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봉
김제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주임

  내일(11일)이면 전국에서 일제히 조합장 선거가 실시된다. 농촌사회에서 조합장이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크다. 각 조합은 금융 및 신용대출사업을 할 뿐만 아니라 경제사업도 하고 있어 조합의 사무가 농어민들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합장 선거에 큰 관심을 보일 수밖에 없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는 선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3월 11일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는 역사적인 날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2005년부터 농·수·산림조합장 선거를 수탁해서 관리해 왔는데 그동안 개별 조합의 법규나 정관 등에 따라 각각 선거를 치러왔다. 

  그러다보니 인력·예산이 낭비되고 각 조합마다 규정이 달라 선거관리 업무에 혼선을 초래하고 구체적인 선거운동방법을 정관이나 준칙·규약 등에 위임하여 후보자나 선거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등 공정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다. 

  이에 작년에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통일된 규정을 만들고 올해 처음으로 농협, 수협, 산림조합을 대상으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은 처음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듯이 이번 조합장 선거도 잘 치러야 선례가 되어 다음 선거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다. 선거를 잘 치르는 것.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유권자가 소중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행사하고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조합장 선거에서 가장 고질적으로 문제가 된 것이 바로 돈선거 관행이다. 돈선거 근절이야 말로 선거를 잘 치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관행이란 사회에서 예전부터 해오던 대로 하는 것으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조직이나 사회에서 좋은 관행은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고 생활의 지혜를 알려 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나쁜 관행은 구성원들이 아무런 죄의식이나 반성없이 나쁜 행동을 반복하게 만든다. 

  돈선거가 바로 나쁜 관행이다. 조합장 선거에서 돈을 쓰지 않으면 당선될 수 없다는 인식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돈을 뿌리는 후보자도 돈을 받는 조합원도 아무런 죄의식이 없다.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이 관행을 깨뜨려야 할 때가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실시하는 올해를 돈선거 근절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뿐만 아니라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와 유권자인 조합원이 문제점을 함께 인식하고 공감하여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하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돈으로 표를 사서 당선된 조합장은 임기 동안 선거때 뿌린 돈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조합장은 각종 경제사업 및 금융업무를 총괄하는 권한이 있다. 이 권한을 이용해 불법선거비용을 회수하고자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표의 대가로 받은 돈은 결국 장래에 나에게 돌아올 이익의 일부인 셈이다.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전북에서 108개 조합의 27만2천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김제에서는 15개조합의 2만7천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 많은 조합과 조합원들을 선거관리위원회의 적은 인원으로 관리하기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조합의 가치를 올리는 방법, 신뢰받고 깨끗한 조합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과 조합 구성원들이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이 고민의 결과가 이번 선거를 통해 좋은 결과로 나타나길 바란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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