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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1천여평 농장에는 수국과 루피너스, 작약 그리고 아로니아가 풍성하다. 처음에는 6동의 비닐하우스(600평)에 수국만을 재배했지만, 수국의 출하가 멈추는 농한기의 소득을 위해 비닐하우스 한켠에 겨울꽃인 루피너스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노지 유휴지 500여평에는 건강식품과 화장품재료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아로니아 및 관상용이나 약초로 재배되는 작약을 심어 작목을 다양화했다.

이명희대표의 고향은 부산
  이명희대표의 고향은 부산이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부산에서 다닌 부산토박이다. 학창시절, 남동생 셋이 줄줄이 대학에 가야할 처지여서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큰딸이 여상에 가는게 못내 미안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여상 졸업후 금융기관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의 남편 이형기씨(48)를 만났다.

  결혼 후 남편의 고향인 금산면 쌍용리 월평마을에서 1년반가량 시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다가 남편의 공부를 위해 부산으로 가서 8년여를 살았다. 남편이 하고싶어하던 공부를 하는 동안 묵묵히 내조를 했고, 오랜공부를 마친 남편은 취업을 위한 1년여의 공부 후, 2002년 교육직 공무원으로 합격해 전주로 이사했었다.

  남편이 오랫동안 공무만 했던 터라 취업을 했다해도 두아이 키우기에는 빠듯한 살림이어서 그녀는 학교급식실에도 근무하며 생활비를 보탰지만, 늘 배움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만학도로 대학에 입학해 유아교육을 전공, 유치원교사로도 근무했다.

  유치원 교사 근무 당시 아동학대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는 등 유아교육기관들이 어려워지면서, 시댁에 다니며 느꼈던 농촌에 대한 따뜻함이 더욱 그리웠고, 남편의 고향인 금산면으로 귀농을 결심했다.

수국 매출 1억 달성 목표
  다행히 시부모님으로부터 1600여평의 땅을 받아 100평 규모 비닐하우스 6동과 컨테이너로 살림집을 만들어 2년전부터 본격적으로 금산면에 자리를 잡았다. 

  부산이라는 대도시에서 태어나 줄곧 도시에서 살아온 탓에 농사경험이라고는 전혀 없어 귀농귀촌교육과 전문가 상담 등을 수차례 받았고, 마침 수질검사 결과도 수국재배에 아주 적합한 천연알루미늄을 함유해 겁없이(?) 수국재배를 결심했다.

  수국을 키우는 농장에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고 성실하게 사는 것을 본 농장주는 이제 멘토를 자청해 각종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수국을 재배하기 시작한 첫해는 보잘 것 없었지만, 다음해는 많이 나아지고 올해는 제법 최상품의 수국을 재배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매출이 수국에서만 3천만원을 넘었지만, 내년에는 분명 더 나아질 것이고, 조만간 매출 1억을 달성한다는게 이명희대표의 목표다.

사람사는 정이 너무 좋아
  이외에 겨울꽃인 루비너스도 많이 재배하지 않았지만 1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면 300여평 규모의 아로니아는 남들이 잘해야 ㎏당 7천원을 받을때 1만원을 받을 만큼 유기농에다가 씨알이 굵은 제품 900㎏을 생산했지만, 퍼주기 좋아하는 이들 부부는 주머니에 돈 들어갈 틈이 없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남편은 수국을 구경하러 오는 지인들에게는 한아름 따서 거저 주기도 하고, 집을 방문하는 친지들에게도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해주다보니 이들 부부에게는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무 묘목을 가져다 주는 사람, 꽃나무를 놓고가는 사람, 고기를 사와서는 다짜고짜 같이 구워먹자는 사람, 심지어 키워서 같이 잡아먹자고 돼지새끼까지 주고가는 사람... 농촌의 푸근하고 순박한 정이 이 대표의 가슴을 더욱 훈훈하게 한다.

  그녀가 2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재미있다"이다. 삶이 재미로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의 '재미'속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무엇이든 맡기면 다 해낼 것 같은 남편에 대한 신뢰, 어려운 생활속에 밝고 바르게 자라준 딸, 그리고 농수산대학에 재학중이면서 엄마의 사업에 긍지를 갖고 같이 하고 싶어하는 아들. 또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탐스런 수국처럼 그녀의 얼굴에 미소로 피어난다.

▲       ▲ 이명희대표의 농장에 핀 수국(위)과 루피너스(아래)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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