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용화동 마을.

  가끔 고향이 생각나고 어머니가 그리워지면 무작정 찾아 답답함을 달래는 곳이다. 먼발치에서 내가 살던 집과 마을, 학교를 들러보고 금산사 나무 그늘에 앉으면 모든 상념이 사라지고 어느새 마음의 위안을 얻곤 한다.

  고향과 금산사를 찾는 날이면 꼭 들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ㄱ'자 교회로 널리 알져진 금산교회이다. 어릴 적 크리스마스 날이면 동네 소꿉친구들과 과자선물을 나눠먹던 즐거운 추억이 서려있기도 하지만 내 마음속의 영원한 스승인 고 조세형 선배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가르침을 받고자 찾는 곳이다.

  금산교회는 잘 알려진대로 호남 개신교의 성지이자 교회의 설립과 부흥 과정 등이 한 시대의 획을 긋는 우리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소중한 문화재(전라북도 문화재자료 136호)이다.

  1905년 미국 남장로교 L.B 테이트 선교사의 목회로 시작된 이 교회는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라는 봉건적 관습에 따라 예배당의 남신도와 여신도 좌석을 'ㄱ'자로 구분한 독특한 건물 구조로 문화적 가치를 드높이고 있다.

  또한 이 교회는 이자익이라는 머슴과 조덕삼이라는 당시 이 고을 최고의 부호가 나란히 입교했는데 상전이 머슴을 목회자로 섬긴 아름다운 사연을 전설처럼 간직하고 있다.

  당시 경상도에서 먹고살기 힘들어 전라도로 일자리를 구하려 온 이자익이 금산리 부호인 조덕삼의 마방에서 머슴으로 일하게 됐고, 똑같이 입교하게 됐는데 교회가 커지자 장로를 추대하는 교인투표 결과, 상전인 조덕삼은 떨어지고 머슴인 이자익이 장로로 추천됐다는 것이다.

  반상(班常)을 철저히 따지던 봉건시대에 큰 사건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조덕삼은 이자익을 장로로 섬기고 후에 이자익을 평양신학교에 유학시켜 훗날 유명한 목사를 만들어냈다는 그야말로 전설따라 삼천리가 금산교회에서 일어난 것이다.

  고 조세형 전 의원은 그 조덕삼 장로의 손자이며 금산교회를 충성스럽게 섬긴 조영호 장로의 아들이기도 하다. 조 전의원은 또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데 금산교회 뒤 다섯가구가 살고 있는 용화마을에 조 의원과 부친이 바로 우리 옆집에 살았던 인연을 갖고 있다.

  조 전의원은 전주고와 서울대를 졸업하고 합동통신, 한국일보 기자와 편집국장을 거쳐 1978년 제10대 총선에서 서울 성북에 출마, 전국 최다득표로 당선됐다.

  이후 서울 성동과 광명에서 5선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협 상임위원, 국민회의 총재권한대행, 'DJP 공조'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이끌어낸 일등공신이다.

  조 전의원은 특유의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해박한 정책대안으로 명 대변인과 정책위의장 등 선 굵은 정치와 깨끗한 정치인으로 존경을 받아왔다.

  여야가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싸울땐 협상자로 나서 원만한 대안을 이끌어 내는 등 민주주의 쟁취를 위한 투쟁과 그 이면엔 타협의 명수로 DJ의 신임과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다.

  국정원의 대선개입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난항 등 사사건건 갈등을 겪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 만약 조세형 전 의원 같은 분이 정치 원로로 살아 계셨다면 우리 정치는 훨씬 안정되고 국민이 편안해 할 텐데, 또 미약한 고향 후배가 조언을 구할 때 번뜩이는 한 수를 가르쳐 줄 수 있을 텐데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회한으로 남는다.

  대한민국의 참 정치인이자 내 고향, 그리고 마음 속 선배인 고 조세형 의원을 그리며 내년 6월15일 금산면 금산리 고인의 묘역에서 열리는 6주기 추모식에는 꼭 참석해, 고인과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