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수 시민기자

  그것도 선거에 사용되는 비용이 아니라 직접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봉투의 두께와 관련이 있다.

  노골적으로 봉투를 요구하는 유권자인 조합원에게도 주장할 만한 근거가 있다. 특별한 능력이나 이력도 없이 당선 되려면 4년 동안 받는 연봉의 반은 마땅히 우리에게 주어야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는 실비를 받는 이사나 감사선거에서 대의원의 주장도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후보에게도 그만큼 써도 되는 이유는 있다. 그 돈 주어도 남는 돈이 더 많고 명예가 덤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평생 애써서 덕을 쌓아 당선 되는 것보다 선거 철에 잠깐 눈감으면 되는데 굳이 애써 유권자의 마음을 잡으려하지 않는다.

  후보는 유권자에게 봉투를 건네는 용기(?)가 있고 유권자는 받는 돈의 액수에 따라 표를 주는 신의(?)가 있다. 

  돈 만 받고 다른 유능한 사람 찍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겠지만 착한 시골 사람에게 그런 변절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받은 만큼 찍어주는 신의성실의 원칙이 엄격하게 지켜져야 선거때마다 후보자가 돈을 물쓰듯하지 원칙이 무너지면 어떤 후보가 돈을 쓰겠느냐는 것이다. 

  돈을 쓰는데도 문제는 있다. 마치 경매와 같아서 상대가 나보다 더 쓰면 돈을 써도 효과가 없다. 상대의 배팅에 콜을 하든 죽든해야하는 도박판처럼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상대 후보의 마지막 카드를 읽으려고 혈안이 된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 잘나가던 농업인이 조합장선거에서 떨어지고 패가 망신했다는 얘기는 늘 반복되고 있다. 이는 당사자의 불행만이 아니고 우리 농업인의 불행이며 농촌의 불행이다.

  농협 이·감사 선거도 별반 다를게 없다.

  대의원 총회 구성원이 수년째 크게 변화가 없고 한번 대의원이면 영원한 대의원인지 연로한 조합원들이 대부분으로 총회 플래카드만 없다면 말그대로 경로당이 따로 없다. 

  지지를 부탁하는 후보에게 요즘은 돈 안쓰면 안된다며 친절하게 예전의 예를 들어 얼마정도는 몇사람에게 써야한다는 조언까지 해준다.

  이정도면 금권선거가 이미 관행처럼 굳어져 사람들의 마음에 불법에 대한 의식조차 없는 것이다.

  예로부터 노인들은 인생의 지혜가 있고 세상에 대한 욕심을 접어서 사사로운 이익에 혹하지 않고 공명정대한 판단을 하는 까닭에 원로들의 의견은 항상 중요시 되었다.

  하지만 작금의 농협 원로 대의원은 어떤가?

  나이 들어 자식도 외면하는 판에 선거철이면 후보로 나선 쟁쟁한 사람들이 손에 뭐라도 들고 찾아와 굽신거리며 부탁을 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만 심어주면 앞 다퉈 두툼한 봉투를 전하기도 한다.

  일 년에 서너 번 총회라도 있는 날은 명절 날 십만원 든 봉투 눈치 보며 넣어 던지는 자식들의 치사한(?) 용돈보다 정성스럽게 전달되는 회의 실비가 있고 명절에 담당 직원이 선물이라도 사들고 찾아 오는 순간엔 세상이 아직 나를 잊지 않았다는 확신을 갖는다.

  이정도면 죽는 그날까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선거에 진 자는 살림이 거덜 나서 떠나고 맑고 능력 있는 젊은이는 그런 선거판이 싫어서 등을 돌린다. 

  금권선거를 원천적으로 막기위해서는 평소 조합과 지역을 위하여 일한 이력만으로 후보를 평가하는 조합원의 의식이 깨어나야한다.

  이·감사를 선출하는 대의원 역시 농촌의 정서상 선거에 의해 기존 대의원을 교체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연임금지규정을 신설하여 자연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촌의 미래를 책임 질 농협이 썩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이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하는 것일까.

조영수 시민/객원기자  twod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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