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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소선녀의 푸나무들의 노래73.민들레

73. 민들레

 

사진: 나 인 권

처음엔 정말 무서웠어요. 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요. 놀이기구도 싫어해서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는 엄두를 못 내는걸요. 겨우 빙글빙글 도는 회전바구니를 타고서도 멀미로 고생해서, 다시는 타지 않아요.

  뉴질랜드에서는 번지 점프하는 곳에서, 아래 낭떠러지 계곡을 내려다봤다가, 심장이 얼어붙을 것 같은 두려움에, 얼른 도망쳐왔던 적이 있어요. 꼭 한 번 해보리라, 버킷리스트에 적어놨는데도 말이죠. 이젠 젊은 날의 치기도 가라앉았고, 어느 자리에서나 앞장서지 못하고 뒤로 내빼는 처지가 되고 말았네요.

  안정장비를 차면서도 괜한 짓을 했나봐, 속으로 망설여졌지요. 이층 꿈도서관에 올라가서 책이나 볼걸. 그곳을 좋아하거든요.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 창문이 크게 나있는데 마치 나무를 타고 올라가 앉은 기분이랍니다. 나무의 맨 꼭대기의 연두 빛 이파리들이 살랑대는 걸 바로 옆에서 볼 수 있거든요. 아직 무성해지기 전에 헤싱헤싱한 어린 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또 얼마나 맑은데요.

  사실, 깊은산속옹달샘 음악회에 왔답니다. 피아노 소리에 맞춰 몸을 흔드는 숲속의 나무들과 함께 감동의 눈짓을 주고받습니다. 묵은 가지를 떨어뜨리고 몸통에서 새 줄기에서, 새순을 빈틈없이 낸 편백나무들이 너무 싱그럽고 정이 가요.

  노란 민들레꽃도 유독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주에 꽃병에 꽂아보았던 꽃씨가 생각났어요. 공 모양을 이룬 모습이 신비해서, 한줄기 꺾어다가 책상에 두고 보았거든요. 그런데요, 사흘 정도까지 쌩쌩하게 꼿꼿한 모양을 유지하더니, 줄기를 꺾더라고요. 꽃씨는 한 개도 흩트리지 않고 말이지요. 되게 안쓰러웠어요. 생명을 지키려는 안간힘이 엿보였거든요.

  숲속 민들레는 이제 그만 안녕, 끝인사를 해요. 한쪽을 날려 보내고도, 무채색으로 반듯하게 서있는 모습이 서러워요.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요. 꽃과 잎이 교대식을 하는 숲에서, 떠나는 뒷모습이 애절한데, 다가오는 초록을 어찌할까요. 내려놔서 없어질 인연이면 그냥 놓아버려야지요.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의 비창을 연주합니다. 슬픈 노래라는 제목임에도, 도리어 덤덤한 표현이 더 절절한 슬픔을 말하는 듯해요. 깊은 사랑은 출렁거리지 않고, 잠잠한 것일까요.

  오늘은 참, 퍼즐조각을 맞추듯 시간이 착착 맞춰졌어요. 옹달샘에 오려고 아침 6시에 집을 나섰거든요. 기차를 갈아타고 약속장소에 갔는데 버스가 오지 않았어요. 알아보니 시간이 바뀌어서 문자를 보냈다는데, 확인을 못했지 뭐예요 버스시간이 많이 남아서 택시를 탔지요. 그런데 옹달샘으로 올라가다가 짚 라인 표지판을 봤어요. 마침 시간도 여유가 있는데 한 번 타볼까, 호기심이 생겼지요. 마침 두 자리가 남아있었고요.
 
  숲이 발아래 있어요. 괜찮아, 해낼 수 있을 거야 자신을 다독거리면서 두려움을 꾹꾹 눌렀지요. 첫 코스가 제일 무서웠어요. 공중에서 발을 떼는 순간 저절로 눈을 질끈 감았어요. 그런데 그 순간이 지나자, 팔다리 펴는 것도 생각나고 발아래 풍경도 보이는 거예요. 네 번째 코스에서는 달려 나가 도움닫기를 해서 뛰어내리기도 했답니다.

  민들레 꽃씨는 검은색 종자로 은색 갓털이 붙어 있지요. 이 갓털은 혹시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것은 아닐까요? 꽃씨를 담고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라고요. 뿌리를 땅속 깊이 내려기 때문에 짓밟혀도 잘 죽지 않는 녀석이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꽃말이 감사래요.

김제시민의신문  webmaster@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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