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대표축제라는 지평선축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거리 곳곳에 현수막이 넘쳐난다. 농경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볼거리들도 풍성하기 때문에 관광차 한번 다녀가는 외지인에겐 그런대로 시간과 경비가 아깝지 않을 만큼의 의미를 부여해 줄만도 하다. 농경문화를 접해 보지 못한 어린 세대들에게도 농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고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농경사회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런데 김제인에게도 지평선축제는 정말 뿌듯한 축제가 되고 있는가? 우연히도 필자는 지평선축제가 한창인 개천절에 세월호 천막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평소보다 더욱 한산한 거리라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여 결국 사람구경도 할 겸, 서명도 받을 겸 축제장으로 향하게 된다. 

  지평선축제장으로 가는 길에 빼곡이 늘어선 코스모스가 더위에 조금은 지친듯 하다. 코스모스는 원래 찬바람을 맞으며 하늘거려야 늘씬한 몸매가 드러난다. 마치 수줍은 여인처럼 바람에 날리는 치맛자락을 애써 감싸듯 얼굴을 살짝 붉힌 듯한 모습이어야 제 멋인데, 그야말로 빼곡이 집단적으로 꽃다발처럼 피어난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구석이 있다.  

  축제장에 도착하니 그래도 역시 제일 바쁜 건 먹거리부스가 아닌가 싶다. 동마다 면마다 부스를 차려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여기야말로 축제장에서 의미있는 돈을 더 벌기 위한 김제인들의 노력의 현장이다. 하지만 모든 일정을 뒤로 한 채, 거리를 텅비우고 나온 이들의 노력에도 축제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이 없다면 투입되는 막대한 양의 예산과 노력은 아무런 빛을 발휘하지 못할런지도 모른다.

  올해 김제시예산서를 찾아 보니 지평선축제 활성화란 명목으로 18억여원이, 활성화(보조)란 명목으로 6억2천만원이 잡혀 있다. 사업추진서엔 총 18억 7천만원의 사업예산이 집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국고에서 5억, 도에서 1억 2천만원등 6억2천만을 보조받고 김제시비로 12억 5천만원을 투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들어간 돈의 구체적인 내역은 그만두고서라도 김제시내를 들썩들썩하게 만든 이 축제가 과연 어떤 목적과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과연 그러한 목적에 대한 성과를 얼마만큼이나 달성하고있는지 시민들에게도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애초에 축제를 통해 김제 농산물을 홍보하고 이미지 제고를 위한다는 취지가 제대로 살려지고 있을까? 축제에 투여되는 이러한 돈들은 단순히 축제장에서 단순히 하루 먹고 마시고 즐기고 노는데 들어들어가기 보다는 놀고 즐기면서도 그야말로 김제의 미래를 위해 우리 김제시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함께 키워갈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 축제기간을 통해 관통되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그러한 김제만의 가치관은 무엇이어야 할까? 김제는 농사지역이다. 농사지역이면서 너른 들이 지평선끝까지 보이는 대한민국의 유일한 곳이다. 그런데 그러한 지평선의 고장이 친환경농산물이 아닌 이윤을 위해서 생산하는 농산물이 넘실대는 지평선이라면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저 내 물건 하나라도 더 팔기위해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장터요 부스라면 일반 시장과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지평선의 고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라면 그 내용과 형식이 다른 고장의 일반 상품과는 차별화가 있어야 할텐데... 얼마나 빛깔이 고운지 얼마나 탐스러운지 외양만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상품성 농산물은 이제 우리 지평선의 고장 김제에선 그만 잊혀져야 하지 않을까?  

  외양보다는 내면의 마음을 담아내는 농산물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마음을 담아 내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참으로 요원하고 뜬 구름 잡는 식의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수천년간 지속되어온 농사의 고장 김제가 지녀온 농부의 마음이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내가 흘린 땀방울을 통해서 이웃과 이 나라 백성들을 먹여 그들의 생명을 지켜간다는 생명존중의 사상일 것이다. 

  이윤의 욕심에 가리워진 상품의 농사가 생명존중의 농사로 바뀔 때 그 때 비로서 김제인의 마음이 담기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은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서로를 배려해주는 상생의 마음일 것이다. 

  생산자는 내 자식에게 먹인다는 생각으로 농산물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생산자를 자신들의 부모처럼 생각하며 그 노고에 한 푼이라도 더 쳐 드리려는 마음, 즉 소비자를 위한 생산과 생산자를 배려하는 소비, 협동과 배려의 정신이 김제의 농산물에 담길 때, 김제의 정신은 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농산물이 축제장에 산더미처럼 쌓여 축제장을 찾는 모든 시민과 외지인들이 그러한 건강한 먹거리를 한 아름씩 보듬고 축제장을 흐믓한 얼굴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것이 정녕 꿈이리라! 그러나, "혼자 꾸는 꿈은 허무한 꿈으로 끝나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믿음이 우리 김제를 진정한 생명의 지평선으로 바꿔나갈 것이다.

나현균  김제지킴연대 상임대표, 김제요양병원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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