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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씨의 서유럽 여행기(9)사랑이 없으면

1. 떠나면서
 2. 런던(영국)
 3. 파리(프랑스)
 4. 알프스(스위스)
 5. 밀라노(이태리)
 6. 로마(이태리)
 7. 폼페이(이태리)
 8. 카프리섬(이태리)
 9.피렌체(이태리)
 10. 베네치아(이태리)
11. 돌아와서

 

   
▲ 피렌체에서
이탈리아는 국토의 80%가 산이라고 합니다. 산악지대인 셈이지요. 그래도 대부분 구릉지라서 산이 많다는 느낌은 안 드네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집들이 산위에 있습니다. 바위산과 어우러져 고성이 우뚝 서 있기도 하고, 아찔한 절벽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기도 합니다. 교통편이 무척 불편할 텐데 왜 산위에 살까,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네요. 패싸움을 자주 하다 보니 방어하느라 위로 올라간 것이었고, 거기다 페스트를 피해서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어요.

 페스트 때문에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어요.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갖춰야 할 것 두 가지가 있데요. 그것은 지식과 사랑인데 이 중 한 가지가 부족하면 다른 쪽이 아무리 많아도 살인자가 되는 불행이 온다는 거죠. 지식은 많았지만 사랑이 부족했던 예는 2차 대전 때 원자탄을 투하한 사건인데, 그로 인해 죽은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도 불구자를 낳는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지요. 그 때 그 원자탄을 날랐던 비행사는 결국 정신병자가 되었고요. 

 사랑만 있고 지식이 모자란 경우는 페스트의 이야기에요.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죽어간 이 전염병이 창궐했던 당시, 한 수도사는 사람들을 모두 성당 안으로 피신시켰다가 전멸되는 결과를 가져와요. 들쥐가 옮기는 병이었지만 사람끼리도 전염이 됐으니 격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인데 몰랐던 것이지요. 이 이야기는 제 삶의 길잡이가 되었답니다.

 오늘 피렌체에서는 관광 일정이 없습니다, 현지가이드의 말이에요. 그냥 르네상스 시대를 산책하자고 하네요. 건물, 골목까지도 중세 때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단테가 지금 살아서 돌아온다 해도 자신의 집을 찾아갈 수 있을 정도라고요. 그 시대 사람이 되어 어슬렁어슬렁 걸어보려고 해요. 저를 따라 오세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비롯해서, 일일이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시성 단테까지도 피렌체 출생이라면 이 도시가 어떤 곳인지 정말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왕성하게 활동해서 르네상스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메디치 가문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요. 꽃의 의미를 가진 피렌체에서요. 근사하지 않나요?

  비운의 정치가이자 대 서사시인 단테를 만난 것이 저에겐 큰 행운이었어요. 베아트리체와의 사랑을 그린 '신곡'의 작가와 함께 거닐어보았으니까요. 그의 생가에 가보았고 베아트리체와 처음 마주쳤다는 오래된 다리, 단테교회도 들어가 보았지요. 평생 가슴에 품었던 단테의 플라토닉사랑을 생각해보았어요. 그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채, 라베나에서 56세를 일기로 한 많은 생을 마쳐요. 작년에 추방명령이 풀렸다는데 돌아오기는 어렵겠지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을 보려고 시뇨리아 광장을 찾아갔어요. 다비드상은 천에 가려져 있었어요. 때를 벗기는 작업을 하느라 그렇다대요. 천에는 실물 을 그대로 그려놓았는데 도시의 미관을 해치지 않으려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 아쉬워서 천 사이로 들여다보았지만 조약돌을 꽉 움켜쥔 오른손만 보이네요. 다윗이 돌팔매 끈을 왼편 어깨에 메고 골리앗이 다가오기를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을 조각한 것이라지요. 이것은 복사본이고요, 원작은 훼손을 막으려고 아카데미아 박물관으로 옮겨져 있어요.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이라는 약칭으로 유명한 두오모성당은 대리석의 녹색과 백색 그리고 분홍색을 기하학적으로 배치해서 여성적인 우아함을 자랑하고 있어요. 단테가 세례를 받았다는 이곳의 황금빛 문에는 숭고한 아름다움이 깃들어있는 듯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죠. 제 숨결이 남아있겠죠. 이곳을 배경으로 만든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를 다시 봐야겠어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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