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괜찮으세요?
  지금 겪고 있는 아픔은 고통이 아니라, 사명입니다. 아파본 사람만이 그 아픔을 겪는 사람을 진정 안아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땅을 품어보겠다는 뜻을 온전히 펼치기 위해서는, 더 깊고 넓은 가슴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어요?

  겁이 났어요. 지난번에는 무척 힘들어하셨잖아요. 패배한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두어 달가량 두문불출 했지요. 잠도 못자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서, 결국은 신경정신과까지 갔던 일 기억해요? 하지만 이번에 당신 모습은 전혀 다르네요.

  알아요. 내가 염려할까봐 별일 아닌 척, 씩씩한 척하는 당신 마음 알아요. 하지만 응원해 주셨던 분들을 만나면 가슴 밑바닥에 눈물부터 고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당선 축하 플래카드를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잖아요. 아직도 결과가 믿어지지 않잖아요. 그 많은 분들이 애써주셨고 도움을 주셨건만...

  그래도 당신, 대단해요.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다니며 감사 인사드리는 모습, 멋져요. 부족했던 점을 짚어보며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당신, 자랑스러워요. 그리고 당신을 지지한 분들이 더 애달파 하네요.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해주네요. 더 많이 돕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네요.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고통이 아닙니다.

  암과 투병중인 한 어르신이 찾아오셔서, 낙선한 사람과 암에 걸린 사람은 비슷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수술을 여러 번 했고, 전이가 되어 기약이 없는 싸움을 하고 있지만, 가족의 사랑만이 견뎌낼 힘을 주고 있대요. 낙선은 다음 기회가 있으니 그래도 괜찮은 거라고, 잘 먹게 해주고 용기를 주는 말을 해주라고 제게 당부하시네요.

  그래요. 당신만 건강하게 제 옆에 있으면 돼요. 모든 것을 걸어 승부했던 당신의 열정, 멋졌어요. 결과는 하늘에 매었으니 맡기기로 해요. 인생을 정직하게 그리고 용기 있게 직면한 당신은, 강철처럼 야무져졌고, 많은 사람을 얻었어요.

  벌써 세 번째 도전이지요. 이 길이 얼마나 힘겨운지 알기에, 아내가 제일 말린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런 말을 한 번도 꺼내본 적이 없어요. 왜냐면 당신이라면 제대로 할 수 있겠구나, 마음으로 믿어졌기 때문이에요.

  선거를 통해 삶의 자세를 배웠어요. 내가 이렇게 열렬히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어지데요. 연애할 때 이랬을까요? 아니에요. 그보다도 더 몰두하게 되는 일이 선거더군요. 주어진 생을 불태우듯 열렬히 사는 것이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신이 단련시키고 있는 것이 느껴집디다. 아직 덜 여문 저에겐 여간 힘에 부친 게 아니었지만요. 연단되는 일이 어디 쉬울까요. 용광로 속에서, 뜨거움에 데이고 망치질에 멍이 들어 다 녹아야, 비로소 정금같이 되니까요. 겨우, 나, 내 가정, 내 주변에서만 맴돌았는데, 누구나 차별 없이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천국과 지옥을 번갈아가며 경험한, 비싼 값을 치르고 나서 얻은 귀중한 보화에요.

  너무 힘들면 교회 강대상 아래로 가서 무릎을 꿇곤 했지요. 실컷 울어버리고 나오다가 화단에 피어있는 붉은 작약을 보았어요. 그 속에 가득 차 있는 노란 수술이 얼마나 환하던지요. 어찌나 많은지 응원단 같았어요. 여러 마음들이 모여서 벅찬 감동을 이루는구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는데,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당신, 힘내세요.
  세상에서 당신은 단 한사람이지만, 저에게는 당신이 우주요, 세상입니다.
 
 

▲ 사진 최진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