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김제시명예시민증조례>가 제정되면서 첫 대상자로 대하소설 '아리랑'의 저자 조정래작가가 제1호 김제시명예시민이 된 바 있다.

  대하소설 '아리랑'으로 인해 지난 2000년 벽골제 부지내에 '아리랑 문학비'가 건립됐고, 2003년 5월 부량면 용성리 구 벽제초교를 리모델링해 '아리랑문학관'이 들어섰으며, 2013년에는 죽산면 내촌마을에 '아리랑문학마을'이 조성됐다.

  조정래씨가 아리랑의 배경을 김제로 택한 이유는 "김제는 한일합방 이전부터 수난을 당하기 시작했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김제를 중심으로 한 호남평야 사람들이며, 이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농토를 잃고 만주로 끌려가 독립투쟁을 하는 기초세력이 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조정래작가는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조정래작가에 이어 2년 후인 2011년에는 우리시 홍보대사인 탤런트 심양홍·정흥채씨와 성악가 박인수씨가 '김제시명예시민'으로 위촉됐다. 이들은 매년 지평선축제에 직접 참여해 축제를 홍보하는가하면 농산물 판촉활동에도 앞장서는 등 대외적으로 우리시 인지도 향상에 기여한 노고를 인정받았다.

  2012년과 2013년에는 명예시민 위촉이 없었고, 지난해 새누리당 강창희 국회의원과 지평선산업단지 제1호 입주기업인 (주)일강의 정세민대표, 아시아줄다리기연맹 회장인 태국인 라위파스클람사위씨가 '김제시명예시민'으로 선발됐다.

  김제시명예시민으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김제시명예시민증조례>에 따라 자격요건이 △대내·외적으로 김제시의 위상을 크게 제고한 자 △시민의 생활개선 또는 문화발전에 공헌한 자 △과학·기술 또는 경제 등의 발전에 이바지하였거나 시정발전에 기여한 자 △위 내용과 유사한 경우로서 시장이 명예시민증의 수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 등이며, 우리시 4급이상 공무원이나 시의회의원 및 각급 기관·단체장의 추천을 받아야하고, 시정조정위원회 사전 심의를 거쳐 시의회 동의를 얻어야 한다.

  명예시민증을 수여받은 내·외국인은 행정 상 편의제공 등 이에 상응하는 예우와 기념품 등을 함께 받는다. 그러나 명예시민증을 받은 자가 그 수여의 취지에 반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시의회 의결을 거쳐 이를 취소 할 수 있다.

  김제시명예시민증조례 제정 이후 5년간 3차례에 걸쳐 7명의 명예시민이 탄생했지만, 조례의 취지에 맞는 자격요건을 제대로 갖춘 명예시민은 몇명이나 될지 생각해 볼 문제다. 명예시민 선발 이후 그들이 우리시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그리고 역대 선발자들이 무보수로 봉사를 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이익이나 금전적 이권에 따른 것은 아니었는지 상기해봐야 한다.

  올해 지평선축제를 앞두고 다시 시 관계부서로부터 명예시민 선발을 위한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명예시민 선발 대상자로는 지평선축제와 관련된 ㅈ교수와 ㅊ 전 김제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 그리고 ㅂ 전 김제경찰서장 등 3명이다.

  ㅈ교수의 추천이유를 보면 지평선축제 컨설팅, 국제 축제전문가 워크숖 개최, 지평선축제의 세계 무대 등단 기여, 축제관련 국제교류협약 등이 자격요건으로 제시돼 있다. 
 

국제 축제전문가 워크숖의 경우, 시가 공무원과 시민을 억지로 동원해가며 자리를 채우고 3천여만원의 예산을 허비한 채, 실속도 없는 행사를 5년째 지속해 빈축을 샀었다. 

  게다가 시의회가 본예산 심사시 이 예산을 삭감했음에도 지평선축제제전위원회 풀예산까지 전용하며 세미나를 강행해 시의회와 대립의 불씨를 키우기도 했다. 삭감된 예산를 전용하면서까지 시가 세미나를 강행하는데는 공신력도 없는 피너클어워드 수상이나 세계축제도시 선정이 시민들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ㅈ교수가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국제세미나 개최외에도 이건식시장이 ㅈ교수와 미국을 동행하고 용역을 주는 등의 공로(?)로 2010년부터 피너클어워드를 받아 올 수 있었다. 세계축제협회(IFEA)가 해마다 50여개 회원국에 나눠주는 피너클어워드는 800여개에 달한다.

  시는 3년전에도 "지평선축제가 피너클어워드 3개 부문을 수상하며 또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됐다"고 거창하게 홍보하면서 "피너클어워드를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축제상"이라고 추켜세웠으나, 국제세미나를 개최한 곳은 예외없이 피너클어워드를 받았다. 엄청난 시민의 혈세가 허비되게 한 주역인 셈이다.

  ㅊ 전 김제자유무역지역관리원장은 지평선산단 내 자유무역지역 조성에 기여했다는게 첫째 이유지만, 자유무역지역 조성 이후 부임했고, 전 경찰서장을 명예시민으로 위촉할 경우 앞으로 우리지역에서 정년퇴임하는 경찰서장들이 관례로 명예시민에 추천될 수 있으므로 조례의 취지에 걸맞는 엄격한 기준도 필요하다.

  '김제시명예시민'이라는 제도가 시장의 입맛에 맞거나 절친한 관계의 인물에게 선물처럼 주는 제도로 전락한다면 김제시민의 명예도 추락하게 된다. 

  명예시민을 남발하면 과거 진정한 자격이 있어서 자랑스럽게 선발했던 이들을 욕보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자랑스런 김제시민이라는 이름으로 진짜와 가짜를 동일 선상에 놓은 우를 범할 수도 있다. 김제시명예시민 아무나 주지 말자.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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