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 은(김제중앙병원 일반외과 과장,의학박사 일반외과 전문의 )



응급실 근무를 하다보면 여러 안타까운 일들을 보게 되는데 제일 안타까운 일은 다친 아이들을 보는 일이다.



　다치는 것은 어른들과는 다르다. 상대적으로 적은 여유를 가진 그들의 몸에 생긴 흔적들은 평생의 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화상을 입어 오기도 하고 연장에 다쳐서 또는 입속에 넣지 말아야 할 것을 넣어서 오기도 한다.



　초년병 의사 시절 동료들과 함께 그들 부모들의 부주의함과 자격없음을 성토했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러나 어찌 아이들뿐이겠는가. 의사로서 사회생활의 기간이 쌓이고 또 직접 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가 너무 안전사고에 대하여 무관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고 ? 질병과 마찬가지로 역시 예방이 제일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예상 가능한 사고를 예방한다는 것은 생활속에서의 꾸준한 훈련을 의미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삶이 눈에 보이는 것만을 따라가는데 급급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이 곧바로 작용해야만 한다는 속된 조급함이다. 사고의 예방에 눈에 보이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꾸준한 경각심과 개선을 위한 지혜이다.



필자가 일하는 병원은 논으로 둘러싸여 있다. 지난봄 모를 내기 위하여 땅을 고르고 물을 대는 과정이 농부의 지혜와 부지런함 속에서 차근차근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가을걷이까지 그 과정의 진행을 보게 될 것이다. 이 곳 김제에서의 농사일이 흔하고 자유로운 것처럼, 그래서 농번기에는 만사를 제쳐놓고 그 일에 매달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사고를 예방하려는 지혜와 노력도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위험한 곳에서 놀지 않도록 하는 것, 귀찮지만 위험한 연장들을 정리해 놓는 것, 피곤하지만 농약들을 구별하여 놓는 것, 작업중의 음주 습관을 바꾸는 것, 경운기의 야광표시등을 깨끗하게 닦는 것, 여유를 조금 더 갖고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 등등 개개인의 투지와 훈련이 필요한 부분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면서 우리의 안전을 위한 시설에 바르게 돈이 쓰여지도록, 그것이 적절하게 유지되도록, 또 작게는 농약 용기의 모양이 음료수 병과 구별되게 만들어지도록,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그 처리가 적절하게 되도록 구조적이고 실제적인 개선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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