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제시 원평은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이면서 요충지라는 학계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행정에서도 이를 계승 발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분 차별과 조세제도의 문란한 운영으로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었던 농민이 주체가 되어 폐정을 개혁하고 제국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 바쳤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 근원지가 우리지역이라는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 본지는 5회에 결쳐 전문가들의 기고를 받아 동학농민혁명을 재 조명하고자 한다. 지난호 문병학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의 기고에 이어 원광대학교 강의교수 정성미님의 글을 싣는다.

▲ 정성미/원광대학교 강의교수

 그는 교조신원운동 과정에서 원평집회의 주역이었고 1894년 4월 무장봉기 이후 원평지역의 농민봉기를 비롯하여 황토현 전투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김덕명의 이러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는 그간 동학농민혁명사에 있어서 인물하면 전봉준에게만 집약되어 있었고 무엇보다 김덕명에 관한 사료의 부족으로 해석된다. 본 글에서는 동학농민전쟁 과정 중 김덕명의 역할과 그의 근거지인 원평에 대하여 간단하게 언급하고자 한다.

 김덕명 장군은 1895년(헌종 11년) 10월 29일 금산면(금구현) 용계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김한기이며 어머니는 파평 윤씨이다. 이름은 준상, 자는 덕명이고 동학 교문에서 한때 필상이라는 이름을 썼다고 한다. 호는 용계 본관은 언양이다. 

  신분은 향반이며 중농정도의 경제력을 가졌고 일을 계획하는데 능했으나 실천단계에서는 뒤로 물러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동학농민혁명이 실패로 끝나자 집안의 재실이 있는 안정사 절골에서 숨어있다가 지인의 밀고로 피체되어 1895년 교형을 언도받았다. 

  그러나 다른 지도자들과는 달리 그의 시신은 친지들에 의하여 원평으로 옮겨져 살아남은 두 아들에 의해 장흥리 안정사 동쪽 능선 위에 있는 조모 장씨 묘 바로 아래에 안장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농민군 지도자의 유일한 실묘였던 김덕명의 무덤은 최근 후손들에 의해 파묘되어 유골을 화장한 후 납골당에 모셔졌다고 한다.

 김덕명은 전술한 바와 같이 교조신원운동 과정에서 1만여 명을 이끈 원평집회의 주역이었다. 당시 1만여 명의 숫자가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이는 그의 인간됨과 지도력, 그리고 김덕명포의 위력을 말해준다. 

 이후 1894년 백산봉기 때에는 총참모직책을 맡았는데 이는 실제 전투에 참가하였다기보다는 농민군의 전술을 자문하는 역할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김덕명이 전봉준과는 10세 연상인 50세로 당시로서는 고령의 나이였으며 무엇보다 김덕명이 출전했다는 기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당시 전주성 공격은 매우 중요하여 지리적으로 가까운 원평에서 김덕명이 인적·물적 자원을 공급하였을 것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곧 김덕명의 이러한 활동은 지리적 용이성과 풍부한 물산을 가진 원평지역을 배경으로 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원평은 전주에서 서남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지리적 요충지이자 인근에서 생산되는 물산이 한데 모여 거래되는 집산지이며 정보가 거래되는 곳이기도 하였다. 

  또한 이곳은 전봉준 장군의 외가이며 갑오년 1차봉기의 중심지였고 가을 우금치 패전 이후 관군과 일본군의 추격을 받던 농민군 주력이 마지막으로 전투를 벌인 원평 태인전투의 현장이었다. 

  따라서 이 지역에는 김덕명장군의 생가터(용계마을, 방산나무 옆 과자공장 자리), 구미란 전투지(구미란 마을), 남접의 도회소인 집강소(학원마을 김영태가), 전봉준의 아버지인 전창혁의 유허지(계룡리 황새마을178번지) 등의 유적지가 있다. 

  그러나 용계마을 생가터의 위치가 불분명하며, 김덕명이 금산면 삼봉리 거야마을에 살았다는 설도 있으나 거야마을의 집 위치도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치밀한 검증작업과 기념사업을 통해 반봉건 반외세의 기치를 내걸며 변혁을 꿈꾸다 사라진 그들의 원혼을 달래야 할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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