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생성 최초로 46개검사 합격점
10년간 끊임없는 도전끝에 성공 신화

  한칠레·한미FTA 등으로 우리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농산물을 당당히 일본에 수출해 고소득을 올리는 이들이 있어 본지 이정환 대표이사와 본기자는 2박3일간 일본 후쿠오카 현지 취재와 정읍 감곡면에 위치한 햇살열매영농조합법인을 찾아봤다. -편집자-

후쿠오카에서 김정수씨 만나

  일본 후쿠오카로 가기 위해 지난 13일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해 탑승수속을 마치고 9시 30분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시간여를 날았을까... 비행기는 후쿠오카 상공에 도착했고 고층건물이 없는 후쿠오카의 첫인상은 평화로워 보였다.

 공항에 도착하니 김정수(金精水·여54)씨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김정수씨는 후쿠오카 중심지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한국궁정요리전문점 '정수'(精水)를 경영하고 있고, 다이마루백화점 후쿠오카점에 한국인 최초로 점포를 내어 고추가루와 콜라겐을 판매하고 있었다.

▲ 일본 후생성의 엄격한 위생기준을 통과한 고추장 45g 한병이 우리돈 1만7천원(1260엔)에 팔리고 있었고, 고추가루 30g은 1만8400원(1365엔)이었다.

  다이마루백화점 지하1·2층 식품매장은 일본굴지의 백화점답게 다양한 상품이 가득 메워져 있고, 고객의 기호에 맞춘 부위별 판매와 예쁘고 고급스런 소포장 뿐 아니라 종업원들의 철저한 서비스 태도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했다.

 이 백화점 한켠에 당당히 김정수씨의 점포가 자리하고 있다. 이미 콜라켄성분의 화장품과 식품을 개발해 현지 매스컴의 격찬을 받은 바 있는 김씨의 매장에는 많은 일본인들이 모여 고추가루를 시식한 후 고추가루와 고추장을 구입하고 있었다.

  판매가격을 본 기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추장 45g 한병이 우리돈 1만7천원(1260엔)에 팔리고 있었고, 고추가루 30g은 1만8400원(1365엔)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이 터무니 없는 폭리가 아니고 땀과 노력의 진정한 댓가임을 김씨와의 인터뷰와 후쿠오카한국무역관 관계자를 만나고서 알았다.
 
후생성 합격위해 10년간 고군분투

  일본인들이 중국 사스피해 등을 보면서 고추가루와 마늘이 좋은 걸 알고 있었지만, 일본의 고추는 너무 맵고 마늘은 특유의 향 때문에 먹기가 어려웠다.

 이에 김정수씨는 한국의 맵지 않은 고추를 일본에 가져오면 상품가치가 있을 뿐더러 소포장으로 판매할 경우, 선물하기를 좋아하는 일본인의 특성상 특별한 선물이 되기 때문에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그러나 문제는 일본 후생성의 수입 통관기준이 까다롭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정읍시 감곡면에 거주하고 있는 여동생 김후종씨(48)의 도움으로 수시로 한국을 오가며 무농약재배 고추를 구입해 후생성에 검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번번히 후생성의 46개 항목을 만족시키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10년동안 수없는 발품을 팔아가며 고추의 명산지인 청양군과 전국을 샅샅히 누비며, 자신있다는 유기농 농가의 고추도 구입했지만, 엄청난 검사비와 항공료만 허비한 채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다.

  통과를 호언장담했던 모든 고추가루들이 후생성의 벽을 넘지 못하자, 결국 김씨가 택한 것은 가장 믿을만한 여동생과 여동생의 남편 조병관씨(48)에게 직접 재배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이사람]후쿠오카 (주)정수 김정수사장
 
"완벽하지 않았으면 성공 기대 말라"

▲ 김정수

  1994년 본격적인 김치사업을 위해 후쿠오카로 이전했고, 김치사업이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았다.
 

998년에 (유)세이짱을 창업해 단백질 성분의 콜라겐을 원료로 한 식품과 화장품을 개발해 월 800만엔(1억8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도에는 일본내 푸드쇼에 한국 고추가루를 선보였으며, 3년전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상표로 건 (주)정수를 창업하면서 후쿠오카 중심지에서 한국궁정요리전문점 '정수'를 오픈했다.
  그러나 고추가루에 대한 김사장의 미련은 집념으로 승화돼 일본 후생성 조차 고개를 저을 정도로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한 결과 마침내 합격점을 얻어냈다.

 이는 일본 후생성 유사이래 최초의 일이며 쾌거라 아니 할 수 없는 대단한 성과였다. 이를 기초로 문턱 높기로 유명한 다이마루백화점에 한국인 최초로 입점하는 성공신화를 이어 갔다.

  김사장은 "제 본명을 상표로 내 걸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들어왔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주저 앉으면 앞으로 한국인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라며 작은 체구의 여성이지만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생산 과정에서 한사람이라도 실수를 하면 잔류성분이 나올 수 있고 생산자나 판매자가 똑같은 마음으로 같이하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며 "최선을 다 한자만이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사업의 파트너쉽과 주인정신을 강조했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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