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에 다녀왔어요.
  여니 때와는 달리 무대 위로 올라갔지요. 늘 객석에서 올려다보며 부러워하던 자리에요. 하우스콘서트가 열린 거죠, 연주자나 감상하는 자가 같이 마룻바닥에 모여 앉는 거예요. 바로 코앞에서 연주를 하니 귀로 들을 수 없는 아주 여린 소리가, 눈으로 보였어요. 섬세한 표정, 숨소리가 여운을 느끼게 하더군요.
 
  해금연주가가 온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 갔지요. 쉽게 만날 수 없는 국악의 고수라 했어요. 재능기부로 우리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천원의 입장료로 만날 수 있었던 거예요. 도라지타령, 아리랑 등 귀에 익은 전통음악 뿐 아니라, 탱고, 클래식까지 다양한 곡을 연주하더군요. 콘트라베이스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아까운 시간이었어요. 여럿이 함께 못 온 것이 아쉽기만 했지요.
 
  예전에 허리에 고정 띠를 매고 서서 하는 해금연주를 본적이 있어요. 참 멋져 보이더라고요. 대부분 앉아서 허벅지에 해금을 받히고 연주하잖아요. 여건상 여럿이 합주를 할 때, 혼자만 앉아서 연주하면 어색하긴 하죠. 그런데 저에게 해금을 가르쳐주시는 스승은, 이제 전공하고 있는 학생 선생님이지만요. 서서 연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시대요. 쇼맨십 같은 것이라고요. 해금을 존중하는 태도가 좋아 보이대요.

  해금을 배우는 일은 쉽지 않았어요. 바쁜 일상에 쫓겨 악기에 몰입하지 않는 탓이지요. 열곡이 넘는 곡들을 악보도 없이 소화해내는 연주자가 참 대단해 보였어요.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으면 활대가 스치는 부분의 해금 나무통이 깊이 파여져 있더라고요.

  올해 하우스콘서트는 전국 100개의 장소에서 열렸어요. 그래서 다른 연주 장소에도 가볼 수 있었지요. 첼로와 피아노의 협연이었는데요. 연주자와 가까이 앉아 있으니 저도 공연의 일부가 된 기분이었어요. 첼로 소리가 제 안에서 울렸지요. 현을 짚을 때마다 어린 시절이, 혹은 아팠던 기억이 떠오르데요. 어느새 몸에서 스르르 빠져나와 음률을 타고 춤을 추었지요.

  활이 현을 떠난 후에도 계속되는 왼손의 바이브레이션을 보면서 우리 집 뜰의 백일홍이 생각났지요. 처음 옮겨와 심었을 때 지름이 12cm인 참 늠름한 녀석이었어요. 그런데 그 이듬해 유난히 추운 겨울을 나면서 그만 냉해를 입고 말았어요.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키우기 쉬워 부산에는 800년이 넘은 나무도 있다는데요. 겨울엔 짚으로 줄기를 감싸주고 가지를 많이 쳐주었더니 다행히 점점 생기를 되찾고 있어요. 다른 나무보다 잎도 늦게 나오고 꽃도 늦게 피우지만 그만 한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7월에서 9월까지 오래 꽃을 피우기 때문에 백일홍나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밖에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르는데, 가지를 만지면 나무가 간지럼을 타고, 또 원숭이도 오르기 어려울 정도로 매끄러운 나무라는 것을 뜻하지요. 국화과에 속하는 백일홍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고요.

  배롱나무는 새순을 내어 그 줄기 끝에 꽃을 피워요. 붉은색의 꽃이 원추꽃차례를 이루어, 마치 하늘로 쏘아 올리려는 축포 같아요, 막 돌고 있는 바램개비 같기도 해서, 삶을 응원하는 듯해요. 꽃잎이 너울너울 주름진 것이, 어릴 때 엄마가 묶어주시던 붉은 꽃 리본을 닮았네요.

  배롱나무 꽃처럼 축제 같은 삶을 원하지만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는 것이 아니지요. 기초 문화공연을 튼튼히 하고 싶은 의지로, 자택을 개조해 처음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해서 11년을 이어온, 한 예술 감독 덕분에 마음이 부요해진 여름이에요.

  혹, 바람개비가 돌지 않는 것이 바람이 불지 않는 탓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힘차게 앞으로 달려 나가보게요.

▲ 사진 : 최진만 배롱나무꽃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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