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시의회의 의장단 구성은 대부분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숫자가 많은 주류쪽이 의장단과 3개 위원장직을 독식하는 형태로 이어져 왔다. 따라서 매번 의장단 선거시마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7대 시의회는 2년전 전반기 의장단선거를 실시하면서 당시 민주당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뭉쳤고, 당선자는 모두 1차투표에서 나왔으며, 결과는 14명의 재적의원중 의장과 행정지원위원장·운영위원장이 모두 13표씩, 부의장과 안전개발위원장은 모두 만장일치로 선출되면서 역대 가장 조용하고 평화로운 의장단 선거를 치렀다.

  당시 후반기 의장단에 대해서도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전반기 시의회는 의원간의 마찰이 없이 평온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앞두고 일부의원의 개인적 욕심과 함께 의장대상자를 비난하는 글이 시청과 시의회 및 본지 자유게시판에 게시되면서 이러한 약속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측과 "의장 자격이 없다"는 측으로 서서히 분열양상을 보였고, 여기에 시의장 자리를 노리는 개인의 사심까지 더해져 의원간에 고성이 오가고 서로를 불신하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14명의 재적의원 가운데 먼저 8명의 의원으로 편을 짜는 쪽이 승리하게되지만, 의장 선거일인 지난 4일 아침까지 어느쪽도 과반을 넘지 못하는 7:7동수로 팽팽히 맞서면서 이전투구의 서막이 열렸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거는 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1차와 2차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2차투표에서 표를 얻은 후보에게만 기표하는 3차 결선투표를 실시하고, 결선투표에서의 다수득표자가 당선되지만, 동수일 경우는 연장자가 당선된다.

  참고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장선거 상황소개에 앞서 시의원들의 생년월일을 연장자순으로 8명만 소개해야 겠다. 최고령은 김복남의원(47. 2. 10), 다음은 나병문의원(49. 2. 28), 온주현의원(49. 7. 15), 김윤진의원(53. 2. 15), 서백현의원(53. 11. 12), 박두기의원(55. 2. 7), 임영택의원(57. 1. 10), 이병철의원(60. 8. 26) 순이다. 이들 8명중 주류는 나병문·김윤진·서백현·박두기·이병철 의원으로 5명이고, 비쥬류는 김복남·온주현·임영택 의원으로 3명이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양측이 7:7동수로 양분됐기 때문에 매 선거마다 연장자를 내세운 측이 자기측의 후보에게 결선까지 투표할 경우, 연장자를 내세운 측이 승리하게 된다.  그러면 의장선거는 비주류측이 김복남의원을 내세우면 무조건 승리다. 그러나 비주류측은 주류측의 혼란작전에 그만 속고 만다. 주류측에서는 온주현의원에게 의장을 양보하겠다면서 1차투표에서 정성주의원에게 7표를 줬다. 이에 안심한 비주류측이 2차에서도 온주현의원에게 7표를 몰아줬으나, 주류측은 사전 각본대로 나병문의원쪽으로 7표를 돌려 찍는다.

  앞서 언급한대로 결선투표는 2차투표에서 표를 얻은 후보에게만 기표해야하고 나의원이 온의원과 동갑이지만 나의원의 생일이 빨라 답은 이미 나온 것이다. 예상대로 결선투표에서 두의원이 7:7로 나왔지만 불리했던 주류측이 보기좋게 최연장자를 보유했던 비주류측의 뒤통수를 치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부의장선거의 결과는 뻔해진다. 연장자순으로 비쥬류측의 김복남의원이 가장 앞서기 때문에 주류측에서는 누구를 내세워도 이길 수 없다. 예상대로 1차투표에서 서백현의원과 김복남의원이 7:7로 동수를 이뤘지만, 승산이 없는 주류측 의원중 6명이 2차투표에서 김복남의원을 찍어 1:13표로 김복남의원이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어진 행정지원위원장과 안전개발위원장 선거는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까지 더해진다. 모두 연장자를 내세우면서 결과가 뻔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에도 기어히 3차 결선투표까지 가서야 위원장을 선출했다.

  마지막으로 실시된 운영위원장 선거는 비주류측의 소심한 복수(?)가 방점을 찍는다. 1차투표에서 이병철의원과 백창민의원이 7:7로 동수가 나온다.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는 임영택의원의 고사로 이병철의원에 대적할 연장자가 없는 비주류측은 '니들 맘대로 못한다'는 듯 2차투표에서 살짝 오기를 부린다. 상대의 시나리오를 깨기 위해 비록 적진이지만 이병철의원보다 연장자인 박두기의원에게 7표를 몰아줘버린다. 당연히 결선투표도 이병철의원과 박두기의원이 7:7로 연장자인 박두기의원을 당선시킨다.

  결국 의장·부의장과 3개 상임위원장은 연장자 서열 6번 이내에서 모두 선출되는 진기록을 만들었고, 겨우 5자리를 선출하면서 하루를 허비해버렸다. 공무원이나 취재기자나 지루하고 소모적인 투표현장에서 하루 종일을 보내야 했다.

  김제시의회는 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윤리강령을 통해 "시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시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고 적시하고 있으며 "우리는 의회의 구성원으로서 상호간에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적법절차를 준수함으로써 의회가 건전한 지방자치의 장이 되도록 노력한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를 위반 할 경우에는 윤리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김제시의회 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에 관한 조례>에 명시하고 있다. 이들을 비판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하도 많아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이들이 우리시 시의원이라니... 창피해 죽겠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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