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빌딩 숲, 무언가에 쫒기 듯 바삐 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치열한 삶의 터전인 도심 속 끊임없는 경쟁속에 살아가고 있는 도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한적한 시골마을로의 귀농귀촌을 꿈꿔봤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골이 마냥 한가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젊은세대들이 등을 돌림으로서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된 농촌 일손부족 현상과 인구고령화 등 어려운 현실속에서도 용기내 과감히 제 2의 인생을 위해 삶을 개척하는 이들이 있다.

  비록 그들이 생활했던 도시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의 열약한 환경이지만 자연의 선물인 넉넉함과 편안함, '뿌린대로 거두리라'는 고언의 정직과 성실함, 경쟁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협동을 중시하는 풍토 등 마냥 동경하기만 할 뿐 쉽게 겪어보지 못한 낮선 세상의 문을 과감히 노크한 '농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실어본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의 어느날 강문성씨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자라나는 풀숲사이를 누비벼 땅콩밭을 일구고 있었다. 연일 32~35도를 웃도는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듬직한 등 뒤로 예초기를 짊어멘채 어린아이 키만큼 훌쩍 자라버린 풀을 묵묵히 베던 그는 이마에 송골송솔 맺힌 땀방울을 미리 준비한 수건이 흥건히 젖은줄도 모르고 연신 훔쳐내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시골 촌놈의 서울 상경기'

  "안녕하세요, 저 따라오세요..." 투박한 인사말을 건내며 집 마당 한 귀퉁이에 위치한 자그마한 오두막으로 안내한 강씨에게서는 그를 만나기 전 예상했던 말쑥한 도시민의 이미지와는 반대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마주칠 수 있을 법 한 정겨운 '시골 아저씨'의 풍모가 느껴졌다.  황산면 하목마을에서 태어난 강문성씨는 황산초, 중앙중학교를 졸업한 뒤 김제고등학교에 진학, 졸업후 곧바로 서울로 상경했다. 그리 길지 않은 서울생활을 보내며 잠시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난 1979년 부산으로 건너가 사촌형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3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난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된다.

  강씨는 첫번째로 대학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중학교때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던 터라 체육관련 학과에 진학할 것으로 예상했던 강씨는 주위의 예상을 깨고 1983년 우석대학교 의상학과에 입학했다.  비록 대학교 졸업 후 관련 직종에 종사하지는 않았지만 성실히 대학생활을 하면서 익혔던 예술적 감각을 양분삼아 다시 서울로 상경해 작지만 내실있는 무역관련 사업체 운영을 시작했다. 강씨가 운영했던 사업장은 강씨 특유의 사업수완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게 되고 이는 곧 수입으로 직결해 자수성가하게 된다.

  "시골가면 풍류만 읊고 살 줄 알았다"

  자수성가해 남부럽지 않은 서울생활을 하던 강씨는 "세월이 흐를수록 마음 한 구석에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시골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고 했다.  그럴때마다 강씨는 고향으로 내려와 금구면 싸리재 선암저수지의 새벽 물안개를 보며 "나중에 나이들면 아무 걱정없이 이곳에서 낚시나 하면서 한가롭게 살고싶다"고 되뇌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하늘의 뜻을 알게된다'는 지천명의 나이가 되자 평소 꿈꾸던 노후를 본격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고, 삶이 힘들고 지칠때면 따뜻한 엄마의 품처럼 한결같은 모습으로 강씨를 보듬은 선암저수지 인근 토지 130여평을 매입하기로 결정, 그렇게 강씨의 귀농귀촌이 시작됐다.

  일단 정보가 필요했다. 무턱대고 귀농을 결심하긴 했지만 무작정 수십년 간 생활한 삶의 터전을 떠나 낮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그를 가로막았다. 고민 끝에 그는 우리시 귀농귀촌 TF팀의 문을 노크하고 본격적인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강씨는 귀농귀촌에 대한 두려움을 교육을 통해 극복하기로 결심했다. 틈만나면 귀농귀촌 관련한 강의와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시작했으며, 유익하다는 교육이 있으면 아무리 먼 곳도 한달음에 달려가는 열정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강씨의 주위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이게 됐고, 자연스레 그들은 강씨로 하여금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는 자극제가 됐다.

 
  교육의 힘은 실로 위대했다. 귀농귀촌에 대한 두려움은 어느덧 용기로 바뀌어 강씨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에 대한 도전장을 내게 만들었다. 강씨는 최초 130여평을 매입한 곳 주위를 추가로 매입, 지난 2011년 1만여평의 부지에 집을 짓고 정원을 가꿔 본인과 같은 고민으로 귀농귀촌을 망설이는 도시민을 위해 관광농원을 조성하기로 결심했다.

  집을 지었으니 이제 일 할 터전이 필요했다. 강씨는 고향인 황산면 인근의 논과 밭을 매입해 벼농사(8천평), 콩·땅콩밭(각 1천평), 관상수 임야(2천평)를 가꾸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귀농귀촌생활을 시작했다.  강씨는 "귀농귀촌생활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수 많은 어려움과 두려움에 맞섰지만 그럴때마다 나를 응원해주는 배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황산초등학교 1년 선배인 강씨의 부인은 강씨의 본격적인 귀농이 시작된 후 2년이 흐른 지난 2013년 강씨를 따라 금구면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30여년만에 다시 김제시민이 된 강씨는 이 곳에 와서도 교육의 끈을 놓지 않았다. 평소 논과 밭을 가꾸다가도 농사관련 교육이나 귀농귀촌 관련한 교육이 있으면 열 일 마다하고 참석했다.   그 결과 강씨는 단순히 생산자의 역할이 아닌 생산부터 가공, 유통 및 체험관광까지 이르는 신개념 농촌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귀농귀촌협의회를 구성해 여전히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씨는 "다른분들에 비해 농사경험이 적다보니 각종 농업관련한 기술보급이나 정보 등을 교육을 통해 접하게 된다"며, "또한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후배 귀농귀촌인들에게도 모범을 보이고 싶어 더욱 열정적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걸음에 이루려 하지 말라"

  강씨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항상 "귀농귀촌에 대한 판타지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안정적인 정착이 가능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만큼 귀농귀촌자들의 정착률이 낮다는 의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강씨는 "절대 계획없이 오지 말 것"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교육과 정보를 습득해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먼저 땅을 임대해 농사를 지어볼 것"을 추천했다. 

  끝으로 많은 귀농귀촌인들이 강문성씨의 '우공이산'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도전정신과 연구하는 자세를 본받아 평소 그리던 '농부'의 모습으로 도시와는 또 다른 시골만의 정취를 느끼며 살아가길 희망해본다.  (사)김제귀농귀촌협의회(회장 강문성)는 지난 2012년 4월 설립해 귀농귀촌인들간의 친목도모와 각종 정보제공, 선진지 영농기술 습득 및 농업선진화에 앞장서고 있는 단체로서 ▲체험으로 열어가는 귀농귀촌 꿈 찾기 ▲귀농귀촌인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교육 ▲귀농귀촌 홍보관 운영 ▲귀농귀촌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외에도 ▲청년 농산업 창업지원 ▲선도 농가 멘토링 현장실습 교육 ▲예비귀농인 임시거주용 둥지조성 지원사업 ▲타지와 연계한 귀농귀촌상담센터 운영을 통한 학습모임 ▲동아리 활동 등을 계획하고 있으며, 강문성회장을 필두로 각 9명씩의 임원들과 자문위원회, 10명의 운영위원회가 우리시 각 지역을 4개로 나눠 귀농귀촌 홍보 및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귀농귀촌협의회는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그들의 정착을 돕는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회원 개개인이 성공적인 정착사례로 남기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 우리시 귀농귀촌정책의 큰 버팀목으로 작용하고 있다.

▲ 강문성씨가 삶에 힘들때면 항상 찾던 곳이 그가 새로운 꿈을 가꾸는 삶의 터전이 됐다.       ▲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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