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무너지면 회복이 가능하지만 문화 유산의 파괴는 다시 회복할 수 없다'

문화유산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뜻 있는 이들의 한결같은 항변이다. 최근 관내에 산재한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관리소흘로 날이 갈수록 사라지는 등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대한 이 같은 행태는 모두의 무관심과 안일한 인식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귀중한 민족 자산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 보호와 보존에 앞장서야할 시의 문화정책부재와 의식부족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여론이다.

실제로 관내 문화재들의 관리실태를 보면 문화재행정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국보와 보물급 목조 문화재들이 나무를 갉아먹는 흰개미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데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김제 귀신사 대적광전(보물 제826호)과 지장전의 경우 흰개미 피해를 보고 있다. 현재 대적광전의 경우 흰개미의 피해로 목조건축물을 받치고 있는 목재들이 부식돼 있으며, 실내의 마루바닥은 떨어져 나갔으나 지금은 새롭게 교체돼 있다.

특히, 지장전의 경우 빗물 누수로 건물 상층부가 썩어 대들보를 철재 버팀목으로 받쳐 놓고 있으며, 문의 경우도 틀이 뒤틀려 있다.

특히, 최근 전주-군산간 도로를 비롯해 만경강 생태공원 조성사업 등 각종 개발사업들이 만경강 유역에서 진행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하면과 공덕면 일대의 매장문화재가 훼손되고 있다.

실제 김제 청하면과 공덕면 지역의 몇몇 정려(旌閭)와 정자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보다 적극적인 문화재 보존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렇듯 문화의 세기에 살고 있지만 문화재가 여전히 수난을 겪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문화재를 관리하고 보호해야 할 문화재관련 행정인력을 살펴보면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다.

시의 문화재 행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전문인력의 절대부족이다. 현재 김제시를 비롯한 도내 14개 시·군 가운데 문화재전문인력을 확보한 곳은 전주시를 비롯해 익산시, 정읍시, 고창군, 부안군 등 총 5곳으로 1명씩인데 불구하고 김제시의 경우는 전문인력 배치에 관한 조례조차 없어 문화행정인력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개발사업에 앞서 사전지표조사를 의무화하고 관계기관과 사전협의를 거쳐야하는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고 있어 문화재 전문인력들의 일은 폭주한 상태다.

그나마 이러한 전문인력들이 건조물 등 지정문화재 관리에 집중돼 있어 결국 비지정 문화재와 매장문화재까지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하기 위한 정책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지난해부터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문화재가 있는 지역의 500m이내(기존 100m)에 대해 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잠재적으로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근대 문화유산'에 대해서도 행정력을 펼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전문인력 역시 관할 지역의 수십점에 이르는 문화재를 혼자서 관리해야하는 등 인원충원도 절실한 상태.

현재 김제시의 경우 1∼2명의 문화재 담당요원이 기념물을 포함한 유·무형 문화재의 조사에서부터 지정·관리·복원·방제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토목직이나 건축직의 경우도 전문직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인사이동에 따라 1∼2년이면 자리를 옮기면서 업무의 전문성과 연계성도 부족한 실정이다.

김재수  kjs@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