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앞 큰 도로에는 좌회전 감응 신호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답니다. 우리 김제에는 시범으로, 우선 두 군데가 있다고 들었어요. '감응'이 무슨 뜻이지?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 했지요.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어서 사전을 찾아봤어요. '어떤 느낌을 받아 마음이 따라서 움직이다. 신(神)이 어떤 사람의 마음이나 정성에 감동을 받다.' 이런 뜻이네요.

  좌회전 감응이라는 말은, 평소엔 직진과 정지 신호만 있다가, 좌회전하고자 하는 차량이 접근하면 이를 감지해 좌회전 신호가 나타난다는 것이랍니다. 하지만 이를 '좌회전 자동인식' 등 쉬운 말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요. 안전과 생명을 다루는 교통 표지를 쉬운 말로 바꿔 달라는 의견이지요.

  도면의 파란색으로 네모가 그려져 있는 곳에 차를 대야하는데, 못 미쳐서 대기하고 있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신호가 바뀌지 않아요. 뒤에서 기다리다 못해, 앞 차 기사님에게 가서, 파란 표시에 차바퀴를 대라고 말해줄 때가 종종 있답니다.

  그 도로에는 가슴 아픈 기억이 많아요. 젊은 부인이 퇴근길에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건너오다가 차에 치어 숨진 사고도 있었고요. 사고 많은 지점이라는 팻말이 붙을 정도여서, 마을에서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경찰서에 건의해서, 횡단보도가 만들어지고 속도와 신호 위반 감시 카메라가 설치됐지요. 거기다가 횡단보도의 보행자신호등을 보행자가 직접 단추를 눌러서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그 뒤론 사고가 좀 줄어 든든해요.

  그런데 좌회전 감응 신호는 은근슬쩍 기분이 좋답니다. 대기 선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기계가 하는 일이지만, 그것을 감지해주고 파란불을 표시해주니 꽤 대접받는 기분이거든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대요. 알아주고 반응하면 마음이 따라서 움직이잖아요.

  며칠 전에, 집에서 손님을 맞을 일이 있었는데, 삼십 여명의 많은 숫자라서 무척 신경이 쓰였습니다. 집 안팎을 깨끗이 치우고, 식당을 예약하고,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어떻게 대접하면 참 잘 오셨다는 반가운 마음을 표시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메밀을 볶아서 차를 끓이고, 과일을 깎았는데 사람이 많으니 포크가 모자랐습니다. 마침 집 앞에 노란 국화가 피어 있었지요. 꽃잎을 살짝 쪄서 말린 후 뜨겁게 우려 마시면 환절기의 감기쯤은 걱정할 일이 없는 금국 말이에요. 올봄에 마을가꾸기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모아진 의견 중에 꽃길을 만들자는 것이 있었어요. 그래서 몇몇 마을에 꽃모종을 했지요. 시멘트포장도로 갓길이라 척박해서 심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생명력이 강하고 차도 끓여먹을 수 있는 국화를 심었답니다. 가뭄이 심했을 때 물도 제대로 못줬는데, 한포기도 죽지 않고 다 살아서 수북하게 꽃을 피웠어요. 수더분하면서도 다소곳한 모습으로 웃어주네요.

  그 꽃을 솎아다가, 이쑤시개 위쪽 손잡이 부분에 한 송이씩 붙여서 포크를 만들었답니다. 과일을 먹다가, 연신 코에 대고 향을 맡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흐뭇하던지 요. 이런 포크는 생전 처음 써본다면서 요.

  며칠 후엔, 또 멀리 아프리카에서 손님들이 오시기로 되어있지 말입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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