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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씨의 서유럽 여행기(7)비운의 도시

1. 떠나면서
 2. 런던(영국)
 3. 파리(프랑스)
 4. 알프스(스위스)
 5. 밀라노(이태리)
 6. 로마(이태리)
 7. 폼페이(이태리)
 8. 피렌체(이태리)
 9. 카프리섬(이태리)
10. 베네치아(이태리)
11. 돌아와서

 

   
▲ 폼페이에서
 좀 창피한 일이지만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요. 바로 어제 밤에 호텔 욕실에서 사고가 있었거든요. 호텔은 너무 추웠어요. 대리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 공기까지 더해져 바깥보다도 더 체감온도가 낮았지요. 너무 추우니 옷을 벗고 샤워할 엄두가 나지 않는 거예요. 샤워기가 높이 고정되어 있어서 세면대에서 발이라도 씻으려고 올라갔던 것이 그만, 미끄러져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던 거죠. 웃으시겠지만, 크게 안 다친 것만도 다행이었어요. 호텔이 춥다는 정보는 미리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잤답니다. 

 사실, 여행경비를 아끼려고 실속여행사를 선택했어요. 일반 여행사와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스케줄을 꼼꼼히 살펴보았는데, 똑같은 일정이더라고요. 다만 호텔이 1등급이 아닌 2등급이라는 것이 달랐지요. 그래서 마음을 정했죠. 아직 젊은데 잠자리가 좀 불편하면 어때. 아무리 수준이 낮다고 해도 선진국의 호텔인데 청결의 문제야 있겠어. 시설이 좀 떨어진다는 것이겠지. 

 그런데 수준이 낮은 호텔이라서 난방이 잘 안 되어있는 것이 아니래요. 이곳 사람들은 실제 생활인 거죠. 모두가 내의를 입고 지내고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니 옷을 지나칠 정도로 많이 입거나 털옷을 입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춥게 생활하는데 적응이 되어있고 실내 온도를 높이는 대신 옷을 더 입는 거죠. 

 지나치게 난방을 하는 저 자신을 돌아봐지데요. 온도를 낮추면 우리 몸에도, 지구에도 좋을 텐데요. 우리는 너무나 절약을 잊어버리고 있어요. 우리 어머니 세대는 안 그러셨는데, 우리 아이들은 모든 게 풍성해서 아까운 줄을 모르지요. 잔소리꾼 엄마노릇을 더 해야겠어요. 어쨌든 유럽여행을 가실 때 핫백을 준비하시는 거, 잊지 마세요. 

  춥게 잔 탓에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호텔을 나오니 종소리가 들려요. 고개를 들어 살펴보니 바로 가까운 성당 종탑에서 종이 흔들리고 있네요. 수세기 전에 걸어놓은 종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그 시절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는 듯해요.

  서기 79년 8월 24일 아침, 사라져버린 비운의 도시 폼페이에 왔어요. 로마제국의 화려함을 잘 나타내주는 사치스러운 도시였으나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덮여버렸죠. 3만 명 정도의 생명을 앗아 갔다지요. 분화구 위로 구름이 걸쳐져 있는 베수비오산이 무섭게 느껴지네요. 언제 또 으르렁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것처럼 여겨져서 등골이 오싹해요. 1970년대에 또 다시 작은 분출이 있었다지요. 지금에야 그런 비운이 일어나지 않게 조치를 잘하고 있겠지만 언제 또 깨어나 꿈틀거리지 않을까 동태가 살펴져요. 

  화산재에 매몰된 후 1700년 동안이나 묻혀 있다가 발굴된 폼페이는, 도로나 광장, 시가지, 수로시설 들이 일목요연하게 건설된 계획도시의 면모를 보여 주고 있어요. 길가에는 수도시설을 이용한 식수대가 있고 마차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과속 방지턱도 있어요. 정교한 모자이크 바닥으로 장식되어 있는 집터와 정원들, 훌륭한 사우나 시설이 놀랍고요.

 로마귀족들의 휴양도시였다니 가죽신을 신고 토가를 두른 귀족이 되어 휴양 온 기분으로 어슬렁거려보고 싶었지만, 코를 손으로 막고 가스에 질식한 사람의 석고 유물을 보니 마음이 아파요.

  길바닥에 유곽의 방향을 가리키는 남자의 성기 그림이 있어요. 사창가가 있었던 거죠. 성교의 여러 자세를 묘사한 그림들이 벽에 남아있고 침대가 놓인 좁은 방들을 보니 기분이 묘하데요. 언제 그런 재앙이 있었느냐고 비웃기나 하듯, 베수비오산 바로 턱밑에서 평온히 살아가고 있는 마을 풍경이 새삼스러워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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