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김제시민의신문

당초 낙승이 예상됐던 이건식 시장이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불과 613표차(1.23%)로 힘겨운 신승을 거뒀다. 당선 이후 이 시장은 본인 스스로도 농담삼아 "용궁을 갖다왔다"고 할 정도로 깜짝 놀란게 사실이고, 이는 놀람을 넘어 본인에겐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이 시장은 '전국 최초 무소속 3연속 시장 당선의 영예'라는 거판한 타이틀을 갖게 됐지만, 여느때와 달리 이 시장의 얼굴은 밝지 못했고 시장선거 캠프도 '경사집' 보다는 '초상집'에 가까운 분위기 였다. 4년전에는 '누가 공로자인가'를 자처했다면, 이번에는 '누구 탓인가'를 찾은 느낌이었을 정도다.

과연 이러한 결과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이 시장 스스로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시장은 지난 8년동안 선거를 위한 시정을 펼쳐왔다. 사소한 수상 하나에도 시내는 온통 현수막으로 도배질되었고, 시작은 요란했으나, 슬그머니 자취를 감춰버린 사업들도 많았다. 내실은 없고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시민들이 식상해진 탓일 것이다.

45%의 시민들은 이 시장을 선택했고, 55%의 시민들은 이 시장을 외면했다.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이 시장을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이 시장은 지난 8년 김제시 발전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노라고 자부하겠지만, '공'에 비해 '과'가 많았다는 시민들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지평선산단은 조성 과정이 투명하지 못한 가운데 불안하게 나아가고 있으며, 인사때마다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무슨무슨 사업이 우리시로 잔뜩 유치됐고, 국비를 엄청 가져왔는가하면 김제시가 많은 상을 받았다고 요란하지만, 시민들이 체감하는 김제시는 갈수록 어려운 형국이다.

김제시는 선거를 1개월여 앞두고 "민선 5기를 맞은 이건식 시장의 공약 이행율이 96%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많은 언론들이 이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4년전 제시했던 9개분야 21개 사업의 주요제목만 보더라도 미흡이 아니라 전혀 추진되지 못한 사업도 허다한 실정임에도 "평가결과 완료사업 41개, 정상추진 사업 10개, 추진이 미흡한 사업 2개로 나타났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렸었다.

어쨌거나 이 시장은 김제시민들께 많은 은혜를 입었다. 이 은혜는 앞으로 4년간 김제시를 위해 사심없이 달려도 다 갚지 못할 빚이다.

3선이라는 목표에 도달했으니 이제는 현수막행정을 멈추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그간 시민들께 약속했던 사업들을 면밀히 검토해 선심성 사업이나 전시성 사업은 폐기 또는 중단하고 김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만 골라 남은 4년을 바쳐야 한다.

시장 선거 직후 시청내에 살생부가 있다는 괴소문이 돌았고, 누구누구의 이름이 거명되기까지 했다. 나를 도왔건 남을 도왔건 선거에서 공무원이 중립을 지키지 못한 것은 모두가 처벌의 대상이다. 논공행상은 구테타에 성공한 역적이 하는 일이다.

이번 인사를 지켜볼 것이다. 그간의 인사를 돌아보면 이전까지는 없었던 기준이 갑자기 생기면서 요직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는가하면, 난데없이 서열안에 들어온 공무원이 앞서열에 있는 2명을 제치고 승진하는 초유의 인사도 있었고,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이 갑자기 한직으로 밀려났으며, 이미 배정했던 자리임에도 격무부서이기 때문에 바꿔치는 사례까지 속출했다. 또 과거에 업무상 문제가 있었던 공무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영전했고, 격무부서에서는 한번도 근무하지 않고 업무능력도 떨어지는 공무원이 초고속으로 승진해 승진서열의 앞번호에 버티고 있다.

이건식시장이 직언이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무원 조직도 서서히 예스맨들로 교체 또는 변해갔다.

이제 이 시장은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그간 잘못한 것들을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 공무원들이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청탁과 줄서기를 엄단해야하고, 아부에 익숙하지 못해 밀려났던 공무원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

앞으로 4년, 부디 이 시장이 모든 일을 슬기롭게 잘 마무리해서 퇴직 후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시민들의 존경을 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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