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여중 최윤희 양


지난 5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29회 전국육상종별선수권대회에서 장대높이뛰기 부문 한국신기록이 세워졌다. 종전 기록 2m90을 20cm나 뛰어넘은 3m10의 대기록, 특히 이 기록의 수립자가 15세의 아직 앳된 소녀여서 육상 관계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른 이 어린 소녀가 김제출신이라는 사실은 더욱 관심을 끈다. 금성여중 2학년에 재학중인 최윤희(15·신풍동)양.


학교를 찾아가 만나 본 최양은 또래들보다 훤칠한 167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역시 수줍음 많은 소녀일 뿐이었다. 처음 보는 낯설음에 인터뷰 내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손가락만 꼼지락 꼼지락..., 묻는 말에 전혀 입을 열지 않는 최양과의 인터뷰는 취재기자에게도 당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옆에서 심대우 교장과 문용언 교감, 심경무 체육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겨우 겨우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시청 공무원인 아버지 최길용(47)씨와 어머니 김희례(44)씨와의 사이에서 4녀중 둘째로 태어난 최양은 중앙초등학교 6학년 때 ‘멀리뛰기’ 종목으로 처음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중학교 1학년 때인 99년, 60년대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활약한 바 있는 김제교육청 사회체육계 이원 선생의 눈에 띄어 장대높이뛰기로 종목을 바꾸게 된 최양은 그 해 5월에 열린 제28회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해 2위를 차지,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미 그 때부터 최양의 잠재력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린 딸이 힘든 운동하는 것을 안타까와 하시던 어머니를 설득하는 게 최양이 겪은 첫번째 위기였다. 결국 어머니는 딸이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운동을 허락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최양을 가장 힘들게 만든 것은 열악한 운동환경이었다. 김제는 물론 도내 어디에도 장대높이뛰기를 연습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었고 비인기종목에 투자할 뜻있는 후원자도 없었다. 한개에 150만원씩 하는 폴(장대)을 구하지 못해 키에 맞지 않는 3m70짜리 낡은 폴대를 들고 멀리 대전을 오가며 연습해 온 지난 1년 세월...., 이렇게 모진 어려움을 뚫고 세운 한국신기록이었기에 그 값어치는 더욱 빛이 났다.


최양의 장래희망은 “국가대표”..., 소녀의 수줍음이 성숙해졌을 무렵,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멀리 푸른 창공을 날아 오를 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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