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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인생 별난 사람/고아 14명 자식으로 키운 이옥남 할머니처녀 할머니의 무한 사랑
최근 부부들의 급격한 이혼율 증가와 함께 이들로부터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처녀 할머니로 14명의 고아들을 거두면서 위대한 어머니의 길을 걸어온 이옥남씨(89·김제시 청하면 대청리).

"매일같이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얻어야 했고 낮에는 텃밭이라도 만들려고 맨손으로 황무지를 개간해야 했던 그때의 고생은 이루 말 할 수 없습니다."

이 할머니의 인생은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아주 어린 나이인 3살 때 외삼촌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가게 됐다. 어떤 이유로 부모님과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본인도 잘 모르지만 할머니의 어린 시절은 그렇게 고아 아닌 고아가 되어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 할머니는 5살 때부터 서커스 단원이 돼 1945년까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온갖 시련을 겪어야 했다.

언제나 고국 어딘가에 계실 부모님 생각과 형제들 생각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던 이 할머니는 갖은 수모와 고된 공연 속에서도 악착같이 돈을 벌어 고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드디어 1945년 해방이 되던 해 29살의 나이로 홀로 고향 남원 지산면을 찾았던 할머니.

그러나 어려서 떠난 고향이라 그녀를 알아보고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부푼 마음은 일순간 허물어지고 이곳 저곳 지친 몸을 이끌고 김제를 맴돌던 할머니는 청하산(김제시 청하면 대청리 소재) 아래 다다르면서 이곳에 움막을 짓고 살기 시작한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생활했던 할머니는 우리말을 제대로 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한국 물정을 전혀 알 수 없었기에 거기에 따르는 고통을 말 할 수 없었다.

일본에서 번 돈으로 땅을 사 농사를 지으며 살던 할머니에게 해방이 된지 3년이 지난 48년 어느날부터 집안에 버려진 김영일군(당시 10살)을 아들로 맞이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시작했다.

아침만 되면 집 앞에 갓 태어난 아이들이 놓여 있기 시작했던 것이다.

할머니는 이것도 '한국 법도인가'하는 의아심 속에서도 이들을 남몰라라 하면 어린 생명들이 또 자신처럼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이들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명, 두명 아이들을 거두게 된 것이 아들 7명, 딸 7명으로 모두 14명이다.

한창 엄마의 품에 안겨 모유를 먹고 있어야 할 어린 생명들을 위해 처녀인 할머니로서는 감당하기가 힘들어 하루에도 수십리 길을 돌아다니며 젖 동량을 해서 그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줘야 했다. 단 하루도 발뻗고 누워 베개 한번 벼보지 못하고 밤이면 우는 아이들 재우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 했고 낮이면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일을 해주고 받은 품삯으로 16명의 자식과 손자들 입에 풀칠을 해주기에 바빠 자신은 냉수 한 그릇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다.

"동네 어느 양반이 날 보고 거지들만 데려다가 기른다고 당장 동네에서 나가라며 매일 같이 집에 찾아와 작대기를 들고 쫓아내더군요, 지난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말하는 할머니는 그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키운 자식들이 이제는 모두 결혼해서 사회각지의 요소 요소에 없어서는 안될 사회의 일꾼들이 되어 떳떳한 삶을 살아가는 14명의 자식들이 모두 대견스러워 기쁘기만 하다.

80평생 시집도 가보지 못했어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 듯 싶다. 할머니는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 나이에 무슨 소원이 있겠소. 그저 명이나 좀더 길었으면 좋겠구먼" 하시며 뒷 말을 흐리는 할머니.

할머니의 마음은 이제는 어느 정도 땅도 있고 먹고사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니 지금도 버림받고 있는 어린 생명들을 한 명이라도 더 데려다가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욕심이다.

이 할머니는 지금 지난 64년 길에 버려져 14번째로 할머니 손에 의해 자란 이행복씨(40)와 함께 다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제는 노환으로 앞이 보이지도 않고 거동도 매우 불편한 이 할머니는 손자인 임복철(22), 임복희씨(20)의 걱정이 앞선다.

손자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만일 자신이 두 손자의 장성함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뜨게 될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할머니가 지켜온 자식과 손자들에 대한 참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김재수  kjs@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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