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익현 김제협동조합아카데미 이사

  그러나 그 활동은 미약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대부분 개점휴업인 상태로 처음부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만을 기대하고 설립된 탓이리라.

  그러나 협동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를 지배하던 자본주의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으로 인한 1대99 사회 양극화와 자연환경의 역습을 초래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식량·에너지·기후변화 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나 재작년 미국의 월가점령시위가 그 단적인 예이다. 

  이제 경제민주화와 복지, 협동과 연대, 순환과 공생은 시대적 요구가 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협동조합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주체로서 그 효용성을 주목받게 되었다. 이때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흔들리지 않고 경제위기를 극복한 나라, 특히 특정 지역은 시사 하는 바가 크다. 협동조합으로 지역경제가 움직이는 도시-스페인의 몬드라곤, 이탈리아의 볼로냐, 캐나다의 퀘백의 경우는 그다지 높지 않은 자원과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평균보다 50%이상 높은 GDP를 자랑한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는 8천개의 협동조합이 지역경제의 45%를 차지하면서 해고 없이 2008년 금융위기를 건넜으며, 스페인의 몬드라곤 120여 개 협동조합 8만5천여 직원 역시 안정된 고용이 보장됐다. 협동조합은 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고 위기가 닥치면 내부에 유보된 자금을 활용하여 해고를 막고 고용을 유지해나간다. 캐나다의 퀘벡에는 인구 770만명보다 많은 880만명의 조합원을 가질만큼 협동조합이 보편화되어 있는 도시다. 이처럼 협동조합을 통한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을 튼튼하게 담당하고 있다. 

  이들 도시에서 협동조합이 성장한 배경에는 협동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여기에 협동조합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헌신성과 행정에 편의를 제공하는 지자체의 공무원들과 신용협동조합 같은 협동조합 형태의 금융권이 뒷받침되어 협동조합을 지원했다. 물론 가장 중요했던 것은 그 조합의 조합원들의 자조·자립·협동의 정신이었다.

  2012년에는 UN이 정한 '세계협동조합의 해'였다. UN은 이미 자본주의의 취약점과 한계를 보완하고 극복하는 협동조합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새로운 사회경제발전의 추동력으로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에 전 세계 회원국들에게 협동조합 발전을 위한 법 제도 정비 등을 권장하였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협동조합은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일깨워주었다"라고 말했다.

  다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협동조합은 누가 뚜렷한 길을 제시해주지도 않고  거들어주지도 않는 미로다. 스스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다행히 우리 지역의 시의원들도 연구단체를 만들어 지역의 활동가들과 함께 협동사회경제의 선진지를 견학하는 등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기대가 되는 일이다. (다음호에 계속)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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