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김제시가 서남권화장장 참여문제를 두고 무능과 무소신 행정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을 뿐 아니라 적어도 10억원 이상의 시민혈세를 손해볼 처지에 놓였다.

  2012년 7월 12일 당시, 정읍시장, 고창군수, 부안군수가 정읍시청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서남권 광역 공설화장시설 건립부지를 감곡면으로 최종 선정했다"고 발표할 때까지 우리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고, 시의 정보부재와 대처능력 부족이 도마에 올랐었다.

  3개 시군은 화장장과 부대시설을 지난해 6월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감곡면 현지 주민과 우리시민의 반대로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8월에야 착공을 했고, 1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12일 '서남권광역화장장'의 명칭을 '서남권추모공원'으로 바꿔 개원식을 가졌다.

  화장장 문제로 우리시와 정읍시가 마찰을 빚자 2013년 12월 전라북도갈등조정자문위원회가 5개항의 조정권고안을 내놓았다. 주요내용은 "▲김제시도 공동으로 참여하고 시설비용분담금은 3개시군과 동등하게 인구비례로 부담한다 ▲김제시도 고창군·부안군에 준하여 15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을 부담해야 하나, 이를 면제하는 대신, 김제시 부담으로 김제지역 민원을 해결한다 ▲3개시군은 김제시 참여로 줄어드는 사업비 중 50%를 김제시에 지원한다"는 것을 주요골자로 했었다.

  조정안대로라면 우리시가 화장장에 참여하는 대신 건립비용은 7억원만 부담하면 되고, 고창과 부안이 지원했던 15억도 금산면·봉남면 주민의 민원해결을 위해 면제되는 것이다. 어쩌면 당시 조정안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이건식시장은 발표당일 기자회견을 열어 반대의사와 함께 "김제시민의 종합의견을 수렴해 앞으로 추진방향을 검토하고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이 발표에 대해 뜻있는 많은 시민들은 6개월 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금산·봉남면민들의 눈치를 보는 발표로 여겼었다.

  지방선거에서 전국최초 무소속 3선이라는 성과를 이룬 이건식시장은 당선 이후 2개월만에 시민 300명과 이통장 73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고, 찬성율이 동지역에서는 81.6%, 금산·봉남면도 56.8%, 기타 읍면지역은 82.7%로 높게 나타났다.

  이시장 당선 이후에도 정읍시에서는 우리시에 공문을 보내 광역화장장 참여의사를 물었지만, 우리시는 뚜렷한 답변을 미룬 채 손을 놓고 있었다.

  시가 중대한 사안의 결정을 못하고 주민들의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것을 보다 못해 지난해 9월 본지는 데스크칼럼을 통해 "이건식시장은 뻔한 답을 두고도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하고 "금산면과 봉남면 지역에 합당한 인센티브를 주고 신속히 공동참여의사를 밝힐 것"을 주문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며 정읍시의 답변요구를 무시하다가 3개시군이 우리시를 제외하고 화장장을 추진하게되면, 주민간 갈등만 고조되고, 아쉬운 입장에서 3개시·군에 백기를 들고 투항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러나 경고 이후에도 아무일도 하지않고 5개월여를 허비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김제시는 올해 2월이 되어서야 시의회 간담회에 참여결정을 보고한다. 

  당시 보고에 따르면 "우리시가 서남권화장장에 공동 참여하게 되면 인구비례에 따라 건립비 14억을 부담해야 하지만, 도갈등조정위의 조정권고안에 따라 7억원만을 부담하고 절감된 사업비 7억과 인근 주민 지원기금 15억을 더해 22억으로 4년간에 걸쳐 인근 지역의 민원을 해소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화장장 부지 반경 4㎞이내 10개마을에 대해 각 1억씩 주민숙원사업 등을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시의회 보고 이후에도 한달이 넘어서야 3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참여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골든타임을 허비해버린 우리시의 시의회 간담회 보고내용은 우리만의 희망사항이자 착각이었다.

  정읍시의회 김철수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김제시에서 화장장 건립사업을 지연시킴으로써 정읍시는 재정적·정신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덜렁 한 장의 공문으로 사업에 참여의사를 통보한 것은 다 해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놓으려는 발상이며, 얄팍하고 터무니없는 건식적 처사로 분노를 금할 길 없다"고 우리시의 참여를 반대하고 나섰다.

  정읍시가 우리시에 공문을 보내 광역화장장 참여의사를 물을 때까지만해도 우리시가 느긋했지만, 해를 넘기면서부터는 정읍시도 감정이 상했고, 해가 바뀌고 3개월이 더 지난 시점에서 달랑 공문 한장을 보내온 우리시에 대한 정읍시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해 본지의 경고 이후 100일이 경과한 지난해말까지라도 참여의사를 전했다면 유효했던 도갈등조정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은 무력화되고, 정읍시는 우리시가 참여하려면 인구비례에 따른 시설비용분담금 17억5천만원과 주민지원기금 15억원을 내놓으라는 입장이다.

  이에 우리시는 금산·봉남면의 민원을 해결해야 하므로 갈등조정위의 권고대로 주민지원기금 15억원은 면제해 달라고 읍소하고 있다. 시설비용분담금 17억5천만원은 수용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시가 백기를 들고 투항하면서조차 의기양양하게 거부했던 갈등조정위의 권고보다 10억5천만원을 더주겠다는 입장이다. 무능과 무소신 행정으로 시간을 허비한 결과가 이리도 참담하다.

  우리시의 자존심이 구겨진 것도 고사하고, 정읍시가 최대한 선처한다해도 시민혈세를 10억 넘게 더 바쳐야 할 상황이다.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이건식시장과 당시 관계부서 공무원에게 있다. 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구상권을 청구해서라도 시민혈세의 낭비를 막고, 무너진 우리시민의 자존심도 회복해야 한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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