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주
김제시의회 의장

  최근 각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국가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있다. 이는 대부분의 시·군 재정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국가 돈을 끌어 써서 우리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자치단체 입장에서 국비 확보는 절실한 부분이지만, 한편으로는 무조건 반길 수 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비를 지원받는 만큼 지방비 매칭 비율이 높아지면서 시·군비 부담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사업을 통한 재정 확보도 필요하겠지만 대부분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국비에 비례하여 막대한 지방비를 함께 부담해야 하고 사업 완료 후에도 각종 운영비 등을 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하는 이러한 사업들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비를 확보하였다고 하여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다면 이는 곧 재정부실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공모사업의 건전 재정 운영 측면에서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이유이다.

  얼마 전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민선6기 지자체장들의 공약 실천 계획을 분석한 결과 도내 단체장들이 내건 공약을 이행하려면 모두 16조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한다. 14곳 시장·군수들이 임기 내에 사업을 완료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11조7807억원이고 임기 후에도 4조3671억원의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 중 김제시만 하더라도 임기 내에는 1조8037억 원이 필요하지만 임기 후에는 임기 내 대비 102.3%인 1조8454억원의 막대한 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대다수 지자체가 이렇게 재원을 자체 조달할 능력이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행할 수 없는 공약은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고 공약을 재점검하는 것이 지자체와 시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 같다. 내 임기 중에 모든 것을 이뤄내려는 마음을 접고 또 성과 올리기에 급급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가 심각한건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지방 재정자립도가 턱없이 낮아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도 못주는 자치단체가 수두룩한 상황이 현실이다. 지방재정의 열악성은 해마다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부채에 원인이 있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단체장의 업적을 남기기 위한 과시성 사업이나 행사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공사업을 남발하는 등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한 것이 지방재정을 어렵게 만든 주된 원인인 것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각 자치단체별로 세수확보가 어려워 재정여건이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국가공모사업을 유치하고 각 단체장들은 고심없이 남발한 공약사업을 추진하느라 욕심을 부리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의 무조건적인 국가사업 유치와 무리한 공약 이행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 번만큼 쓴다는 '페이고(pay-go)'와 '세입 내 세출 원칙'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어느 정도 강제적 제도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객관적 타당성 조사를 확대·의무화하고, 일정규모의 사업예산 편성은 미리 중기지방재정계획에도 포함해야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치단체장이 자신의 업적만을 위해 무리해서 임기 내에 모두 이뤄내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당장의 성과만을 내세우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버리고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멀리 내다볼 수 있는 현명함이 있어야 한다.

  올해는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5주년이고,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출범 20주년의 해이다. 본격적인 민선 지방자치 20년을 맞아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한 단계 더 성숙되도록 지방의회와 자치단체가 모두 노력하여 지역발전과 주민행복을 이끄는 상생의 관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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