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만 해도 농촌은 '친환경 유기농법'이라는 단어가 판을 쳤지만, 현재는 '자연순환농법'이라는 단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를 처음으로 착안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농법으로 발전시켜,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까지 떠오르며 자연 순환농법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한 우리시 공덕면 소재 『에버그린영농조합법인』(대표 임형관·41세)을 찾아 보았다. <편집자 주>

   
지금 농촌의 대세는 자연 순환농법

▲ 임형관 대표

  지난 2007년 우리시가 전국 최초로 총체보리한우특구로 지정되면서 부터 청보리 등 조사료생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 환율상승으로 인한 비료와 곡물값의 폭등으로 사료값 역시 농가들의 마음을 한없이 무겁게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는 조사료와 같은 대체 사료의 연구와 필요성은 당연한 현상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버그린영농조합법인(이하 에버그린)에서는 '자연 순환농법'으로 농가들의 영농비 절감은 물론 축산농가들에게는 값싸고 질좋은 조사료를 공급하고 소비자들에게는 기호를 충족시키는 친환경 농축산물을 공급한다는 아이템을 연구개발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현재 국가적인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에버그린 임형관 대표(사진)는 "청보리, 옥수수 등의 조사료 생산에 대한 강한 욕구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고 전하며,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화학비료 값이 폭등하는 등 주변의 여러 요건이 맞물리면서, 자연순환농법을 남들보다 조금 빨리 시도한 탓에 지금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설명했다. 

 임형관 대표는 당초 'ㅈ사료회사'에서 유통을 담당하는 직원이었으나, 지난 2001년부터 사업을 구상하고 농가들을 섭외해 10만평의 계약재배로 조사료 생산을 시작했다. 일체의 지원없이 시작한 약간은 버거운 출발이었지만, 2002년 정부로 부터 청보리 등 조사료생산이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2002년 2월 법인설립과 동시, 조사료 재배면적을 늘여가기 시작해 했고, 지난해에는 1350ha에서 3만4930톤을 생산해내기에 이르렀다.

▲ 에버그린영농조합법인의 자연순환농법을 벤치마킹하기위해 전국 각지 기관단체들의 방문이 끊이지않고 있다.

국내산 조사료 종자공장 설립 수출계획

  에버그린에서는 조사료의 생산공급에만 만족하지 않고 있다. 임형관 대표는 이스라엘, 일본, 미국, 영국, 호주 등 낙농축산선진국을 직접 방문해 앞서가는 이들 나라들의 장점만을 추출하여 선진국의 장비를 과감하게 도입,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공법의 조사료 가공시스템으로 생산비를 절감시키는데 성공했다.

 수확·저장·배합·가공에 이르기까지 선진국의 장비를 도입해 농법에 적용한 결과 공장설비와 공정이 1/3로 감소되고 효율성은 급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수확한 조사료분을 독일에서 도입한 'AG백사일러지'에 조사료를 저장한 후, 바로 현장에서 '외부 자주식배합기'를 이용한 배합작업을 실시해 포장 직전의 상태까지 공정이 마쳐지게 된다. 거의 모든 공정이 현장에서 이루어지며, 실제 공장에서는 포장가공 공정만 진행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이어서 공장설비가 크게 필요치 않은 점이 장점이다. 또 제품의 상태도 TMR, TMF 처럼 완제품 상태가 아닌, Semi제품을 지향하는 대신 우군별로 차등을 두어 농장주가 직접 선택하도록하는 신개념적인 생산·판매시스템을 운영 중에 있으며, 농장주들의 반응도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조사료 종자 역시, 자급자족을 위해 지자체의 신활력사업과 정부지원을 뒷받침으로 '종자정선시설공장'설립을 추진중에 있으며, 공장이 가동될 경우, 연간 2000톤의 조사료 종자생산이 가능하게 되어 머지않아 조사료 생산농가의 종자 자급자족 실현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임형관 대표는 "현재 1ha당 150~200Kg의 종자가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차후 100% 자급자족 가능 체계가 확립되고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 오던 종자수입이 수출로 전환되면서 우리나라도 종자수출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축분뇨 자원화 성공 완벽한 순환농법 실현

  에버그린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무엇보다 가축분뇨를 자원화하는 완벽한 자연순환농법의 실현이다. 에버그린에서는 지난해 9월 국비 25억원을 지원받아 8000㎡의 부지에 퇴비창고 2동(1500㎡), 액비 저장조(1만톤), 기계설비 10종 등을 갖춘 1일 처리용량은 100톤 규모의 가축분뇨 자원화 공장을 준공, 본격가동 중에 있다. 

▲ 자연순환농법을 위한 가축분뇨 자원화공장 준공

 가축분뇨 자원화사업으로 인해 지역 축산농가의 분뇨처리 고민이 해결됨과 동시, 생산되는 액비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비료로 활용해 완벽한 자연 순환농법이 실현됐다. 또한 최근 화학비료값 상승으로 인한 농가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돌파구로 작용될 것으로 보여 '1석3조'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오는 2012년부터 가축분뇨의 해양 투기가 전면 규제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토와 농촌지역의 쾌적한 환경유지에도 일몫을 하게 됐다. 또한 시설의 현대화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않았던 악취문제도 해결돼 오히려 농가들로 부터 환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임형관 대표는 "당초 가축분뇨 자원화사업은 전북 최초로 인근 정읍시가 선정되었었으나 시작도 못하고 실패에 그쳤고 다음 선정지인 부안군에서도 역시 실패를 겪은 사업이었다"고 설명하며 "액비사업은 행정적인 절차도 까다롭고 항상 민원이 끓는 사업으로 노하우가 없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버그린에서는 가축분뇨 자원화 공장의 본격 가동이후 8개월간 관내 농경지 400ha에 액비를 살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는 물량이 부족해 감당이 어려운 실정으로, 김제 관내에는 가축분뇨 자원화공장이 2기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에버그린은 얼마전 농림식품수산부로 부터 액비살포, 유통센터관리, 액비제조 등 모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기록, 자연순환농법의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우수액비유통센터'로 선정돼 8천만원의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자연순환농법 접목해 차별화된 브랜드 생산해야

  맥류작물의 사료화, 가축분뇨의 비료화 등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사업을 누구보다 먼저, 누구보다 크게, 또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에버그린의 임형관 대표. 

 어쩌면 농촌에 닥쳐 올 위기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이라도 하듯 혁명가적인 베짱과 전략으로 농촌사업의 성공가도를 달려가고 있는 젊은 인재다.

  임형관 대표는 "자연순환농법에 이은 조사료 생산은 제2의 녹색혁명과도 같다"고 말하며 "농민들도 어려워져 가는 농촌현실을 한탄만 하지말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희망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과감하게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연순환농법은 축산용 조사료생산 뿐만이 아니라, 수도작이나 기타 모든 작목에 접목이 가능하므로, 지역적 특성을 살린 차별화된 농산물브랜드 생산을 준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농업지원정책에 대해서는 "어떤분야든 전문성을 갖출때까지 지원을 집약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언조를 높였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농민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나 건의를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창구를 넓혀야 농촌사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시가 총체보리 한우산업특구로 지정된 것과 맞물려 농가들의 참여가 갈수록 늘어가고, 조사료용 청보리 등 맥류작물의 재배면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실상 이로인해 경종농가 및 축산농가 들의 수익이 점차 증대되고 있으며, 우리시가 자연순환농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가축분뇨의 자원화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자연순환농법의 선구자격인 에버그린의 역할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에버그린 임형관 대표는 농림식품수산부 TF팀 자연순환농법 민간인대표, 농촌진흥청 명예연구관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11일 농업인의 날에는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 에버그린영농조합볍인의 선진화된 조사료용 맥류작물 수확장비

박종혁 기자  pj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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