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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사람>청하면 동지산리 이장 정홍구씨의 하루"동네일 산더미, 내 농사는 뒷전"
“봉사정신 없이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이장입니다”

올 들어 새롭게 청하면 동지산리 갈산마을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정홍구씨(54)는 요즘 부쩍 늘어난 업무량에 하루종일 시달리며 생업인 농사일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새벽 6시 눈을 뜨면 마음부터 다급해져 온다. 더구나 양식장을 하고 있는 정 이장은 아침나절까지는 일을 모두 끝내야 낮 동안 동네 일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

오전 9시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면사무소로 발길을 재촉한다. 문서함에 수북이 쌓여있는 세금과 적십자회비 등 공과금 고지서, 농지이용실태조사, 논농사 직불제도 신청서와 협약서 등 마을주민 41세대 150여명에게 전달할 협조문서를 챙긴다.

담당 공무원과 오늘 할 일을 일일이 체크한 뒤 면사무소를 떠나는 시간은 10시 30분쯤. 이어 농협에 들러 주민들을 대신해 각종 영농자재와 농자금, 종자, 농약, 비료 등과 관련 직원들과 협의를 한다.

오후에는 마을을 돌며 주민들에게 공문과 고지서를 전달하고 꼼꼼히 설명하는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민원 관계를 조정, 절충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영농자금에 대한 금액도 결정해야 하며 영세민 관리 등 주민 동향파악도 소홀히 할 수 없고 논농사직불제 관련 조사, 농지이용실태조사도 해야 한다.

여기에다 매달 2번씩 협의회 정례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산불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긴급이장회의를 소집, 대처하고 영농교육 참여도 독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생업을 위한 일은 새벽과 저녁시간에 짬짬이 하는 수밖에 없다. 공무원 구조조정으로 지난해부터는 이장에게 떨어지는 행정수요도 대폭 늘었다. 논농사직불제와 구제역 방제, 산불예방, 쓰레기수거, 폐기물처리, 제설작업 등 하나같이 부담 가는 일들이 추가된 것.

기존 동네 일에 농번기가 한꺼번에 겹치는 봄철에는 일복이 터져 손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정 이장은 영농회, 새마을 지도자, 민방위대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어 어느 연예인 못지 않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권한보다는 책임과 주민불만을 감수해야 하는 직책이 대부분이다.

그는 "농촌에 젊은이들이 떠난 후 60대가 중심 층을 이루다 보니 이장 할 사람이 없다"며 "동네 어른들을 모신다는 보람은 있지만 민원 조정 과정에서 원망을 들을 때는 그만두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이장들은 쌀 한 가마니에 2만원 하던 20년 전 한 달에 8천원의 수당을 받았다. 쌀 한가마니 값이 20여만원인 요즘 13만원의 수당을 받고 있다. 10배 이상 올랐다고는 하지만 하루 20㎞이상 활동하는 차량 기름비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물가 인상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쌀값을 기준으로 정부에서 이장의 보수를 책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열악한 상황 속에 요즘 농촌 이장들은 봉사정신과 사명감이라는 굴레에 발목이 잡혀 처우개선을 선뜻 요구하지 못하고 속만 끓이며 하루하루 힘들게 보내고 있다.

김재수  kjs@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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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하면 동지산리 갈산마을에서 이장을 맡고 있는 정홍구씨(54)는 요즘 부쩍 늘어난 업무량에 하루종일 시달리며 생업인 농사일에도 손을 놓을 수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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