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떠나면서
 2. 런던(영국)
 3. 파리(프랑스)
 4. 알프스(스위스)
 5. 밀라노(이태리)
 6. 로마(이태리)
 7. 폼페이(이태리)
 8. 피렌체(이태리)
 9. 카프리섬(이태리)
10. 베네치아(이태리)
11. 돌아와서마른 빵과 우유, 그리고 커피 한잔의 아침 식사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호텔을 나서자 바로 눈앞에 높은 산들이 막아서네요. 맑고 상쾌한 공기가 확연히 느껴져요. 지붕위에 눈을 뒤집어쓴 통나무집들이 정감이 서려있네요. 처마에 눈꽃모양의 등을 달아놓아 더 운치가 있고요. 

  내의를 껴입고 모자와 머플러로 중무장을 했어요. 오늘은 유럽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알프스의 융프라우에 오르는 날이거든요.  

 인터라켓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해서 세 번 갈아탔는데, 마지막 기차는 산을 뚫어서 만든 철도를 타고 굴속으로 들어가요. 어떻게 기차로 험한 산을 올라갈 수 있을까 의아했지만 철로를 보니 그 의문이 풀렸지요. 레일 가운데에 또 하나의 톱니모양 레일이 있는 거예요. 기차가 뒤로 떨어지지 않게 톱니를 맞물리며 유럽에서 가장 높은 철도역까지 올라가는 거죠. 

 고산증이 올 수 있으니 말도 아끼고 큰소리로 웃지 말고 뛰지 말라는 가이드의 당부를 여러 번 들었어요. 해발 4158미터를 상상해 보세요. 가방에 넣어온 과자 봉지가 점점 부풀더니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펑하고 터져버리더라고요.

  기차에서 내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만난 산봉우리 융프라우는, 모양이 스핑크스를 연상케 했어요. 얼음덩어리를 이고 있는 바위로 된 산봉우리들은 우리 눈앞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하곤 해요. 바람이 구름과 눈보라를 몰고 다녀서요.  

  빙하를 뚫어서 만든 얼음궁전에도 들어가 봤지요. 이글루 속에 들어있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안에는 얼음동물들이 살고 있더라고요. 곰 모자가 맨 먼저 반겨주더니 독수리와 펭귄도 만났어요. 계속 빙하가 내려앉고 있어서 이 얼음 궁전과 조각들을 주기적으로 다시 다듬고 있대요. 그렇다면 언젠가는 사라져버릴지도...

  전망대의 편의점에서는 반가운 메뉴를 만났어요. 벽에 '신라면'이라고 한글로 쓴 종이가 붙어있더라고요. 얼마나 반갑던지 5유로를 주고 사먹었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았어요. 개운한 작은 컵라면 한 개가 온몸을 훈훈하게 데워주었지요.

 내려오는 길에 산중에 있는 마을들을 보며 이렇게 눈 속에 파묻혀 사는 삶은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박자가 느리겠지요. 너무 바쁜 삶에 휘둘리고 있을 때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갑자기 교통이 두절될 정도로 많은 눈이 펑펑 내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과 단절되어 며칠 푹 쉬었으면. 모든 것을 일단정지 해놓고 지금 내가 잘살고 있는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은 맞는지 점검해봤으면. 그러면 나를 떠나 온갖 데를 쏘다니고 있는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겠어요? 저렇게 눈 속에 파묻혀 살아가는 사람들은 알겠지요. 일상화된 과속에서 벗어나 느린 삶이 주는 미학을...

 기차는 스키를 탄 사람들과 나란히 산을 내려가요. 어린아이부터 머리가 허연 노인까지 스키를 즐기는 모습이 부럽군요. 스키방학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주변 국가에서 몰려와 있어요. 스키를 타고 산을  내려와서 기차에 스키를 달고 다시 올라가네요. 

  기차역에서 만난 사람들이 손을 흔들면서 '곤니찌와' 하고 인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하고 큰소리로 답해주었죠. 어제 니스에서는 '니하오' 하는 인사를 들었는데요. 기분 좋지 않았어요.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는 세계 33위 라죠. 내게는 어느 나라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최고의 나라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죠?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위라는 스위스에 와보니 뛰어난 자연조건 덕분이네요. 국토의 면적이 고작 우리 남한의 반 정도인데요. 높은 산과 연녹색의 호수가 그림속의 동화 같아요.

▲ 융프라우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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