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의약분업이 시행돼야죠"



사상 유례없는 의사들의 대규모 파업을 맞아 불안과 걱정으로 시내가 온통 어수선한 것과 달리 인터뷰가 진행된 그의 병원은 오히려 적막감이 감돌았다.



김제시의사회 조용거 회장(47·조용거 소아과의원 원장). 의약분업법 개정에 대한 정부와의 이견으로 끝내 모든 병원이 문을 닫은 20일, 인터뷰 곳곳에서 그의 착잡한 마음이 뭍어났다.



"이번 파업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네 밥그릇 싸움이네 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시민들께서 저희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 끝에 내린 결정이 밥그릇 싸움으로 내몰리는데 대한 괴로움을 그는 그렇게 표현했다.



"의약분업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위해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말하는 의약분업은 임의조제, 의약품 분류의 문제, 대체조제의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이 없어 오히려 의약품의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제도입니다. 법을 제대로 만들고 나서 그 후에 의약분업을 시행하자는 것이 저희 의사들의 주장인데, 이것이 어떻게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될 수 있습니까?"



물론 정부의 의약분업안이 의사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실을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진료권과 조제권을 분리하는 것이 의약분업의 골자지만 정부의 의약분업안은 의사에게서 기존의 조제권을 빼앗고 약사는 기존대로 처방과 조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형적인 형태를 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이 어찌 가만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그에 따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데 있죠."



의료보험 재정의 50%를 병원에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가 이대로 의약분업을 추진해 의료수가가 인상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지게 된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여러 문제를 이야기하던 끝에 시민들의 문제로 화두를 돌리자 그의 표정이 침울해 졌다.



"시민들에게는 사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하고 저희들로서도 가장 가슴 아픈 일입니다. 하지만 국민건강을 헤치고 국민부담을 가중시킬 현행 의약분업의 폐단을 뻔히 알고도 입을 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 생각했습니다. 당장 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아주시고 저희들을 지지해 주세요"



정부와의 조속한 타협으로 병원문이 다시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 만큼은 그의 마음도 시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김재명 기자 (kjm@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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