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제시 원평은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이면서 요충지라는 학계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행정에서도 이를 계승 발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분 차별과 조세제도의 문란한 운영으로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었던 농민이 주체가 되어 폐정을 개혁하고 제국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 바쳤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 근원지가 우리지역이라는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 본지는 5회에 결쳐 전문가들의 기고를 받아 동학농민혁명을 재 조명하고자 한다. 지난호에 역사학자 이이화님의 기고에 이어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의 글을 싣는다.

 

▲ 문병학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2008년 12월)는 특별법 제정 이후 출범하는 첫 번째 기념사업단체이다. 이에, 기념사업 추진은 또 다른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추진된 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찬찬히 검토하는 것을 바탕으로 특별법 이후 기념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1) 기념사업의 의의

  김제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추진의 의의는 첫째, 동학농민혁명 정신계승을 통해 지난 20세기 근대화 혹은 산업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쇠락을 거듭해 온 농촌지역 주민들의 삶의 현실을 보다 나은 것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둘째, 지난 한 세기동안 왜곡·축소로 훼손된 동학농민혁명의 전국적인 면모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복원하는 것에 기여한다는 점을 각각 들 수 있을 것이다. 

  김제지역은 학계에서 전국적인 농민항쟁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①혁명의 주체세력 형성의 '씨눈'으로 평가되고 있는 계사년(1893) 3월의 '금구·원평취회'가 열렸던 곳 ②동학농민혁명의 핵심지도자 김덕명 장군의 활동근거지 ③갑오년 정월 고부농민봉기를 도화선으로 그해 3월 20일 무장(현 고창군 공음면 구수리)에서 봉기한 동학농민군이 백산대회를 거쳐 정읍 황토재와 장성 황룡강전투에서 승리한 후 파죽지세로 전주성으로 진격하던 때 황룡강전투에서 체포한 초토사 홍계훈의 종사관 등 정부군 다섯 명을 화형시키면서 전의를 새롭게 했던 곳 ④전주성 점령 후 전주화약을 체결하고 성을 나와 집강소를 설치한 초기(선화당을 대도소로 정하기 이전)와 삼례 2차 봉기를 단행하던 무렵에 전라도 전체 집강소를 통괄했던 대도소가 설치되었던 곳 ⑤공주 우금재전투에서 패한 후 남하하던 중 1894년 11월 25일(양력12.21.) 동학농민군과 관군·일본군 연합부대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 등등 수많은 사건들이 벌어진 역사의 현장이다.

 위와 같이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던 김제지역이 동학농민혁명 전체과정에서 차지하는 그 위상과 역할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따라서 이곳 김제에서의 기념사업 추진은 당연할 뿐만이 아니라 기념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한다면 해당기관이나 지역주민 모두 역사 앞에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이전 시기에야 시대적 제한성으로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특별법이 통과된 지금의 시점에서 조차 기념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해당지역 주민들은 물론이고 해당지역의 기관들이 역사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2) 기념사업의 방향 

  김제지역 기념사업의 추진방향으로는 크게 세 가지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김제지역주민들의 삶과의 연계를 고려하는 것이어야 하다는 점. 둘째, 김제지역 제반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전통을 연계시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 셋째, 동학농민혁명 전개과정에서 있어서 전국적 차원에서의 김제지역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 의미에 부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기념사업의 기본방향으로 지역주민들 삶과의 연계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기념사업은 그 실질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없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지역주민들의 삶과의 연계를 찾는 일은 여러 측면에서 모색할 수 있겠지만 관념적인 차원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지역정체성으로 정립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동학농민혁명 관련 유적지와 김제지역에 산재한 제반의 문화자원들을 연계시켜 문화관광상품화 하는 방안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지역주민들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제고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김제지역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소프트웨어를 확충해나가는 것도 기념사업 기본방향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김제지역 기념사업의 방향은 동학농민혁명 전체 전개과정에 부합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동학농민혁명 전체 전개과정에서 김제가 지닌 역사적 의미를 특성화하여 부각시켜내는 방향에서 기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동학농민혁명 전개과정에서 김제지역의 차지하는 특성은 무엇인가를 검토하여 기념사업의 방향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는 의미이다. 

  동학농민혁명에서 김제지역이 차지하는 특색을 '잉태(孕胎)'와 '임종(臨終)'이라는 상징적인 개념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 김제지역의 역사적 특징을 한 사람의 일생에 대비한다면 <잉태와 임종>, 사계절로 대비한다면 <이른 봄, 다시 겨울>로 상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발표자는 계사년 원평·금구취회에 대한 제반의 사항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학술조사와 함께 무명농민군 무덤으로 알려져 있는 구미란 뒷산과 학수재 아래 밭자락에 대한 사실조사로부터 기념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3) 기념사업의 내용

  김제지역 기념사업의 성과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념사업의 기반이 되는 사업들을 앞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기념사업 추진의 기반이 되는 사업으로는 ①김제지역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학술연구 및 조사사업 ②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유적지 정비 및 문화콘텐츠 및 소프트웨어 개발?확충사업 ③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사업을 추진해나갈 기념사업 단체 역량강화사업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김제기념사업회에서는 위 세 가지 기반사업을 성과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수립하는 것이 창립 초창기의 주된 과제일 것이다. 이에, 그동안 기념사업에 몸담아온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제기념사업회 초창기 사업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업들의 대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술연구조사로는 ①전봉준 원평 거주 관련사항 ②김덕명 대접주 관련사항 ③계사년 3월 금구원평취회 관련사항 ④집강소 '대도소' 설치 관련사항 ⑤구미란전투지 및 무명농민군 묘소 기초조사 등의 사업이 필요하며, 유적지 환경정비로는 ①무명농민군 묘역정비 및 역사공원 조성 ②유적지 안내판 및 표지판 설치 등의 사업이 요구된다. 또한 문화콘텐츠개발사업으로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작품 창작 및 전시·공연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기념사업회를 강화시킬 수 있도록 ①임원 의식제고를 위한 월례세미나 ②회원 확대를 위한 시민역사강좌 ③지역사회 관련단체 연대회의 ④지역 특성에 부합한 대중적인 기념행사 ⑤일반·청소년 대상 역사유적 답사 등 세부사업이 수반되어야 한다.

4) 맺음말
 
  1997년 봄, 지원연대사업으로 [무명농민군 묘역정비 및 역사공원 조성사업](김제)을 기획, 자체적으로 일정한 예산까지 확보하여 구미란 뒷산과 학수재 산자락 무명 농민군 묘소의 유해 확인을 위한 기초조사 등을 추진하였다. 필자는 당시 업무의 실무자였는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해당기관 등등이 보여준 무관심과 무성의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결국 그 사업은 별다른 성과 없이 보류되었다. 동학농민혁명 전체 전개과정 속에서 김제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과 그 역할에 비해 기념사업회 창립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창립을 계기로 김제지역에서 전개된 제반 역사적 사실들이 재확인되고 정립되어 주민들의 지역정체성으로 자리매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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