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면서
 2. 런던(영국)
 3. 파리(프랑스)
 4. 알프스(스위스)
 5. 밀라노(이태리)
 6. 로마(이태리)
 7. 폼페이(이태리)
 8. 피렌체(이태리)
 9. 카프리섬(이태리)
10. 베네치아(이태리)
11. 돌아와서

▲ 소선녀

  가운데가 열리도록 설계된 타워브릿지가 보이는 템즈강변이예요. 삐뚤어진 항아리 모양의 런던시청도 있고요. 길이 300m의 국회의사당은 놀라울 뿐이예요. 도대체 수직적인 고딕식 건물을 이리도 섬세하게 지을 수 있다니요. 

 버킹컴궁전은 울타리의 상단에도 금박이 입혀져 화려하고요. 왕실기가 올라가 있는 걸 보니 지금 여왕이 계시네요. 시간이 안 맞아 근위병 교대식은 볼 수 없었지만 제복을 입은 근위병과 사진 한 장 찍었어요. 정원 잔디밭에 피어있는 크로커스 때문에 집 생각이 났지요.

 봄을 빨리 맞이하는 좋은 방법은 화원에 가는 거죠.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갔더니 봄꽃들이 우르르 나와 있었지요. 수선화, 히야신스, 복수초.. 그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크로커스를 여러 분 샀어요. 노란 꽃봉오리를 맺은 녀석들을 옹기종기 심어 현관에 두었더니 들어오는 사람마다 좋아했어요. 저도 커피 잔을 들고 그 앞에서 서 있곤 했죠. 누군가를 초대해서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요. 

  당신을 기다립니다, 꽃말을 가진 크로커스를 하이드파크에서 다시 만났어요. 영국은 공원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데 런던에는 80여개의 공원이 있어요. 대단하죠.

 제일 큰 이 공원에는 빅토리아 여왕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앨버트 공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비가 있고, 우람하게 큰 나무 아래로 조깅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이곳은 봄이 빨리 오는지 크로커스가 무리지어 피어있어요. 마침 햇살이 비치자 보랏빛과 흰빛이 하모니를 이루어 합창을 하는 듯해요. 추운 겨울을 잘 인내하고 이렇게 환희의 송가를 부르는구나, 가슴이 벅찼지요.

  런던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200여 개가 있대요. 모두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무료입장이랍니다. 대영박물관도 그렇고요. 흔히 선진국을 지탱하는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라 하지요. 영국도 왕자나 귀족들이 전쟁에 참전해서 목숨을 잃는 일이 많이 있었던 것처럼,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을 보여주는 공공정신이 강하다고 해요. 자신의 부를 기꺼이 사회에 환원하는 실천이 귀족사회를 지금까지 유지하게 하는지도 모르지요.   

 문화재와 예술품들이 소장되어있는 대영박물관에 영국 것은 수위밖에 없다는 농담이 있어요. 많은 유물들이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것들이니까요. 이집트 그리스 중동지방에서 가져온 유물들은 약탈한 것이 분명한데 버젓이 전시해놓은 것이 좀 씁쓸한 기분이었어요.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유물이 전시된 곳에는 유물을 가져온 것에 대한 언쟁이 있지만 확실한 것은 그 유물과 유적들을 가져오지 않았더라면 더 많은 파괴를 당했을 거라는 설명이 적혀있더군요. 

 세계 각 곳의 진귀한 유물을 이렇게 잘 보관되어 있고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요. 이미 많은 것을 빼앗긴 우리는 그나마 남은 것을 제대로 보존하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겠어요. 볼 것은 너무 많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발은 앞으로 나가는데 눈은 자꾸 뒤를 돌아봤지요.

 유로스타를 타고 프랑스로 향해요. 해저터널이라고 해서 유리벽이나 바닥을 통해 고래나 물고기 떼를 만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바다 밑으로 굴을 뚫은 것이래요.  온통 깜깜한 창에는, 프랑스의 에펠탑처럼 런던을 상징하고자 만들었다는 런던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어른거리는데, 파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네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