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별로 주민을 동원해 풍악을 울리고 자화자찬 성격의 대형행사를 갖기 좋아하는 김제시가 내년에도 실효성없는 대형행사를 치를 계획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시에 따르면 내년(2017년)은 '김제'라는 이름이 지어진 지 1260주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다. "통일신라 경덕왕 16년(서기 757년) 전국적으로 행정구역이 한자지명으로 바뀌면서 '벽골군'에서 '김제군'으로 개칭됐다"고 밝히고 있다.

  행사 추진 배경은 "김제 정명 1260주년을 맞아 우리시 역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시민들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드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는 김제 정명 행사를 통해 "1260년의 역사 인식을 온 시민이 함께하고 이를 기념하는 대 화합의 장을 마련해 새로운 가능성에 눈뜨는 미래 천년 김제의 비전을 제시한다"는 야무진 목표까지 세우고 있다.

  시가 준비하는 '김제 정명(定名) 역사 정립 추진계획'을 보면 크게 3가지다. 김제 정명 역사 정립 학술세미나와 김제 정명 기념행사, 김제 정명 1260주년 홍보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내년 4~5월 중 공무원과 시민 1천여명을 대상으로 학술세미나를 통해 김제 정명 시기 고증 및 역사정립, 미래 발전 방안을 제시하겠단다.

  또 6~7월 중에는 기관·사회단체장과 시민 2천여명을 동원시켜 축하공연과 축하 메시지, 기념퍼포먼스, 타임캡슐 매설 등 시비 5천만원이 소요되는 기념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시비 3천만을 써가며 각종 언론매체를 활용하고 홍보물을 제작해 김제정명 1260주년의 의미를 부여하고 홍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행사를 위한 비용은 전액 시비로만 1억200만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내년예산을 심사한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는 행사의 성격이나 역사성 파악은 도외시한 채 행사비 전액을 한푼도 삭감하지 않고 승인했다.

  그러나 1995년 김제문화원이 발행한 향토문화자료 제10집 '우리고장의 옛지명'이라는 책자를 보면 <삼국사기>와 <일본서기> 등을 인용해 당시의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에 의해 백제가 700여년만에 소멸된 이후 백제의 영토가 신라식으로 재편됐다가, 경덕왕 16년(757년)에 당의 방식에 따라 주·군·현간의 영속체제를 강화하면서 그 이름들마저 전국에 걸쳐 모두 중국식 한자명으로 고쳐버렸고, 이에 따라 전주총관부 관내인 벽골은 김제군으로 개칭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 개혁은 무열왕조가 쇠약해가는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방편으로 추진한 중국화정책의 일환으로서 지방통치의 강화를 꾀한 안간힘의 하나에 불과했다'고 개칭의 의미를 평가절하하고 있다.  백제를 침략한 신라가 백제의 정신을 말살 또는 훼손하고자 중국화정책의 일환으로 지명을 바꿨다는 말이다.

  당시 지명이 바뀌면서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는 곳은 김제시 뿐이 아니다. 전주시도 마찬가지고 정읍·고창·진안도 그러하며, 임실군은 통일신라 이전인 삼국시대부터 임실이라는 말을 썼으므로 역사성과 정체성을 따지자면 임실이 먼저다.  우리 지역고유의 정통성은 백제에 까깝다. 백제 비류왕 27년에 '벽골군'이라 지어진 이름이, 당을 끌어들인 침략자 신라에 의해, 그것도 당의 방식에 따라 한자명으로 '김제'라고 고쳐졌다. 이 이름을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해서 이를 자랑으로 여기고, 김제인의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발상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참으로 한심한 계획이 아닐 수 없다.

  김제 정명 기념사업이 역사 바로알기라면 몰라도, 자긍심 고취 차원이라면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계획은 크게 상반될 수 있다.  게다가 시가 밝힌 경덕왕 16년에는 금구와 만경은 김제와 하나가 아니었고 각기 다른지역이었다. 오늘날의 김제는 조선시대에 와서야 김제·만경·금구가 하나로 합쳐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가 김제 정명 1260주년을 기념한다면 만경과 금구는 해당되지 않는 셈이며, '대화합의 장 마련'이라는 말은 무색해진다.

  올해 인근 부안군이 '부안정명 600주년 기념행사'를 가지면서 홍보에 재미를 좀 모양이다. 그래서 옆의 우리시도 벤치마킹인지, 컨닝인지는 몰라도 이를 흉내내려나보다.  기자는 이 업무를 행정지원과에서 추진하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홍보나 역사성 미래 비전이 목적이면 기획감사실이나 문화홍보축제실에서 추진했어야하는데 시장을 보좌하며 각종회의나 행사를 주관하는 행정지원과 시정담당부서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기자가 칼럼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대형행사가 목적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시 현실은 김제시 핵심부서에서 실효성없는 대형행사나 기획할 만큼 한가하거나 넉넉하지도 못하다. 우리시 수장이 구속된 마당에 누구를 위한 행사를 벌인단 말인가.  내년예산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는 시점은 시장이 구속되고도 몇일이 지난 때였다. 공무원은 그렇다쳐도 시민을 대변한다는 시의회 예산결산위원들은 대체 무슨생각으로 4개항에 달하는 이 예산을 승인해줬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제발 잘 좀 하자.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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