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 7월 이건식시장의 3선임기가 시작되고 한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본지에 '이건식시장의 첫 인사를 주목한다'는 제목의 데스크칼럼을 쓴 바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이시장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내실은 없고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에 식상해진 탓이며, 시민들이 체감하는 김제시는 갈수록 어려운 형국이기 때문이다'고 썼었다.

  또 '3선이라는 목표에 도달했으니 이제는 현수막행정을 멈추고 선심성 사업이나 전시성 사업은 폐기 또는 중단해야하며 김제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만 골라 남은 4년을 바쳐야 한다'고 했다. '공무원들이 업무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청탁과 줄서기를 엄단하고, 아부에 익숙하지 못해 밀려났던 공무원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한다'고도 당부했었다.

  칼럼 마무리에 언급했었지만, 이시장이 모든 일을 슬기롭게 잘 마무리해서 퇴직 후 떳떳하게 거리를 활보하며 시민들로부터 존경받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일 있었던 승진자 결정과 15일자 인사 결과를 보고 이시장을 향한 마지막 기대도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인사를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 행정직 사무관 승진자리가 최대 4자리까지 예상됐으나, 승진서열 1번에서 4번까지의 담당이 뚜렷한 이유없이 모두 승진에서 제외됐고, 이후의 서열과 거의 4배수의 끝서열에 있는 담당까지 승진이 됐으며, 얼마전 새만금개발청 전출로 엄청난 혜택을 보았던 시설직에서 또 승진자를 냈다.

  이시장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도 '신상필벌 적재적소'의 인사원칙을 강조했었다. "업적을 남기고 우수한 공무원은 그 만큼 대우를 해줘야하고, 잘못하고 실수하면 거기에 따른 벌칙을 주는 것이 신상필벌이다"며 이번 인사에서 '공'과 '과'를 적용할 뜻을 내비쳤었다. "인사청탁을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 오히려 손해를 볼 것이다"고도 경고했었다.

  그러나 '신상필벌'의 기준이 중립을 지켜야할 공무원이 지방선거에서 공을 세우면 '신상'이고, 선거를 돕지 않았거나 항간에 떠도는 무언가를 주지 않으면 '필벌'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적재적소'도 의문이다. 능력이 있고 소신있게 묵묵히 일을 하는 공무원은 한직에 물러나 있고, 아부를 잘하거나 예스맨인 공무원은 요직에 기용되고 있다. "공무원이 부인을 동원해 수시로 시장의 부인을 찾아가 친분을 쌓아두면 능력과 관계없이 승진 또는 영전한 사례도 많다"는 것이 많은 공무원들의 볼멘소리다. 

  하지만 부인을 동원해 아부를 하는 몇몇 알려진 공무원치고 능력이 있다거나 공무원간에 인간관계가 원할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한심하기까지 하다. 오죽 못났으면 부인을 동원해서라도 자리를 전전하랴 측은하기도 하지만 김제시의 앞날을 위해서는 속히 개선돼야 할 암적인 요소다.

  또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것이 이시장과 동문인 남성고 출신 공무원들의 특혜다. 남성고 출신 공무원은 우리시 정원 960명 중 30명으로 3%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청 행정직 사무관 이상 20명의 공무원 중 30%인 6명이 남성고 출신으로 무려 10배다. 게다가 인사라인이라 할 수 있는 행정지원국장과 행정지원과장, 인사담당까지 모두 남성고 출신으로 장악했으며, 3선 8년이 넘는 재임기간동안 수행비서까지도 남성고 출신이 아니면 넘보지 못하는 자리가 됐다. 

  이번 인사에서도 총 4명 사무관이 영전했고, 1명은 여성이므로 3명이 남자공무원인데 이들 3명 전원이 남성고 출신이다. 그중 2명은 비서실장 출신이다. 또 본청 전입 공무원중에서도 물의를 빚어 소문이 무성했던 남성고 출신 공무원이 전격적으로 본청에 입성했다. 지난 1일 있었던 6급 승진자 10명 중 2명도 남성고 출신이다.

  하지만 남성고 출신이라고 무조건 우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바른말을 하거나 아부에 능하지 않으면 남성고 출신이라는 특혜를 누리지 못한다.

  기자는 4년전 이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민선 5기 첫 인사를 단행했을 때도 칼럼을 쓴 바 있다. 

  '이시장이 민선 4기를 마칠 즈음 31명의 남성고 출신 중 14명이 소위 빅3라 불리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고, 행정지원국장과 행정지원과장(구 총무과장), 비서실장, 수행비서까지 총무부서에는 무려 8명이 포진했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인사에서 남성고 출신 9명이 인사에 포함됐고, 승진이 3명, 영전이 6명으로 이중 6급 담당 2명은 주무계장으로 발령됐고, 행정지원국장과 행정지원과장이 또 다시 남성고 출신으로 재배치됐다고 지적하면서 "이처럼 판을 짜 놓았으니 다음 인사 때도 그들은 소위 '로얄패밀리'로 분류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었다.

  4년전의 우려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맞아 떨어지는 것으로 보면서, 김제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깊은 한숨이 나온다.

  이시장은 '교육이 살아야 김제가 산다'며 막대한 시비로 장학금을 조성하고, '내고장 학교를 보내자'면서 매년 엄청난 시비를 펑펑쓰고 있다. 익산시 남성고 출신이 득세를 계속하고 시장이 이를 비호한다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우리시 학교로 보내려 하겠는가? 

  어느 공무원은 "시청 공무원은 마치 남성고 출신과 타학교 출신 2개의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면서 "3%의 남성고 출신을 위해 97%의 비남성 출신이 홀대를 받아야 하느냐"고 되묻는다.

  "열심히 일할 필요없다"는 공무원도 속출한다. "적당히 줄서서 주무담당으로 가고 적기에 손을 쓰면 승진하는데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은 바보다"는 탄식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공무원이 '국가에 대한 헌신과 충성, 국민에 대한 정직과 봉사, 직무에 대한 창의와 책임, 직장에서의 경애와 신의, 생활에서의 청렴과 질서'라는 공무원의 신조를 지켜가기 위해서는 인사권자의 공정하고 사심없는 마음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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