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영
김제중학교 총동창회장

  필자가 지역에서 발간됐던 월간지'지평선메거진'의 요청으로 「존경하는 인물 김연아」란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글에서 존경하는 이유로 첫째, 김연아를 보면 꿈과 희망이 보인다. 둘째, 인내심이 강한 노력가다. 셋째, 겸손하다. 넷째, 기부 천사다 등을 예로 들었었다.

  한편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가 EBS에서 특강을 하던 중 김연아 사진에 대해 90도 절을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왜 김연아 선수를 존경하느냐. 우리 5천년 역사에서 이렇게 압도적으로 세상을 이겨본 적이 있나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우리 젖 먹던 힘을 다해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가끔가다가 아슬아슬하게 몇 번 이겨봤습니다. 대부분 깨져서 눈물을 흘렸고요. 몇 번 아슬아슬하게 이겨 봤습니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이겨 본 적 있어요? 없습니다. 저 분 우리가 도와드렸어요? 아이스링크 만들어서 연습하라고 도와 드렸어요? 아무것도 해준 거 없습니다. 혼자서 죽어라고 해가지고 압도적으로 세상을 이긴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 분을 너무너무 존경합니다." 필자와 같은 생각이기에 인용하였다.

  몇 일전 2016 ISU 그랑프리 피겨 1차(미국)대회 중계방송을 봤다. 우리나라에서는 박소연이 출전을 하여 8위를, 김연아와 경쟁관계였던 일본의 피겨 전설 아사다마오가 6위를 하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이제 26세가 된 아사다마오의 예전 보다 못한 연기를 보면서 정말 착잡한 심정이었고 또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을 때는 안쓰럽기조차 하였다.

  밴쿠버 올림픽 당시 중계하던 스페인 해설자가 말한다. "김연아와 동시대의 여성 피겨 스케이터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왜냐하면 김연아가 있는 동안은 누구도 그녀를 이긴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아사다마오는 세계빙상연맹과 심판들을 떡 주무르듯 하던 일본 체육계와 언론의 희생자라고도 할 수 있다. 어렸을 때는 세 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이란 어려운 점프를 할 수 있었지만, 성장하며 체중이 늘고 체형도 바뀌어 제대로 회전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성공했다고 판정 받게 하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자기가 정말로 점프를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프로그램 수정할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고, 아사다마오 또한 스스로 자기도취에 빠져 이런 결과를 가져왔지 않나 싶다. 그리고 2014년도 소치 동계올림픽 때도 점프를 성공하지 못하였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단지 실수를 했을 뿐이다"란 자만에 빠져 오늘 날의 아사다마오가 된 것으로 본다.
 

  나라가 정말 시끄럽다. 지겹고 짜증이 나서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리고 이번 피겨 중계방송을 보면서 아사다마오와 그동안 나름대로 많은 기대를 주었던 한 여성 지도자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씁쓸한 심정이 되었음을 밝힌다. 만약 자기들의 한계점이 드러났을 때 미련없이 스스로 은퇴한다면 초라하고 비참하게 몰락하는 수모는 겪지 않을 것 아닌가.

  김연아를 보자. 러시아에 도둑맞은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고 "이제 심판들의 농간에 다시는 놀아나지 않겠다"면서 웃으며 은퇴를 선언하지 않던가. 참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냥 욕심을 버리고 잡은 손을 놓으면 될텐데...

  끝으로 소위 제4권부라는 중앙 언론 권력의 어찌 보면 무분별하다 할 수 있는 보도 행태가 실망을 주고 있고, 깊어가는 싸늘한 가을 날씨마저 필자를 더욱 춥게 하고 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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