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올림픽 경기를 보며, 좀 시원하지 않으셨나요? 하루 종일 더위에 지쳤다가도, 우리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보면 피곤이 누그러지더라고요. 양궁선수의 화살이 과녁의 중앙을 뚫을 때, 탁구선수의 공이 강한 스매싱으로 상대방 진영에 내리꽂힐 때, 얼마나 속이 후련 하든지요. 삶의 무게조차 사뭇 가벼워지던걸요.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지요. 마치 그 자리에 서있는 선수인양 마음을 졸이며, 자신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지고, 벌떡 일어나기도 했어요. 마루 선수들은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던지, 지나치게 발달한 상체 근육 때문에 몸의 균형이 흐트러졌더라고요.

  이렇게 무더운 한여름인데, 지난 광복절에도 체육대회를 하는 곳들이 있더군요. 축구경기를 하는 진봉면에 갔는데,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즐거워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어요. 그 뙤약볕에서 건강을 해치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좋아서 그런 걸 어찌 말리겠어요.

  열심히 사는 모습, 그 뜨거운 열기를 응원합니다. 고추를 따느라 새벽부터 밭에 나가있는 부모님, 사춘기를 지나느라 못마땅한 게 많아진 딸아이, 정치상황에 염려가 많은 남편에게도 힘내라고 자주 말해주고 싶어요. 둘째 녀석은 초등학교 다닐 때, 잘 못 따라오는 아이들을 먼저 격려하는 선생님에게 '저도 칭찬해주세요' 했더라지요.

  살아간다는 일이 애쓰는 일이잖아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타인이 없고, 고유한 나를 알아주는 '사회'가 없어서 사람들이 외롭고 고단해졌어요. 진정한 소통이 없으니 오히려 잘 알지 못하면서 비방하는 일에 휩쓸립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어차피 기류니까 그런 흘러가는 것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진정한 삶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해요.

  가족들 앞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잖아요. 옷을 다 벗고 있어도 괜찮고, 자기의 약점을 굳이 숨길 필요가 없는 공간이지요. 그런 관계가 진짜입니다. 가령 동창회모임에서 왁자지껄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친함을 과시하더라도, 거기서 누구도 깊이 있게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상대가 요즘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모르는 채로 스치는 허전한 만남인 것이지요. 단순히 소속되고,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전한 소통이 있을 때, 자기 안의 잠재된 가능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사람을 살립니다.
 
  그러려면 일단 타인을 바라봐야 합니다. 애들이든 어른이든 만나면 무조건 인사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관계가 맺어지든 안 맺어지든 그것이 시작인 셈이지요. 우리는 너무 공동체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지요. 매일 만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야 해요. 택시 운전사처럼 모르는 사람, 한 번밖에 안 만날 사람조차도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런 게 중요하지요. 전혀 모르는 펜싱선수에게 그렇게 환호와 응원을 보낸 것처럼 요.

  이 뜨거운 여름에 페튜니아가 화사한 갖가지 색으로 곱게 피었어요. 나팔모양의 꽃을 보면 '기운 내'라고 말하는 듯해요. '당신과 함께라면' 꽃말을 가졌군요. 작열하는 태양을 에너지로 받아 광합성 작용을 부지런히 한 결과로, 더 선명하고 향기롭습니다. 당신을 몸부림치게 하는 역경이 심지를 더욱 여물게 하듯이요. 페튜니아 꽃처럼 진하게 기운차게 활짝 웃어주세요.

  곁에 있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당신 몫이에요. 작은 일에도 감탄사를 남발하며, 오늘 응원해주세요. 미움, 응징, 이런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기에는, 짧은 인생이 너무 아깝잖아요!

▲ 사진 나인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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