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김제시 원평은 동학농민혁명의 진원지이면서 요충지라는 학계의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이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으며, 행정에서도 이를 계승 발굴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분 차별과 조세제도의 문란한 운영으로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없었던 농민이 주체가 되어 폐정을 개혁하고 제국주의로부터 나라를 구하고자 목숨 바쳤던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어야 한다.
  그 근원지가 우리지역이라는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 본지는 5회에 결쳐 전문가들의 기고를 받아 동학농민혁명을 재 조명하고자 한다. 지난호 정성미 원광대학교 강의교수의 기고에 이어 마지막으로 원광대학교 신순철 교수의 글을 싣는다.

                                
신순철 원광대학교 교수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우리가 이 사건에서 무엇을 기억하고 이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 우리 주변에 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념시설은 대부분 먼저 높은 기념탑을 떠올리게 된다. 

  3.1운동이나 6.25의 충혼탑으로 대표되는 우뚝 솟은 기념탑 앞에 서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하고 또한 무엇을 전승해야 하는지를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념행위는 단순히 기념식이나 기념 시설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편의 소설이나 영화가 대중에게는 훨씬 설득력을 가질 수 있고 짧은 애니메이션 한편이 청소년들의 역사관이나 인생관을 바꾸어 놓을 수도 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일반인식은 정읍 고부에서 일어난 국지적인 사건이라거나 전라도 지역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는 해방 후 역사교육의 결과이지만 동학농민혁명은 전국적인 농민봉기 사건이었고, 그 결과는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바꾸어 버린 계기가 되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사인식의 제고를 위해서도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은 그 타당성이 있다. 기념사업은 이제 특별법의 제정을 계기로 하여 전라도 지역을 벗어나 충청도를 비롯한 다른 시도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에도 아직까지 유적지의 보존마저도 우려되는 지역이 바로 원평 구미란이다. 김제시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이다. 

  특히 원평 구미란에 남아있는 10여기의 무명농민군 묘는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어 봉분이 거의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전라북도에 남아 있는 유일한 농민군 희생자 묘역인 이곳은 보호되어야 마땅하지만 해당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에 출범한 김제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김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의 활동에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다른 지역의 기념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유의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동학농민혁명 학술조사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내의 동학농민혁명사에 관한 학술조사를 선행해야 한다. 현재 도 단위의 동학농민혁명 학술조사 용역으로는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충청북도가 실시하였고, 시군 단위의 용역으로 정읍, 고창, 홍천, 공주, 진도 등을 참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민간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앞으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은 행정기관의 예산지원과 지역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는 사업 추진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념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지역인사와 전문가로 구성되는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의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위원회가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할 수 있어야 사업의 일관성을 지속할 수 있다. 단체장이나 담당 공무원은 임기가 되면 바뀌기 때문에 사업의 지속성이 담보되기 어렵고 또한 사업 수행과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서도 민간 추진위원회의 필요성이 있다.  

 셋째, 전문 인력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기념시설의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시설의 운영에 필요한 전문 인력을 미리 확보하여 기념사업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참여시키고 추진위원회와 행정부서 간의 중간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각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과 절차를 통해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넷째, 기념시설은 지역주민의 시설이 되어야 한다. 기념시설은 외지인의 관람시설이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이 가꾸고 보존하는 시설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설의 성격이나 위치와 규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획 단계에서 주민들과 협의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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