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이건식시장의 법정구속으로 인해 이번호 데스크칼럼은 쓰지 않으려 했다.
  현역시장이 불미스런 일로 임기중에 직을 물러나는 사태는 없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전주지법 3호법정에서 선고공판을 방청했다. 그러나 재판을 맡은 김선용부장판사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판결문을 읽어내려갔고, 판결문 중간에 들었던 불길했던 생각은 최악의 상황으로 다가왔다.  실형이 선고되는 순간 방청석은 술렁였고, 모두가 요즘 흔히 말하는 멘붕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다.

  포승줄에 묶여 법정구속되는 이건식시장의 초라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권력형 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촛불민심과 최순실사태의 여파가 재판에 강력하게 작용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도 있지만, 김제를 위한 열정과 누구보다 공도 많았던 시장이기에 그가 저지를 실수에도 마음아픈게 먼저였을 것이다.

  법정구속까지 예견하지 못했던 기자는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서 "시장님이 4선에 도전하시나보다"고 비꼬기도 했었다. 이러한 생각을 가졌던 것도 송구하지만, 그래도 할말은 해야하고, 할말도 시기가 있다는 생각에 다시 데스크칼럼을 시작한다.

  내년도 예산안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특히 보훈회관 건립을 위한 리모델링 비용 6억원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시는 중앙병원앞으로 이전한 구 교월동사무소 건물에 6억을 투입해 7개 보훈단체(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무공수훈자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지회, 6.25참전유공자회)를 입주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는 교월동사무소 신청사를 건축하면서 시비가 모자라 10억원의 빚을 얻었다. 빚까지 지면서 호화로운 새집을 지어 이사갔으면, 헌집은 어찌해야 마땅한지 명약관화하다. 당연히 헌집을 팔아 빚을 갚는데 보태야 할 판인데, 헌집에 또 돈을 들여 별장을 짓는다면 이 집 살림은 어찌될 것인가?

  오늘날 대한민국 번영의 밑바탕에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많은 유공자 및 참전자와 그 가족들의 피땀이 깔려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이 분들에 대한 예우와 지원도 필요함을 공감한다.
 

  하지만 어려운 우리시 현실에서 보훈회관이 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6.25가 휴전된지 63년이 지났고, 베트남 참전도 52주년이 되었다. 따라서 유공자들의 연세도 고령인데다 보훈회관을 이용하실 분들이 몇분이나 될지 의문이다.

  보훈회관을 건립한다해도 임원을 맡은 몇분들의 전유물이 될 수 있고, 많은 보훈자들은 거동이 불편해 굳이 보훈회관을 이용하실지도 의문이다.  시 관계자는 "보훈회관에 6억이 들어가면 많은 예산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구 교월동사무소 매각을 전제한다면 보훈회관에는 10억이상이 소요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보훈회관은 한번 건립하면 영원히 유지해야 한다. 회원은 없어도 단체는 없어지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한결같이 보아온 바다. 건립비용도 문제지만 앞으로 투입될 유지 보수비용도 언제까지 얼마가 들어갈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차라리 이 예산을 보훈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항구적인 예산절감 효과도 있을 것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보훈회관을 이용하지 않을 다수에게 한푼이라도 더 실질적인 보조를 하는게 낫지, 몇몇 특정인이 이용할 보훈회관에 엄청난 시비를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많은 어르신들이 보훈회관을 시내에 만들었다해서 마을회관이나 그룹홈을 나와 보훈회관을 이용할지도 미지수다.
 

  당초 구 교월동사무소는 시청공무원들의 직장어린이집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가 갑자기 보훈회관으로 변경됐다. 많은 국가유공자께서 생존하셨던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보훈회관을, 6.25가 끝난지 63년도 넘은 지금에 건립하려하는지 안타깝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7개 보훈단체에 운영비로 9790만원, 사업비로 2880만원 등 1억2670만원이 편성됐고, 1인당 보훈처에서 20만원과 시에서 5만원씩의 보훈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또 장제비로 15~20만원이 지급된다.

  보훈회관이 건립된다해도 어차피 이 예산은 변함없이 집행돼야 한다. 겉치레인 보훈회관보다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실때 따뜻하고 배불리 드실 수 있도록 보훈수당을 올려드리는게 낫다.

 김제의 미래를 위해 시민들의 세금은 소모보다 투자가 바람직하다. 지금 시의회에서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다. 시의원들은 작은 반발에 얽매이지 말고, 말없는 다수 시민들의 준엄한 눈초리를 두려워해야 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