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쿠스영농법인 대표 황성용씨와 동갑내기 부인 이미라씨

젊은이들이 점차 떠나고 농촌이 갈수록 쇠락해져가는 가운데 30대 중반의 나이에 부농의 꿈을 일구는 농부가 있어 농업에 새로운 희망의 빛을 주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에쿠스영농법인 대표 황성용씨(35·광활면 옥포리)이다. 황씨는 1974년 출생으로 아들이 귀한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황씨의 부친은 황해도 연천 출생으로 6.25전쟁 당시 형님과 광활면으로 피난을 와 정착한 피난민이다. 공교롭게도 큰아버지는 딸만 6자매를 두었고, 황씨의 부친도 딸만 3명을 낳은 뒤 황씨를 얻어 두 집안의 금지옥엽(?)이 되었다.

 집안에서는 귀한 아들인 황성용씨가 농사 짓는 것을 원하지 않아 덕암고(당시 북고) 졸업후 서울에서 재수를 시키면서까지 좋은 대학에 보내려 했다.

  그러나 황씨의 소질은 공부가 아니었던가 보다. 공부가 안돼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군대에 지원했고, 1996년 2월 9사단 백마부대에서 병장으로 만기전역한 후, 바로 귀향해 농업에 투신했다.

돈되는 농사는 뭐든 시도

▲ 양파하우스에서 양파를 선별하고 있는 황성용·이미라씨 부부.

  귀향 1년만에 동갑내기 부인 이미라씨를 만났고, 2000년 결혼했다. 그렇지만 당시 자경논 5필지와 임대 2필지 농사로는 병석에 계신 아버님과 가족들의 생계를 감당하기 어려워 공사장 막노동을 겸해야 했다.

 임대 농사라도 늘리고 싶었지만, 외아들이 농부가 되는 것을 싫어했던 아버님은 토지주들이 아들에게 땅을 빌려주는 것을 말리고 다녔을 정도였다.

 7필지 논농사와 막노동으로는 가난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황씨는 하는 수 없이 부친 몰래 임대농을 늘려가고 누나의 도움으로 콤바인과 이앙기를 구입해 밤낮없이 황소처럼 일했다. 벼 농사 뿐 아니라 염소도 사육하고, 논에 고추도 심어보고, 감자며, 양파며 돈이 되겠다 싶은 농사는 뭐든 시도했다.

주변의 관심과 도움도 큰 힘

▲ 황성용씨와 부인 이미라씨가 콤바인 2대를 운전하며 가을걷이를 하고 있다.

  황씨에게 행운이 찾아 온 것은 2001년 면사무소를 접촉하면서 부터다. 평소 황씨의 근면성실을 익히 알고 있던 면사무소에서는 각종 보조사업이나 특용작물재배를 권했고, 농어촌공사에서도 장기저리융자로 농지구입자금을 지원해 줬다.

 이때부터 황씨는 농업수익 전부를 농지에 투자했다. 농지구입 욕구가 지나쳐 때로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까지 받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을 정도다.

 피난민인 관계로 친척이 없었던 황씨에게 힘을 실어줬던 건 황씨의 누님과 부인 이미라씨의 언니였다. 농지구입때마다 거액의 현금도 빌려줬고, 카드마저도 서슴없이 내놓았다. 이들의 고마움과 믿음을 저버릴 수 없어서도 황씨는 게으를 시간이 없다.

 벼농사만으로는 희망이 없어 남들과는 차별화된 농업을 시도했고, 마침 새로운 대체작물을 시도할때마다 보조금도 뒤따라 농사운도 맞았다. 그렇지만 황씨에게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영농비도 건지지 못하는 일이 허다했고, 2003년도에는 아버님과 친형제처럼 지낸던 동서를 잃는 등 한해에 5번 상을 치르는 아픔도 겪었다.

황성용씨는 농한기가 없다

▲ 지난 3일 지역민들의 큰 관심속에 에쿠스영농법인 주관으로 광역살포기 시연회를 가졌다.

  3년전에는 농부로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국내산 최고로 여기는 승용차의 이름을 따서 '에쿠스영농법인'을 설립, 자신의 농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부지런한 농부 황씨에게는 농한기가 없다. 10월 추수가 끝나자마자, 감자밭 로타리에, 11월초까지 보리파종, 양파심기, 감자하우스 뼈대 설치 등 눈코뜰새가 없다. 11월 중순에는 비닐덮기, 12월초 하우스감자 심기, 쑥갓·양상추 심기를 마치고, 이들을 잘 관리해 5월에 감자수확을 마치면, 다시 양파와 총체보리·찰쌀보리를 수확하고, 바로 모내기 준비를 해야한다.

  평소 기상시간은 새벽 4시반이지만, 보리 수확때는 1~2시간 잘때도 허다하다. 평소 밝고 낙천적인 성격인데다 타고난 건강으로 힘든일을 이겨낼 수 있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힘을 주는 건 사랑스런 아내와 두 아들(7살, 8살),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살피고 싶은 소중한 친척들이 있기 때문이다.

논 100필지 갖는게 꿈

  황씨는 올해 청보리 37필지, 찰쌀보리 5필지, 하우스감자 3필지, 양파 6필지, 벼농사 60필지로 조수익은 4억5천을 내다보고 있으며, 순수익을 따지면 연봉 2억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장비만도 트랙터가 5대, 콤바인 2대, 운영탱크 4대, 이앙기 2대, 50톤 건조기 1대, 62석 건조기 4대, 경운기·승용관리기·지게차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며, 200평 규모의 보관창고를 신축중이다.

  최근에는 자신 뿐 아니라 면민들을 위해서도 공동방제를 위한 광역살포기를 구입하려하고 있다. 광활면은 타지역에 비해 경지정리나 농로포장이 잘돼 있어 광역살포기가 적합하고 10분이면 12필지에 농약을 살포할 수 있기 때문에 인력절감의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황씨가 2004년부터 사들이기 시작한 논은 현재까지 40필지에 달한다. 제대 후 귀농 당시의 자산규모를 현재로 계산하면 3억5천에 해당하지만, 현재 그의 자산은 10배에 달하는 35억 규모다.

  황씨의 목표는 논 100필지를 갖는 것이다. 농부에게 땅은 모든 것의 원천이며 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투기바람과 거품으로 땅값이 오르면서 땅은 점점 농부들의 몫이라기 보다는 도시 재산가들의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의 꿈이 이뤄질지는 미지수 이지만, 그는 꿈을 향해 오늘도 새벽공기를 마시며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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