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선녀 수필가/상정보건진료소장

참, 피곤한 하루였네요.
  며칠 무리한 탓인지 몸살 기운까지 겹쳐서, 합창 연습하러 가는 일이 망설여졌어요. 일찍 쉬어야, 내일 일을 해낼 텐데... 그러면서도 나섰네요.
 
  농민들로 이루어진 팜합창단은, 바쁘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시간을 쪼개어 밤에 만나지요. 농업기술센터 상록관에 도착하니 'B+ Premium 합창세미나' 플래카드가 걸려있습니다. 평범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보통이라도 할 수 있다고, 오늘 강사인 임미진교수가 말하네요.

  우리는 비싼 다이아몬드는 아니래요. 그냥 보편적인 금인데요. 비싼 것과 귀한 것은 다른데, 다이아몬드는 높은 열을 가하면 탄소 기체가 되어 없어져버리지만, 금은 녹아서 다른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다고요. 그래서 귀하다의 대표 가치로 여겨서, '시간은 금이다', '금쪽같은 자식', 이렇게 표현한다고요.

  합창 연습도 쉽게 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줬어요.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랬는데... 어쩌죠. 그래도 살짝 알려드릴게요. 처음 악보를 받으면, 어휴 이걸 언제 익히지, 한 마디 한 마디 배울 생각을 하면 어렵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잖아요. 더구나 악보를 외워서 부르자하면 더럭 겁부터 나지요.

  그런데 큰 틀을 보면 쉽대요. 삶도 그렇잖아요. 목표를 바라보면 징검다리를 건너는 일이 좀 수월하듯, 악보도 통으로 보면 그 안에 반복과 흐름이 보인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눈으로 보는 것보다 귀로 듣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하면 빨리 익혀진대요.

  그리고 팀 문화는 각자가 개인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어요. 야구선수들이 개인연습을 피나게 해서 팀워크를 만들 듯이, 기본은 스스로 익혀서 만나야 엄청난 효과를 낸다고요. 정확하고 아름다운 발성에 슬며시 돌아보게 하는 사람이 우리 합창단엔 많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색깔을 내는 것이 아니고요. 빨강과 파랑이 만나 보라가 되듯이, 하나로 융합하지요.

  감기 기운이 있는 강사님에게, 얼른 따뜻한 녹차를 갖다 드렸어요. 야무지고 단아한 강사님, 참 멋진 강의를 해주시네요. 성악가는 목소리가 무기지만, 합창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종일 동동대다가 지쳐서 오지만, 서로 챙겨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에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어지지요. 전기차가 그냥 통과하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앞으로 이루어질 신기술! 캄테크를 발휘하는 단원인 게죠.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당신은 그런 사람이에요. 꽃말이 배려인 튤립처럼요.

사진 : 나인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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