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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베들레헴꽃

 

꿈을 자주 꾸시나요?
  남편은 아직도, 가끔 전쟁 꿈을 꾼다고 말해요. 군대 생활을 오래해서 그럴까요. 친정 엄마는, 지금 치매가 와서 분간을 잘 못하시지만, 예전에는 꿈이 잘 맞았어요. 그래서 종종 꿈 이야기를 하시며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시곤 했지요.

  그런데 저는 꿈을 잘 꾸지 않아요. 어쩌다 꾸는 대부분의 꿈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거나, 황당무계해서 개꿈인가 하며 흘려보내곤 했지요.

  그렇지만 기억에 남은 선명한 꿈이 하나 있답니다. 꿈속에서 저절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 아름드리나무들이 우거진 숲속이었는데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이 가득 차있었지요.

  그곳에 연못이 있어서 다가가보니, 작은 새끼 거북이들이 놀고 있는 거예요. 너무나 예뻐서 저도 모르게 바가지로 떴는데 두 마리가 담겨졌어요. 그들을 데리고 재빨리 저희 집 부엌으로 들어와서, 꿈에서 깼지요.

  분명 태몽이었어요. 바로 아기가 생겼거든요. 한꺼번에 꿈을 꾸어서인지, 둘째아들을 가졌을 때는 없었어요. 그렇게 멋진 꿈을 꾸고 얻은 아들들이지만, 크면서 어지간히 속을 썩이더라고요. 지금은 철이 들었지만요.

  생명이 이 땅에 오는 일, 그것은 경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온 우주가 열리고 신의 형상을 입고 오잖아요. 인간은 모두 그렇지요. 이 땅을 지나는 동안 잘 살아야지, 속으로 다짐합니다. 지난겨울, 그 끔찍했던 된서리도 우리는 견뎌냈어요.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이나 반가운 이 봄, 서로 일으켜 세워주며 진짜로 살다가야지 싶어요.

  그림책의 고전인 마저리 윌리엄스의 '벨벳 토끼 인형'에 이런 내용이 나와요.
  "'진짜'란 게 뭔데요?" 벨벳 토끼가 가죽 말에게 묻지요.
  "네가 얼마나 고급품이고, 어떤 특별한 기능이 있는지는 '진짜'가 되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단다." 그러면서 가죽 말이 말해줘요.

  "만약 너를 장난감이 아닌 친구로 여긴다면, 그래서 너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 준다면, 그 때부터 넌 세상에서 하나뿐인 '진짜'가 될 수 있단다. 오랜 시간이 필요해서, 진짜가 될 무렵이면 너의 부드러운 털은 닳고, 몸 마디마디는 너덜거리게 될 거야. 하지만 일단 진짜가 되고 나면 그런 것들은 이미 중요하지 않아."·····.

  요즘 베들레헴꽃을 보셨는지요? 동방박사가 아기예수를 만나려고 따라간 그 별을 닮아서, 베들레헴이라는 이름을 얻었대요. 별모양의 오렌지색 꽃이 이십여 송이 모여 피어, 주변을 온통 환하게 만듭디다.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을 가졌군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찰나와 억겁이 통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이 순간, 어떤 조건도 따지지 않고, 마음 다해 사랑하는 것!, 그것이 진짜라는데요.

사진: 나인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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