.

 이곳을 가는 길은 몇가지 경로가 있기도 한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프랑스 생장데피드폴을 시작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싼티아고 대성당에 이르는 800km 순례의 대미를 장식한다.

  나는 이 코스와 112km를 더 걸어 총 912km 스페인 땅끝에서 대서양을 바라보며 여행의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짧은 휴가를 이용해 구간을 정해 몇해에 걸쳐 걸어 싼티아고에 도착하는데 출발점은 제각기 다르다.

  대부분 나처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나는 작년 국토종단을 하며 아쉬웠던 자동차로부터 안전한 도로, 값싼숙소, 그리고 여행자와의 만남,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진 도로를 원했기에 선뜻 이길을 동경하게 되었다. 역으로 우리나라의 도로는 이 세가지 조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나는 40일 일정으로 걷기 시작했으며, 내가 순례자이며 가난한 여행자임을 생각한다면 평균 6km마다 있는 알베르게(여행자숙소) 3~1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에서 1만6천원 가량의 숙박비, 안전한 도로 등은 모자람이 없는듯하다.

  그 이후에 이곳에 관한 몇권의 책들이 더 나왔는데 힘이들고 지저분한 숙소, 경직된 걸음 등을 탓하기도 하지만, 이 책을 보고 정보를 얻기에는 너무 주관적이어서 모자람이 있는듯하다.

  나는 이곳은 노란 화살표를 따라 룰을 지키며 걷는 게임이란 생각을 하게된다. 갈림길에 들어서 판단을 요하는 길도 있으나 찾아보면 반드시 이정표가 있으며 또 앞서가는 여행자는 나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캐나다 브라질 미국 등의 순례자들이 많으며 한국과 일본의 순례자들도 몇몇이 보인다.

  이 여행에서 아쉬움은 역시 회화였다. 20년전에 배운 영어를 한번 연습도 못해보고 떠났으니 상형문자를 쓰느라 몸이 바빴다.

  스페인은 밀밭이 한번 시작되면 사막의 모래언덕처럼 몇박몇일을 끝없이 밀밭만 걸었으며 또 포도밭만 쭉~, 옥수수밭만 쭉~ 걸으며 그 드넓은 밀밭은 유럽인을 다 먹이고도 남음직하고, 도시는 섬을 그리워하고 섬은 도시를 그리워하듯이 몇박몇일을 시골길을 걷다가 도시의 그림자가 그리워질만 하면 도시를 만나는 아주 재미있는 길로 엮여 있는듯하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아름다운 자연과 오랜 역사 풍부한 관광 자원이 많다. 안전한 도로와 값싼숙소 성공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도로를 개나리 봇짐을 맨 선비의 입신양면을 위한 한양으로에의 과거길을 그린다면 성공을 원하는 세계의 여행자들이, 또 우리의 젊은이가 여행과 모험을 통해 꿈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쉬움에...

(※오석조 향우는 우리시 죽산면 출생으로 전주대를 졸업하고 강원도 홍천에서 재래식 자연식 음식전문점 '백이동굴'과 된장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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