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은 우수한 공군력으로 베트콩지역을 맹공격하고 있었다. 당연히 지상군의 가치는 전투기에 비해서 중요하지 않았고 비행기지 경비는 소홀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때 베트콩 군인 네댓명이 박격포를 인근 논에 설치하고 전투기 20여대를 파괴한 후에야 기지내 지상군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지만 이미 엄청난 피해를 입은 후였다. 이 사례는 요즘 한국농업이 보여주는 모습과 유사한 면이 있다.

  신지식인과 전자상거래, 관광과 체험을 위주로 한 6차산업의 육성에 치우쳐 제대로 된 농산물 생산을 위한 토양관리와 병충해관리 등 재배기술보급과 관리분야를 소홀하게 만들고 있다.

  경종분야에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는 뒤진 농가이고 제조나 가공품을 인터넷상에서 팔면 앞선 농가인것처럼 수다를 떠는 행정의 태도가 현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제조와 유통분야에서도 농가의 조직관리와 구조개선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 보다는 저온창고나 공판장 신축, 가공공장 건축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우쳐 정작 전국의 영농조합 시설물은 사유화되거나 폐허가 되어가는 것이 현실이며 이는 마치 캐딜락 승용차를 말에 매달아 끌고 다니는 우스운 형국과 같다.

  최근 농업정책의 화두는 1차 산업인 농업에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과 3차 산업인 체험과 관광 등 서비스업을 복합한 개념인 6차 산업의 육성이다.

  이는 1차 산업인 농업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추세때문에 농업 외적인 요소인 제조와 서비스를 접목시키려는 시도로 농업분야의 수익 창출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날개가 큰 새일지라도 땅을 박차로 뛰어오를 두 다리가 없다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없는 것처럼 당당하게 자리 잡은 1차 산업이 존재하지 않는 한 6차 산업은 농업분야의 신기루일 뿐이다.

  6차 산업의 구호 뒤에는 농업인의 미래와 수익성 대신 십년대계 농업의 본질을 무시하고 당장 결과를 보여 줘야하는 근시안적인 정치인들의 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6.4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투자와 산업의 유치보다는 한결같이 문화행사와 축제, 체육과 관광을 외치는 것이 그것이다.

  1차산업인 농업의 몰락은 농업에 종사하는 대다수 농업인의 몰락을 의미한다. 옛말에 제 딸이 이쁘면 시집보낼 걱정 않는다고 했다.

  진정한 농업의 활로는 당장 발아래 위험에 처해있는 1차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투자의 증대와 관리를 선행하고 활로를 모색한 뒤 이를 바탕으로 농업인 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농업환경을 점차적으로 제공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조영수 시민/객원기자  twod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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