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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자의 금연 도전기①

 

지난 1999년 봄, 최근 개봉한 영화 '아수라'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마초적인 이미지로 당대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배우 이정재·정우성씨가 주연한 영화 '태양은 없다'가 남성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밑바닥 청년들이 사랑과 꿈을 쫓으며 고군분투하는 내용으로 기억되는 이 영화의 최대 수혜자는 수컷냄새(?) 물신 풍기며 열연했던 주연배우들도, 미모의 여주인공과 얽히고 섥힌 애달픈 삼각관계 로맨스가 아니라 러닝타임 내내 배우들의 마초적인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 'P'회사의 'M'담배였다.


  거친 상남자의 이미지를 앞세운 'P'사의 판매전략과 이를 활용한 김 감독의 흥행전략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고 당시 질풍노도의 시기에 놓인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사이에서는 반항성을 표출하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으로까지 각광받기도 했으며, 과거는 물론 현재에 이르러서도 'M'담배는 흡연가라면 누구나 한번 쯤 불을 붙여 그 특유의 맛과 멋을 음미해 봤을 정도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매출 1·2위를 다투며 전세계적인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이다.
 

  처음으로 흡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시점이 그 무렵이였다. 또래의 남학생들이 그랬듯 흰색과 갈색의 황금비적인 오묘한 조화에서 보여지는 서구적인 멋과 비록 애연가들이 지어낸 허구이지만 'M'브랜드의 이니셜을 따 만들어진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사랑을 기억한다'는 문구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유치하기는 해도 당시엔 영어 숙어 외우듯 담배를 볼 때마다 되새기며, 'M'담배에 담긴 애틋한 사랑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보곤 했다.
 

  담배 특유의 쾌쾌하고 매운맛은 싫으면서도 긴 숨과 함께 가슴 속 깊은 곳을 훑고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로맨틱한 사연(?)이 있는 남자가 된 것 같은 착각에 착각을 거듭하며 점차 니코틴에 중독돼 갔다.
 

  그렇게 첫 담배의 시작은 하찮은 이유였으나, 니코틴중독의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부스스한 눈을 비비며 담배를 입에 물고 하루를 시작해 늦은 밤 잠들기 직전까지 담배는 항상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지근거리에서 애인처럼 함께 했다.

  특히 불로장생의 지름길로 불리우며 금연실패 원인의 1순위인 식사 후 흡연(일명 식후땡)은 우리나라 특유의 맵고 짠 음식의 뒷 맛을 중화시켜주는 첨병과도 같았으며, 배변활동 시 흡연은 쾌변을 유도하는 응원가 이기도 했다.
 

  또한 삶에 지쳐 힘들 때 들숨에 섞여 들어온 담배연기에 말 못할 고민거리와 분노 등을 한아름 담아 날숨과 함께 밖으로 내보내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 내 속마음을 알아주는 오랜 친구와도 같았다.
 

  행여나 선생님께 들킬까 비좁은 화장실에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담배 한개피를 나누던 학창시절, 강원도 최전방에서 군생활 하며 뿌연 연기 한모금에 집과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던 시절 등등 흡연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각자 담배에 대한 추억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딱 거기 까지이다. 담배는 추억팔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아니, 추억을 미끼로 흡연의 굴레에서 벗어 날 수 없도록 하는 '악마의속삭임'과도 같다. 담배잎에 함유돼 있는 중독성분으로 잠깐의 심신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을만 그로 인해 잃는것의 가치가 몇 곱절 더 크다는 것을 깨닳는데 까지는 10여년이 흐른 뒤였다.

  흡연자 중 금연으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오죽했으면 옛 말에 '담배 끊은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아라'는 말이 생길정도로 왠만한 노력과 각오를 가지고는 시도할 엄두도 못 내는 것이 바로 금연이다. 매년 해가 바뀌면 수 많은 흡연자들이 세운 새해목표 중 반드시 순위안에 들어가는 것이 금연이지만 열에 아홉은 중도포기를 선언할 정도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부터 배우지 말았어야 했다. 담배의 부작용 중에서 가장 큰 것은 타인에게 불쾌감을 안겨주는 악취이다. 흡연기간이 긴 흡연자에게서 나는 악취는 상상을 초월한다. 애연가인 나 조차도 다른 흡연자에게서 스믈스믈 베어져 나오는 악취가 여간 참기 힘들정도로 거북한데 비흡연자들은 과연 어떠한 심정이였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정말 '아차! 이게 아니구나' 싶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건강상의 문제이다. 심각한 중독증세로 인해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야되는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4800여종의 화학물질과 69종의 발암물질을 몸 속 어딘가에 쌓아 놓고 시작했다. 첫 단추부터 '삐긋'한 셈이다.
 

  하루에 평균 10개피를 흡연했으니, 단순히 계산해도 매일 4만 8천여번 화학물질에 노출됐으며, 그 중 690여번은 1급 발암물질을 몸속 보이지도 않는 곳에 쌓아두고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훌쩍 넘어 2억번에 가깝게 화학물질 및 발암물질에 방치됐었다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는다.
 

  생각을 바꿔보니 고민거리와 분노 등을 달래주던 담배연기가 뚜렷한 해결방안도 내놓지 못한 채 그 댓가로 생명과 건강을 요구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었다.
 

  담배에 대한 추억이 쌓인 만큼 우리 몸은 "살려달라"고 절규하고 있었던 것이다. 손 끝에 티끌만한 가시 하나 박혀도 불편한 점이 하나 둘이 아닌데 당장 물리적인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로 흡연에 너무 무감각했던 나 자신이 한심해 금연에 성공할 때까지 금연일지를 작성, 시시각각 변화하는 금단현상과 건강상태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해 건강도 되찾고 담배로 인한 사회적비용을 줄이는데 동참하고자 결심했다.
 

  10년 넘게 정들었던 악동같은 녀석과 이별하려 하니 아직은 금단현상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 두려움이 건강을 되찾아 가는 설레임으로 바뀔것을 확신하며 금연성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남기자의 금연 도전기' 연재를 시작한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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