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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사색문집 기획연재 - '굿바이 어리광'다름

   
▲ 김 영(만경여고 교사)
  대학교 4학년 겨울 방학 때 나는 벼르던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요. 

 전주에서 익산으로 가서 완행열차를 타고 목포에 내렸어요. 목포에서 순천으로 다시 진주로 다녔어요. 코펠과 버너를 가지고 다니면서 밥은 해 먹었고, 교통비와 숙박비 외에는 지출이 없는 여행이었지요. 

 부산 을숙도에 갔을 때는 마침 굿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어요. 무당이 귀신 들린 여자에게 소금을 뿌려가며 주문을 외어 귀신을 쫓아냈지요. 여자의 정신을 온전히 돌려놓는 무당을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내가 믿는 종교 말고 다른 종교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틀렸다고 거부하지 않고 다르다고 인정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리곤 용왕제를 지내는 것 같았어요. 귀하디귀한 겨울참외를 을숙도 바다에 풍덩풍덩 던져가며 굿을 했어요. 무당이 굿을 끝내기도 전에 우리는 그 자리를 빠져나와 물결을 따라 걸었어요. 서로 생각이 같았지요. 교회에 다니고 있던 우리들은 무당은 마귀라고 생각했고 제물을 저렇게 버리는 것은 죄라고 생각했거든요. 마침 배가 고프기도 했고요. 

 참외가 낙동강의 물굽이 하나를 돌자마자 우리는 참외를 건졌어요. 껍질째 한입씩 베어 물고 나머지 참외도 모두 건져 배낭에 담았지요. 참외덕분에 시장기를 면한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갈대밭에 앉아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극장에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애국가를 반드시 들어야 했는데 애국가 중간에 새떼들이 하늘가득 날아오르는 장면이 있었지요. 황홀했어요. 그 화면을 찍은 곳이 을숙도라는 이야기며 을숙도가 새가 자고 가는 섬이라는 뜻이라고 들은 기억이 있었거든요. 사진기 하나 없이 그저 새떼가 저녁하늘에 가득 날아오르는 장면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오후 한나절 내내 을숙도 같대 속에 들어앉아 있었던 생각이 나요. 노을이 지는 하늘에 새떼가 나는 것은 막배 시간 때문에 보지 못했어요. 부산에서 포항으로, 포항에서 경주로, 한반도 남쪽을 훑어서 돌아왔어요.

오늘은 아침 6시부터 올레 5구간을 걸었어요. 제주도에서 잠시 일행이 되어 걷던 오선생이 매미 우는 소리를 듣더니 매미가 울면 장마가 끝난다네요. 여전히 하늘은 캄캄했고, 공기는 후텁지근했어요. 장마가 끝난다니 믿기지 않았지요. 기상예보에 의지하고 사는 나와 다르게 '날씨를 저렇게 예측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장마중이고, 지금 간간이 빗낱까지 듣고 있는데 매미소리 하나로 일기를 예단하니까요.

  제주 서귀포의 남월포구에서 시작해 쇠소깍에서 끝나는 올레 5구간을 걷다보면 신그물이라는 마을을 지나게 돼요. 다 허물어져 가는 제주의 전통고가가 눈에 들어와 사진기를 들이대려고 집 가까이 다가갔어요. 바로 옆집 마당 끝 화장실에 한 남자가 바닷가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앉아있었어요. 몸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채 말이에요. 얼마나 놀랐던지 막 허든거리게 되더라고요. 간신히 발길을 다잡고 동행들에게 말했더니 제주 토박이 오선생이 여기는 올레길이 생기기 전에는 사람왕래가 많지 않던 길이라 사람들이 자유롭대요. 아니 아무리 자유롭다고 해도 집 안에 있는 화장실도 아니고 마당에 있는 화장실까지 옷을 입지 않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내가 사는 방법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어요. 외간남자의 알몸을 본 사람은 일행들에게 반드시 커피를 한잔씩 사야한다는 농담으로 어색한 상황을 끝내고 다시 걸었지요.

  제주의 바닷가에는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이 아주 많아요. 짠물인 바닷물 속에서 담수가 솟아나지요. 제주 사람들은 이런 곳에 야외 목욕탕을 만들어 놓았어요. 남탕과 여탕을 구분해 놓고 노천욕을 하지요. 신그물에도 이런 목욕탕이 있었어요. 우리가 언덕길에 올랐을 때 노천목욕탕에서 남자가 몸을 닦는 게 보였어요. 원래 야외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옷을 입으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게 만들어 놓았어요. 그런데 이 남자는 바다가 시작되는 곳까지 걸어 나와서 몸을 닦고 있으니 길에서 보일 수밖에요. 마당의 화장실에 벗은 몸으로 들락거리는 생활습관과 노천욕을 하고 툭 터진 바닷가까지 걸어 나와 몸을 닦는 사람의 습관은 우리와 다른 거였어요.

  용왕제를 지내는 무당굿과 알몸으로 집 밖에 나온 사람들을 그동안 나는 틀렸다고 말했어요. 나와 다르면, 내가 인정하기 싫으면 틀렸다고 했지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지 않았어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도 정말 단호하게 틀렸다고 말했어요.
  세상에나! 소코를 내 코라고 주장한 적도 있네요.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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