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전 본지는 1면 머릿기사로 '정읍시와 고창·부안군 등 서남권 3개 시·군이 사용할 화장장이 금산면 인근인 감곡면 통석리 290-2 일원(구 천애가든)에 추진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한 바 있다.

  정읍·고창·부안이 협의해 선정한 화장장 예정지의 위치가 고창·부안군에서는 동떨어져있고, 정읍시 행정구역에 포함되지만, 정읍쪽과는 산자락 반대편인 우리시 방향이고 많은 시민들이 우리시 관할인줄 알았던 지역이기 때문에 더욱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김생기 정읍시장과 이강수 고창군수, 김호수 부안군수가 정읍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서남권 광역 공설화장시설 건립부지를 감곡면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할때까지도 우리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뒤통수를 맞았다. 3개 시·군이 화장장부지를 확정·발표할 때까지 우리시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시의 정보부재 및 대처능력 부족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들 3개 시군은 총 88억원을 투입, 화장소각로 3기를 포함한 부대시설을 올해 6월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감곡면 현지 주민과 우리시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주춤한 상태다.

  이들은 화장장이 건립되는 감곡면에 지역주민 공동사업으로 총 70억원을, 사업부지 인근마을(반경 1㎞이내)에는 30억원의 사업비를 각각 지원할 계획이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금산면 주민들은 '솥튼재 화장장 설치를 반대하는 김제시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읍시청과 도청 등에서 수차례 농성을 벌이며 정읍시의 파렴치한 위치 선정에 분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리시에도 화장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 들면서 최근 5년간 우리시 사망자는 매년 1천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우리시에 화장장이 없어 화장장 예약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화장을 하지 못해 4일장을 해야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화장비용도 화장장을 갖고 있는 지역은 5만원만 부담하면되지만, 김제시민은 30만원을 내야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큰 상태이고,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우리시도 서남권화장장에 합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화장장 문제로 우리시와 정읍시가 마찰을 빚자 지난해 12월 전라북도갈등조정자문위원회가 갈등해결을 위한 토론을 벌여 5개항의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내용을 보면 ▲김제시는 정읍시 감곡면 통석리 현 부지에 공동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시설비용분담금에 대해서는 3개시군과 동등하게 인구비례로 부담하며, 김제시민들은 3개 시군 주민과 동등한 자격과 조건으로 화장시설을 이용한다 ▲김제시는 화장시설부지 주변 주민지원기금으로 고창군·부안군에 준하여 15억원을 부담해야 하나, 이를 면제하는 대신 김제시 부담으로 김제지역(금산면, 봉남면 등)민원을 해결한다 ▲3개시군은 김제시 참여로 줄어드는 사업비 중 50%를 김제시에 지원한다 ▲정읍시는 화장시설 건립 시 최대한 지하화하고, 국내·외 최첨단 공법을 적용하여 무연·무취 화장로, 배출가스 자동정화 시스템, 차폐시설 등을 설치해 주변 지역 주민들의 환경오염 우려 해소 및 정서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 ▲3개시군과 김제시는 원활한 사업추진을 위해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시설비용 분담 등을 포함한 화장시설 공동참여 및 이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다 등이다.

  갈등조정위측은 이번 조정의 배경에 대해 "권고안은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어야 하고, 김제시 또한 화장장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공동참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건식시장은 발표당일 기자회견을 갖고 "갈등조정자문위의 결정이 심히 유감스럽다"고 반대의사를 밝히고 "조정권고안에 대해 김제시민의 종합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추진방향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지난 7월 정읍시는 화장장 착공을 앞두고 우리시에 공문을 보내 7월 18일까지 답변해 달라며 광역화장장 참여의사를 물었지만, 우리시는 주민의견 수렴결과에 따라 최종 회신을 하겠다며 답을 미루고 있다.

  시는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달 6일부터 8일까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시민 300명을 대상으로 ARS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이통장 731명에게 우편으로 설문조사를 마쳤음에도 집계가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조사내용을 공개하지 않은채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건식 시장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용기가 없는가보다. 이시장은 뻔한 답을 두고도 눈치를 보고 있다. 피해가 예상되는 금산면과 봉남면 지역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우리시도 함께 참여해야 옳다. 서남권화장장은 지난 4월 안전행정부가 실시한 정부3.0 우수사례 공모에서 지자체간 협력을 통해 사회기반시설을 공동활용한 협업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정읍시의 답변요구를 무시하다가 3개시군이 김제시를 제외하고 화장장을 추진하게되면, 우리시만 화장장이 없는 유일한 지역으로 외톨이가 될 공산이 크며, 우리시 단독으로 화장장을 건설하려면 이때 또한 주민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하고 화장장이 건립된다해도 우리시 단독으로 운영하려면 막대한 운영비를 허비해야 한다.

  이시장은 신속히 공동참여의사를 밝히고, 인근 금산·봉남면민들의 상처를 치유할 방안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고민이 길어지면 주민간 갈등만 고조되고, 아쉬운 입장에서 3개시·군에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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