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이 태어난지 100년을 맞는 해이다.  그러나 박정희는 '대한민국을 부흥시킨 위대한 지도자'라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민족을 반역한 친일 행적과 4.19 민주혁명을 짓밟은 지독한 독재자'라는 부정적 비판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박정희가 뜨거운 논란의 중심 인물이 되고 있음에도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전국 일부지역에서는 박정희 기념사업이 추진중이며, 우상화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시와 자매결연도시인 경북 구미시에는 이미 높이 5m의 거대한 박정희 동상이 세워졌고, 박정희 탄생 100년을 맞아 박정희 생가 복원사업, 박정희 기념공원 조성,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건설, 박정희 기념도서관 건립 등의 사업을 추진하려하고 있고, 경북 문경시는 박정희가 만주군관학교로 가기 전, 문경초등학교 교사 생활 당시 하숙하던 집을 복원할 계획이다.

  경북 울릉군도 1962년 박정희가 국가재건 최고회의 의장 당시 하룻밤 묵었던 울릉도 군수 관사를 막대한 군비로 복원했다.  서울 중구청도 박정희가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직전에 거주하던 서울 중구 신당동 주택을 박정희 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하며, 우정사업본부는 내년 7월에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우표' 60만장을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많은 국민들은 '살아있는 권력에 아부하는 세금 낭비쇼' 또는 '과잉충성의 산물'이라거나 '북한 권력의 우상화 놀음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코미디'라는 자조섞인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선 보기 드물게 우리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져 뜻있는 시민들을 부끄럽게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 소리없이 시비 495만원을 들여 백산전망대와 월촌양수장에 박정희 방문 기념비를 세웠다. 예산도 시의원들이 자세히 살피지 않고 쉽게 넘어가는 2014년도 결산추경에 슬쩍 끼워넣어 마련했고, 이듬해로 명시이월시키는 편법까지 동원해가며 비석을 세운 것이다.

  비석의 내용을 보면 백산전망대에는 "1966년 9월 21일 한눈에 금만경 평야를 볼 수 있는 이곳 두악산에서 열린 호남야산개발사업 기공식에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참석하시어 우리김제의 번영을 염원하시었다"고 되어있고, 월촌양수장에는 "중략~~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참석하시어 잘사는 농촌건설의 염원을 치사하시었다"고 극존칭을 쓰고 있다.

  현장에서 비석을 확인한 기자는 수년전 개성공단 방문 당시 곳곳에 세겨졌던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방문기념 문구가 떠 올랐다. '염원하시었다'라거나 '치사하시었다'라는 단어들이 북한의 비석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라면서 학교에서 우상화라고 배우면서 비웃었던 비슷한 상황이 우리시에 존재한다는게 부끄럽기까지 했으며, 지역신문기자로써 책임감까지 통감했다.

  백산전망대 입구 좌측에는 박정희 방문 당시 설명장소로 지어진 관리소가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고, 그옆에는 안내판이 있으며, 안내판 내용중에 호남야산개발 착수 당시 박정희가 방문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러함에도 굳이 시민의 혈세를 들여 높이 180㎝의 화강석을 다시 세워야 했는지 개탄스럽다. 게다가 박정희 방문날짜까지 잘못되어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보자에 따르면 "당시 박정희를 수행했던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에게도 확인했고, 당시 언론보도도 박정희는 1969년 10월 6일 방문했는데 비석에는 1966년 9월 21일로 적혀있다"는 것이다.  시비를 들여 불필요한 비석을 세우기보다 안내판을 정비하거나 흉물스럽게 방치된 관리소를 철거 또는 보수하는데 사용했어야 옳았다. 월촌양수장도 많은 돈이 들어가는 화강석의 뜬금없는 '박정희 방문 기념비'보다는 양수장의 역할을 소개하는 안내판 정도가 타당했을 것이다. 박정희 방문은 50년이나 지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는 이같은 헛짓으로도 모자란다. 놀랍게도 내년에도 예산을 세워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우려하고 있다. 검산동 호남양수장에 박정희의 친필 현판이 있는데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으므로 박정희 방문기념비를 세워 박정희의 업적을 기리고자 함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이해하려해도 기자의 눈에는 과해도 너무 과하다. 대통령이 다녀갔다고해서 그곳마다 비석을 세우기로하면 우리시는 온통 공동묘지 느낌의 비석천지가 될까 우려된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연령별 세대와 지역에 따라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과 인식은 다르더라도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노력은 지속 되어야 한다.  지독한 가난의 고리를 끊기위함이라해도, 목적이 아무리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해도 목적을 위해 그릇된 수단이 사용된다면 이는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고, 성공만 하면 영원히 잘 사는 불의가 계속되는 한, 대한민국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자랑스러운 민주국가가 아니다. 아는게 부족하고 힘이없어 당했지만, 언젠가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하는게 역사의 정의이기 때문이다.  경부고속도로를 편하게 달릴때, 꽃다운 청춘남녀들이 머나먼 독일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비인간적 대우를 받으며 흘렸던 피와 땀도 한번쯤은 생각해야 한다.  지도자는 국민을 지배하려해도 안되고 시민위에 군림해서도 안된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역사는 영원하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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