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의회 의원 정수는 지역구 12명과 비례대표 2명을 합해 총 14명이다. 의원정수대로라면 조례나 동의안 등의 승인을 위한 가결정족수는 과반수인 8명이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첨예한 논란과 대립이 되는 안건이라도 집행부가 시의회의 승인을 받기위해서는 해당 상임위원회 의원 4명만 구워삶으면 '누워서 떡먹기'인게 우리 김제시의회의 현실이다.

  지난달 30일 김제시의회 행정지원위원회(위원장 김윤진)는 의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02회 임시회 1차 행정지원위원회를 열고 4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안건 중 2건은 만장일치로 승인됐고, 1건은 5명 찬성, 또 한건은 4명 찬성으로 가까스로 승인됐다.

  문제의 2건은 모두 본지가 최근 2회에 걸쳐 보도한 '김제시명예시민증'과 관련된 안건들이다. 5명이 찬성한 안건은 전직 김제경찰서장에게 먼저 명예시민증을 수여한 후, 시의회의 사후 승인을 받는 건으로, 시의회 전문위원 조차도 "본연의 일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에게까지 명예시민증을 지속적으로 수여하는 행위는 지양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위원 7명 중 2명이 기권하고 5명이 찬성해 '사후 승인'이라는 이상한 전례를 남겼다.

  또 한건은 김제시명예시민증 수여를 위해 후보자 6명에 대해 시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는 건으로, 이들중 5명은 새만금 관련 인사들이고, 1명은 타지로 전출한 김제대대장이다.

  이들에 대해서도 지난호에 본지는 '새만금사업 관련 인사 중 A씨의 경우 25년전과 6년전 공적을 새삼스럽게 열거하며 명예시민증 수여의 당위성을 설명했고, B씨는 우리시 발전보다는 새만금사업 추진과 관련된 인물로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계획 백지화 움직임에 대해 삼성의 편을 들어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C씨와 D씨는 새만금소송을 맡았던 법무법인의 변호사들로 대법원의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냈지만 우리시는 막대한 수임료를 지급한 바 있다'고 밝히고, '1년전 부적격 인사가 포함됐음에도 모두 승인한 것처럼 이번에도 시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인지 결과가 주목된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었다.

  시의회가 이같은 여론을 의식했음인지 이번에는 안건을 심사하면서 격론이 이어지고, 대안이 제시되는 등 진통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표결을 앞두고 시의회 전문위원은 "우리시 이미지 제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시민이 공감하는 대상자에게 수여할 수 있도록 추천단계에서부터 철저를 기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표결 결과는 찬성 4명, 반대 3명으로 집행부의 원안대로 6명 모두 김제시명예시민증 수여가 승인됐으며, 결과적으로 거수기가 된 시의회는 표결의 결과만 발표할 뿐 찬성과 반대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격론끝에 간신히 상임위를 통과한 안건은 지난 7일 오전 10시 본회의장에서 제202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않은 채 찬반토론과 표결없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우리시의회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기자가 지난 19년간 시의회를 출입하는 동안 특정안건에 대해 본회의장에서 토론과 표결을 하는 모습은 한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장의 의사진행 시나리오는 늘 약장수 녹음기 돌아가듯 같은 말의 반복이다. "해당 상임위에서 심도있는 검토가 있었으므로 토론과 질의를 생략하고자 하는데 이의 있으십니까?"하면 의원들은 "없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의가 없으므로 토론과 질의를 생략하고 표결에 들어가겠습니다"이다. 표결에 들어가면 결과도 늘 한결같다. 의원들은 절대 이의가 없다. 언제나 이렇게 통과이다.

  시의회 행정지원위원회는 기획감사실, 문화홍보축제실, 행정지원국, 보건소, 시립도서관, 벽골제아리랑사업소의 소관 사항을 관장하며 기타 타 위원회에 속하지 않는 사무를 관장하고 있으며 7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전개발위원회는 안전개발국과 농업기술센터 등의 소관사항을 관장하며 의원은 6명이다.

  두 위원회 모두 과반수는 4명이며 2년간 유지된다. 부서에서는 어떻게든 평소 해당 위원회 의원 4명만 확보(?)하면 언제나 상임위를 통과할 수 있다. 또 본의장은 상정과 가결은 이미 요식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칼럼의 앞부분에서 언급한 것처럼 '누워서 떡 먹기'고 '식은 죽 먹기'다.

  그렇다면 상임위 통과된 안건을 본의장에서 토론하고 다시 표결하면 안되는 것인가? 아니다 된다. 의장의 낡은 녹음테이프 중간에 "이의 없습니다"가 아닌 "이의 있습니다"와 "표결로 합시다"라는 브레이크가 작동해야 진정 시민을 위한 시의회가 되는 것이다.

  기자는 가끔 타 지역 언론을 통해 '상임위 통과 했지만, 본회의 격돌 예상'이라는 타 자치단체의 기사를 접한다. 김제시의회 의장단 선거 당시 자리싸움 하느라 시의회가 격돌할때는 창피해 죽겠드만 이럴때는 또 부러워 죽겠다.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상임위에서 가결 또는 부결이 되었다해도 본회의장 전체회의에서 충분한 토론과 질의가 있어야 옳다. 그래야 시민들이 시의원들의 실력도 볼 수 있고, 투명한 의회가 될 수 있다.

  우리시의회는 심의 과정 및 표결 결과 공개 등에 대한 의원들의 부담 때문에 찬반의원을 밝히지 않는다. 그러나 표결 결과가 낱낱이 공개되어야 주인인 시민들이 의원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고, 표결 등 정치행위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다. 시의원들의 실력 향상과 책임정치 및 투명한 의회를 위해 전자투표시스템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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