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가던 길만 고수할 때, 남이 가지 않은 어려운 길은 개척하고 신작로를 만들어 그길을 기꺼이 이웃과 함께 공유하는 이들이 있다.

  여건도 좋지 않은 소지역 단위농협으로 자산만해도 1천억이 넘을 정도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백산농협(조합장 강원구)이 그 개척의 선봉장이다.

  지난해 백산농협은 관행적으로 하고 있는 농법이 아닌, 듣기에도 생소한 '밀묘농법'으로 모내기 비용에서만 1필지(1200평)당 34만4천원을 절감하고도, 수확은 예년과 같이 했다.

  '밀묘농법'이란 모판당 건벼 기준 300그램을 파종하고, 고밀도로 파종한 육묘상자를 이용한다. 기존 농법이 필지당 100~120판의 모판을 소요했다면, 밀묘농법은 3분의 1정도인 30~40장만으로 이앙을 마무리한다. 건벼 종자 9㎏으로 1필지를 심는 것이다.

  따라서 모판의 수가 개당 3200원을 기준하면 70개가 줄어들기 때문에 22만4천원이 절감되고, 모내기(이앙) 소요시간도 기존 1시간에서 40분으로 단축되면서, 이앙비용도 5만원 가량 절약할 수 있다. 인건비도 7만원이 절약되므로 농가소득 증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우리나라보다 농업기술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이미 이 농법을 사용하고 있고, 한국농업대학 ㅂ교수도 강의를 한 적이 있지만, 모두 고개를 저을 뿐, 귀담이 듣지 않았다.

  도전정신이 강하고 밀묘농법에 대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강원구 조합장은 먼저 자신의 논에 시험재배하기로 마음 먹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논에 모를 기존의 3분의 1만 심는다고하면 혹자는 "미친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로 갓 이앙된 논을 보면 모를 심은건지, 군데군데 떨어뜨려 놓은건지 영 믿음이 가지 않는다. 처음엔 많은 농민들이 "갈아엎고 다시 파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었다.

  하지만 강원구 조합장은 자신한다.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나면 튼실한 모가 논바닥에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자라기 때문이다.

  모와 모 사이가 떨어져 있어서 햇빛이 잘 들고 각종 병에도 강해지며 벼알이 충실해진다. 벼가 굵어지기 때문에 도복에도 강하고, 통풍이 잘되는 좋은 환경에서 햇빛도 많이 받다보니 미질도 좋아진다.

  "영농비 아끼자고 수확이 적으면 무슨의미가 있겠느냐"며 "3분의 1만 심었지만 수확량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게 강 조합장의 자신감이다.

  백산농협은 시범단지에 시범포를 운영하며 밀묘농법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밀묘농법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도 해소되고, 경영비 절감을 통한 소득 증대까지 1석2조이기 때문에 나만 잘 살자기보다는 같이 잘 살자는 마음으로 그간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백산면 부거리 들녘의 현장을 개방하고 설명회를 갖는 등 밀묘농법의 전도사가 됐다. 이젠 입소문을 타며 전국 각지에서 문의와 방문이 쇄도하고 있다.

  백산농협은 지난해 16㏊이던 밀묘이앙 계약재배면적을 올해는 149㏊로 대폭 늘렸고, 듬성듬성 심어진 모들은 햇볕도 맘껏 받고, 살랑살랑 바람도 즐기면서 건강하게 자라 올 가을 풍성한 수확을 예고하고 있다.

  수확도 줄지 않고 미질도 좋아지는데 영농비는 1필지 당 34만4천원을 절감하는 이 좋은 농법을 파땀 흘리며 고생하는 이땅의 농민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쉬운 것은 농민을 위한 기관인 농업진흥청과 시 관계부서가 왜 농민의 실질적인 소득증대에 적극 나서지 않는가하는 점이다. 어쩌면 진즉 농업진흥청에서 연구하고 시 농업부서에서 권장해야 했을 일인데 아직까지도 관심이 부족한게 답답한 마음이다.

 오늘도 백산농협 강원구 조합장과 직원들은 조합원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새벽부터 논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백산농협(강원구- 강원구 백산농협장이 직접 계약재배농가의 모를 심고 있다. 모가 막 심어진 논을 보면 영 믿음이 가지 않지만, 햇빛을 많이 받고 통풍이 잘되어 모가 튼실히 자라기 때문에 수확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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